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은 고통에 얼룩져 있네요. 아, 그때의 잔혹했던 기억은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군요. 그런 불행이 제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0분간의 비행 끝에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했는데 말머린지 쌍둥인지 하는 이상한 바위에 간다고 하더군요. 목적지에 당도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린 친구들은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막 군것질을 시작했는데요. 저도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져서 지갑을 꺼내 들려는 찰나.
아, 주머니가 가볍더라고요. 네, 지갑의 실종. 뒤따라 정신도 실종. 안에 든 삼만 원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으니 지갑은 떠나버린 비행기 안에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빌리고 빌리고 해서 수학여행이 끝났을 땐 빚만 삼만 원.
그래도 날씨가 안 좋아서 제주도에 고립된 건 좋았어요. 선생님들의 수완이 뛰어난 덕택에 항공사에서 숙박할 곳과 저녁식사까지 마련해주더라고요. 이것보단 수업을 하루 안 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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