(북박스/김문태) 라이어, 재미있는 무뢰한.
이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눈길이 끌립니다. 남을 절묘하게 속여 나가는 것은 언제나 흥미
진진한 소재임에 틀림없습니다. 무협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한번쯤은 눈
독들여 봤을 제목입니다.
“폭소란 코드는 S.K.T와 닮았다.” 옳은 말입니다.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여러분이 소설 제목을 보고 기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충족됩니다. 제목 그대로이니까요.
기본 배경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바이엔은 고아였지만 한 사기꾼 할아버지에게 키워져 어느덧 동업에 이릅니다.
하지만 희대의 사기극은 실패하고 그 둘은 찢어져 도망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지요.
이제 주인공은 그동안 익힌 사기술을 발휘해 살아나가야 하는데 어찌 일이 자꾸 꼬입니다.
충족되는 것은 웃음입니다.
기본 스토리를 보면 언뜻 그 유명한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쓴 ‘사기꾼 페드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최초의 피카레스크 희곡 작품입니다.
피카레스크(picaresque)는 건달, 좀 더 정확하게는 ‘재미있는 무뢰한’을 뜻하는 스페인 어
입니다. 스페인어 피카로(picaro:건달)에서 유래한 소설 양식의 개념입니다.
보통 건달의 이야기를 다루며, 기사들의 환상적인 로맨스나 상류층의 이상주의적 문학에 맞
서는 하류층 문학, 또는 기존의 관습에 대한 반동의 형태를 지니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피카로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페드로는 비록 사기꾼이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는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찾아 나섭니다. 밉살스럽지 않고 친근감 있는 낙천적인 인물이지요.
라이어의 주인공 바이엔도 어쩌면 이 페드로란 인물에게서 모티브를 받아 탄생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충분히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글을 이끌어 나가지만,
곳곳에서 장난이 보여 언뜻 경박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컫데 말에게 자양강장 정력증진 마법을 쓴다거나, 드래곤이 유희한답시고 촐랑대는 게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식으로 장난을 넣지 않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오히려 거칠어 진듯하
여 슬퍼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점마저 단점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니 다행입니다.
언뜻 가벼워 머리가 썩는 것 같아도 은근한 짜임새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과연 “쉬우면서 잘 써졌다.”라는 말이 일면 맞습니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려 하지만 그것을 막는 데에는 잇단 긴장감도 한 몫 합니다.
주인공이 위기를 회피하는 방법은 이미 여타 소설들에서 보아왔던 것이지만 그래도 정겹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사기꾼으로서 약삭빨라야 함에도, 선택에 고민과 감정이 넘쳐 더욱더
사랑스럽습니다. 단지 좀 더 정밀하게 타계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스토리의 완숙도와 살붙임을 보면 아직 모자란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문태 작가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읽고 나서 가능성을 느꼈다면,
분명 라이어는 점차 성장할 겁니다. 어쩌면 마지막에 가선 보석 같은 빛을 발할 지도 모르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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