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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3.02 21:29
조회
1,582

작가명 : 타카미 카즈유키

작품명 : 작은 나라의 구세주 1권 - 얼떨결에 군사 되다 편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시드L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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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까지 펼쳐진 대초원─. 중앙아시아 변경에 해당하는 그 땅에 아마야마 타츠야가 있었다.

"분명히 난 남들과는 다른 체험을 해복 싶었지만..."

치안이 나쁜 이 나라에서, 여권도 돈도 몽땅 털린 타츠야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쩔 줄을 모르고 그저 서 있는 것뿐. 그때 만난 것은 사라사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아직 14~5세로 보이는 가련한 소녀 류카였다. 두 사람은 어느 부족의 대표이지만 내란이 발발한 지금에 와서는 정부에 쫓기는 용의자 신세가 되었다는 것. 갈 곳조차 없는 타츠야는 군말도 못한 채 도피행에 말려들어...!?

타카미 카즈유키가 선사하는 [요즘 시대의 구세주 이야기], 지금 바로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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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미 카즈유키의 책을 처음 본 것은 상당히 오래 전입니다. NT 노벨 초창기에 수입되었던 '시공의 크로스로드'라는 책으로, 제가 라이트노벨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읽었던 책이지요.

3권 완결인 그 책은 권마다 다른 주인공이 나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지요. 각각 평범한, 약간 불행한, 미래가 없는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들은 이상한 노인에게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장치를 받고, 그것을 사용해 전염병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전멸한 도쿄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을 찾아서 어떻게든 그들을 돕고자 합니다. 그 결과 각자 일상의 소중함과 작은 소원을, 행운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또 다른 미래를 손에 넣게 되지요.

시공의 크로스로드는 어떤 대회 최종 예심까지 남았던 원고를 타카미 카즈유키가 리라이트 한 것으로, 리라이트 전문 작가이던 타카미 카즈유키가 최초로 직접 쓴 소설은 '시공의 크로스로드' 2권이라고 합니다.

'시공의 크로스로드'는 매우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인공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깨닫고,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타카미 카즈유키의 소설에는 '시공의 크로스로드'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집니다.

타카미 카즈유키의 다른 소설인 '데타마카'는 시공의 크로스로드의 열화 카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얼떨결에 형편없는 상황에 처한 곳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곧 엄청난 시련이 닥쳐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인공의 기지로 헤쳐나갑니다. 이 플롯뿐만 아니라 글 내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마저 비슷합니다. 오히려 SF라는 장르 덕에 상황의 제약이 적은 데타마카의 경우, '주인공의 기지'라는 변명 하에 황당한 전략과, 억지성 상황 만들기를 이용, 시공의 크로스로드에 비해 크게 질이 떨어지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주인공과 그 주변의 캐릭터 또한 시공의 크로스로드에 비해 한참 매력이 떨어지며, 시공의 크로스로드에서 느껴졌던 인상적인 심리 갈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 부족함을 모에 캐릭터라 할 수 있는 공주와, 몇몇 유머 장면을 통해 채우고 있지요.

데타마카가 시공의 크로스로드의 열화 카피라면, 작은 나라의 구세주는 데타마카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경 외의 차이점이라면 데타마카의 주인공이 '유능'으로 포장되었다면, 작은 나라의 구세주의 주인공은 '무능'으로 포장되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시공의 크로스로드와 데타마카에 비해, 데타마카와 작은 나라의 구세주는 더욱 닮아 있습니다(심지어 공주가 나오는 것 까지!).

작은 나라의 구세주의 플롯은 단순합니다. 얼떨결에 싸움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장기(작은 나라의 구세주의 경우에는 인터넷)와 운으로 영웅이 되는 이야기이죠. 일본 만화는 물론, 한때 한국의 판타지 소설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인공입니다. '평화로운 일상에 찌든, 약간의 스릴을 느껴보고 싶어 이런 나라로 온 멍청한 고등학생'... 쯤으로 말 할 수 있는 이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에 비해 너무나도 태평합니다. 한심한 생각과 무책임한 언동, 시도 때도 없는 투정 등, 도무지 정을 붙일래야 붙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찌질하다'따위의 이유로 작품을 까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만, 작은 나라의 구세주의 경우,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된다'라는 플롯에 알맞는 '평범한 사람', 즉, '독자가 자신을 대입 할 수 있는', '독자가 심리를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을 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제가 북한과 휴전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고,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인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쳐도 소설 내의 주인공의 내면 변화는 뜬금없고, 심리 묘사는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지리멸렬한 이 주인공의 내면 묘사에, '류카 공주'라는 요소가 더해짐으로 인해 주인공의 심리는 더욱 말도 안되는 곳으로 향합니다.

류카 공주를 지키고 싶다, 저런 가녀린 소녀가 전쟁의 중앙에 있다니.. 등의 심리 묘사는 다른 소설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종류이고, 적절히 구사할 경우 소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주인공의 책임감과 결심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나라의 구세주의 경우는, 이 묘사가 정말이지 초반부터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그 무게가 사정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주인공 녀석은 똑같은 생각을 언제까지 반복해서 하고, 거기서 얻은 결심은 어디로 팽개치고 다시 고민하고, 자신에게 소리치고, 결심하고를 반복할 것입니까?

주인공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많은 캐릭터들이 평면적인 역할, 성격, 특징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며, 몇몇 유능한 인물들 조차, 주인공을 영웅으로 착각시키기 위해 어이없는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장면이 필요는 하겠지만,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1권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 장면의 묘사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내용의 질문글에 가장 먼저 달릴 댓글은 "뭐냐 이 XX는?" 같으니까요. 소설 전개에 가장 중요한 장치에서조차 허점이 발견될 정도라니, 이 소설은 도대체...

타카미 카즈유키는 '시공의 크로스로드'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솔직히, '시공의 크로스로드'가 너무 큰 작품이어서, 거기에 작가가 먹혀버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일본에서는 '신 시공의 크로스로드'라는 소설도 나왔다는데, 그 소설은 어떨까요? 시공의 크로스로드가 꽤나 호평이었지만 아직까지 수입 되지 않은걸로 보아, 살짝 짐작이 가는 것도 같습니다마는....


Comment ' 1

  • 작성자
    번우드
    작성일
    09.03.03 15:00
    No. 1

    시공의 크로스로드 를 재미없게 본 본인이라.. 이건 절대 보면 안되겠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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