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논검란에서 청룡장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이 자리에서 논란을 일으킬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제가 느낀 청룡장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하이텔 연재때부터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감정은 아니었습니다. 우습겠지만, 그 좋지 않은 감정은 소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출판사를 통한것이 아니라 책을 출판했다는 것 때문이었죠. 당시에 그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었다기보다는 '얼마나 스스로의 작품에 자신이 있었으면..이럴까? 신인주제에...' 하는 질투어린 마음으로 당시를 기억합니다. 물론 그런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었죠.
그래서 후에 시공사에서 출판이 되었어도, 그리고 통신상에 글이 떠돌았어도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청룡장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면서 전 채 1권을 덮기전에 곧장 대여점으로 달려가는 제 모습을 느꼈습니다. 참 신선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든 작품은 이 당시에는 거의 없었거든요.
청룡장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흔히 말하는 전략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주목한건 바로 현실성이었습니다. 사실 신인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중 하나가 너무 무협답게 쓴다는 것 때문입니다. 무협소설을 무협답게 쓰는게 잘못이냐고 반문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말하고자하는건, 바로 무협소설의 공식에 너무 집착하는 뜻입니다.
사실 정확한 의미에서는 청룡장도 완벽하다는고는 할수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본인의 의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좋았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도 모두 개성있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럼 청룡장의 단점은 무엇인가? 그런 바로 세밀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넒은 시아..즉 커다란 판위에서 전체를 그리는 능력이 대단히 탁월하나, 세세히 그 부분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조금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도 좀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케리어가 있는 작가가 아니고, 신인작가의 처녀작(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기억하기에는)이 이정도의 완성도를 낸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 청룡장과 연작인 청룡맹은 어떠한가? 사실 제 아쉬운 부분은 작가가 너무 다른것에 집착한 것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잘못 태어난 작품일수도 있지요. 그건 바로 그 초점을 사람이 아닌, 단체 즉 청룡장이라는 것에 맞춘것이 바로 성공하게 한 요인이었고, 또 평가절하하게만든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항상 청룡장을 언급하면서, 주인공은 소천이 아니라 바로 청룡장이라는 것을 자주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한것이 바로 청룡맹이었죠.
청룡맹은 이미 작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전체적은 부분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더욱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는 인물들도 많죠. 분명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도 내공면에서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평가절하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소천에 대한 부담감입니다. 전작 청룡장의 주인공인 소천은 이미 작가가 이제 어떻게 할수없을 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소천의 존재감이라고 하는 것은 엄청나게 클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어쩔수없이 독자로 하여금 시선을 소천이 아닌 청룡장에게 맞추기위해 그의 비중을 줄여벌입니다.
작가는 어쩔수없는 선택이었고, 대단히 용기있는 선택이었지만,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는 생각입니다.
청룡맹을 보면서 내내 소천의 그림자를 지울수가 없었고, 작가 스스로도 소천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애를 쓰려는 모습이 역역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소천의 그림자는 남아있었습니다.
만약 정말 소천이라는 인물을 지우고 싶었지만, 전작에서 소천의 죽음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았나 싶은데...참 아쉬습니다.
청룡장은 처녀작으로써 본다면 대단한 수작, 청룡맹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청룡장의 주인공 소천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해서 걸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청룡장,청룡맹은 무협소설이 걸어오던 길에서 조금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시도는 비록 완전한 성공을 이루진 못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일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두개의 작품은 연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소천의 그림자가 너무나 컸던 만큼..평가절하된 부분이 많았다고 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청룡장,청룡맹이 걸작은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좋지 않은 얘기를 들을 만큼 평작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작가의 이런 시도는 분명 좋은 결실을 맺게 될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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