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윤신현
작품명 : 천뢰검협
출판사 : 로크미디어
※미리니름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감상란에 제가 올린 천뢰검협 감상글을 보신 분들은 아실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천뢰검협 1, 2권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뭐, 1권 말미에 일귀가 기껏 수련시켜 논 아이들을 풀어주는 장면은 저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만, 어지간한건 쉽게 넘어가는 쿨(?)한 스타일이고, 또 그 장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3권. 분명히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몇 가지 거슬리는 점들이 있더군요. 그러한 점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아, 제가 책을 좀 대충대충 읽는 편이라 어쩌면 작가분이 써주신 설명을 못 봤을 수도 있으니, 그러한 부분을 발견하신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북가촌 학살
-3권의 가장 큰 오류라고 봅니다. 주인공 및 주인공의 일행들을 처리하기 위해 마교에서는 ‘무흔참마대‘ 라는 아그들을 보내게 되는대, 이 아그들이 참으로 골때리는 짓을 합니다. 자기들 이름에 걸맞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주인고 일행이 머무르고 있던 마을 전체를 싹 쓸어버린 거죠.
……응?
이부분을 보고 잠시 벙쪘습니다. 아니아니, 도의적인 측면이나 그런 건 둘째치고, 일단 북가촌(학살당한 마을)이 무슨 산골짜기에 처박혀 있는 화전민 마을도 아니고, 도시 근처에 있는, 그것도 상당한 인구의(400명or400가구 였습니다) 마을인데, 그런 마을을 몰살시켜 버린다……? 그것도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후폭풍은 생각도 않하는 건가?
아니 뭐, 목격자 1-2명 죽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 무흔참마대의 대장 녀석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이 사건이 그 이후로는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후에 다른 베드 가이들이 이 마을을 모두 태워버립니다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고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크나큰 의문 하나…….
관은, 국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죠???
이 소설에서 아직까지 단 한번도 관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설마 관이 없는 건 아니겠지요. 아무리 봐도 무림 문파가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설정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의 범인인 마교가 관을 개무시할 녀석들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무협에서 흔히 보이는 설정이에요.
그런데…… 도시 근처의 마을 하나를 싸그리 쓸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관이 개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만약 작가분께서 2, 3줄이라도 ‘관에서 난리가 났다더라‘ 하는 식의 문장을 추가해주신다던가, 아니면 뭐 귀뇌(마교 군사)가 독백하는 식으로 ‘관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이런 식으로만 해줬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말이 되는지 않되는지는 둘째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 천뢰검협에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습니다.
예, 마을 하나가 몰살 당했는데 그걸로 끝인가 봅니다. 후폭풍, 뭐 그런거 없는거에요. 관과 무림이 상호불가침 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서로‘ 침법하지 않을 때 성립하는 것 아닌가요? 무림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양민을, 그것도 한둘도 아니고, 마을 단위로 쓸어버렸는데 관이 조용하다……?
혹 관이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가분께서 설명을 않해주시면 독자들은 관이 그 사건을 개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밀리에 움직였다 할지라도 대충 암시하는 문장 한두개 정도는 써주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2. 주인공 및 친구들(?)의 출처.
-천뢰검협을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주인공과 친구들은 모두 혈교 출신입니다. 일단 소설을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천뢰검협의 세력도는 흔하디 흔한 설정으로, 정천맹이 정도, 마교가 마도, 혈교가 사도를 이루고 있었는데, 혈교가 힘이 약해져서 멸문 당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주인공과 친구들.
숫자는 대략 100여 명에 달합니다. 혈곡 출신 아이들이요. 나이는 대부분 20대 초반~20대 중반 정도. 하지만 지옥을 겪어 온 만큼 실력은 나이에 비해 월등하죠. 그런 녀석들이 하나둘도 아니고, 떼거지로 무림에 등장했습니다. 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기존 세력의 주인들은 어떠한 대처를 해야할까요?
만약 제가 정천맹이나 마교의 수뇌부였다면, 당연히도 그 아그들의 출처(응?)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왜? 당연한 겁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단한 실력을 지닌 아그들을 키워냈다는 건 그 세력의 잠재력이, 세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니까요.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정천맹 및 마교에서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종종 이런저런 아그들이 주인공과 친구들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
심지어 주인공과 친구들은 정도 무림의 정점에 선 최고수들과 만나기도 합니다만, 그런 이들도 그냥 '우왕ㅋ굳ㅋ, 꼬꼬마들이 완전 쎄군?' 하는 식의 감탄을 할 뿐, 이 아그들의 출처를 파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방의 태상방주라는 노인분께서도 말이지요…….
이러한 점들을 보며 저는 혼란을 느낍니다. 아니, 기존 세력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출처를 찾고자 해야되는 것 아닌가요? 군사라는 놈들이 '아니 도대체 이 놈들은 어디서 나온거지?' 드립만 치고 있을뿐 찾으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리고 천뢰검협 세계관상 사실 아그들을 키워낼 세력이라고는 뻔하죠. 혈교, 혈교입니다. 만약 제가 마교나 정천맹 쪽 인물이었다면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도 멸문 당한 혈교의 잔존 세력을 찾아 토벌하고자 하겠지요. 하지만 소설속의 인물들은 '우왕ㅋ굳ㅋ' 만을 외쳐대고 있을 뿐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3. 주인공의 강함.
-주인공 사일현은 엄청 강합니다. 물론 천뢰검협의 무림 내에는 분명히 사일현 보다 강한 이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만, 그런 이들은 모두 노땅입니다. 즉, 영계들 중에서는 사일현을 따를 이가 없습니다. 정파, 사파, 마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여기서 전 또다른 의문을 느낍니다.
이 사일현이란 녀석이 딱히 대단한 아그도 아닙니다. 무적 재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요. 혈곡 초기에 중위권에 머물었으니 말 다한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무협이 그렇 듯, 독기와 집념은 강합니다. 하지만 그건 다른 혈곡 출신 아그들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그렇다면 주인공의 무공이 절대무공이냐? 물론 엄청난 무공인 것은 맞습니다. 설정상 상고 무림의 다섯 절대자 중 한명인 뇌제의 무공이니까요.
하지만 천하제일의 무공은 아니죠.
분명히 사일현은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옥같은 훈련을 받았고, 집념과 독기가 강하며, 뛰어난 무공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사일현이 이정도로-비슷한 나이대에는 상대가 없고, 어지간한 중년, 노땅 절대고수들도 쩜쩌먹을 정도-강해도 되는 것인가?
뭐, 분명히 사일현에게는 이런저런 기연이 있습니다만, 이 녀석 혼자만 독차지 한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사일현과 비슷한 메리트와 기연을 얻습니다. 그런데 왜 사일현만 이렇게 강한걸까요? 이런 의문이 듭니다.
개연성의 부족이라고 봅니다.
차라리 약간 진부하지만 주인공이 뭐 대단한 지체라던가, 아니면 주인공의 무공이 천하제일의 무공으로 설정한다든가, 아니면 주인공이 특수 체질이라서 일정한 무공에 딱 맞아떨어진다든가(도검 작가님의 철혈마룡 처럼요)…… 이런 식의 설명이 있으면 훨씬 더 개연성적인 측면에서 낳아지리라고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정도의 설명으로는 사일현의 압도적인 강함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한 점들은 저 3개 말고도 이것저것 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 요소는 저것들이라고 봅니다. 혹 지적하실만한 요소가 있으시면 과감하게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윤신현 작가님 화이팅! 천뢰검협 4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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