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약먹은인삼
작품명 : 노인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글이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장르의 틀에 맞추어 재미있는 내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책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책을 내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여긴다는 문구가 있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냥, 스스로의 흥취로 써내려가는 글에는 견고한 설정이 없어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글이니까요.
그렇지만 이것이 공공의 것, 종이에 인쇄된 책이 된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글쓴이는 뒷글을 통해 이 글이 여러 갈래의 소재들을 어울러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는 글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고 그런 생각에 적합한 장르적 글쓰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크고 작은 설정들과 단어의 선택들에서 의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명(劒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작가의 설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검기상인(劒氣傷人) 또는 검강(劒罡)의 경지인데, 여기서는 검기를 사용한다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1류의 경지입니다. - 검기상인이 쉬운 경지, 낮은 경지라고 설정해버리면 주인공의 50년 노력이 참, 할 말이 없어집니다.
검즉아劍卽我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심검의 경지이거나, 바로 전 단계. 뭐 결국 심검입니다. 최상급의 경지죠.
그런데, 약하답니다. 계속해서 상급 무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설정’이라는 만통의 법을 부려 봐도 이건 무리가 따릅니다. 게다가 뒤에 가면, 귀식대법과 ‘몽환대법’이라는 최절정의 수법을 표현하면서 널리 알려진 흔한 수법이라는 ‘기이한’표현을 사용합니다.
어떻게 1갑자 이상의 절정의 무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수법이 널리 알려진 수법이 되었을까요?
정신을 조작하는 수법이 쉬운 수법이라는 표현은 작가의 설정이라고 우기기에는 많이 어색해보입니다.
내력 사용을 구분하는 ‘천, 지, 인’도, ‘하, 중, 상’ 단전에 대한 표현인데 작가 나름의 설정으로 하고 싶다면, 명확하게 구분하여 표현했어야 합니다. 두리뭉술하게 넘어가버리면 읽고 있는 독자에게는 혼란만을 가중하죠. 게다가 표현도 조금씩 앞 뒤가 다릅니다.
여기에 기존의 '상, 중, 하' 표현과는 사뭇 달라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할 지 애매해집니다.
다른 세상에 태어나서 그가 보이는 행보에 30, 50의 80세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냉소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가족애에 대한 편집적인 행동도 보이지만 냉소적인 성격에 따른 한 쪽 방향으로의 치우친 감정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질 모양새입니다만, 여자들에 대한 관계의 표현에서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여자가 나서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의 성격이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상인이라는 주인공의 전직을 헤아려보자면 개그적 설정입니다.
돈 앞에 상하좌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들어봅니다.
무언가 이야기를 꾸려가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것이 너무도 확연합니다.
그냥, 그 부분을 표현하지 않거나 원래의 설정을 살려서 냉소적으로 표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여성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이 표현되면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확 바뀝니다.
갑자기 다정다감한 존재가 돼버립니다. 냉소적인 인간, 측은지심에 일가족을 받아들였으나 돈벌이에 집중하여 주인 몰래 딴 주머니를 찼다는 이유로 바로 존재 이하의 존재로 생각하고 타인에게 팔아버리는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을 갖춘 대인적 존재가 돼버리는 모르겠습니다.
뒤이어 마신의 권속과 계약을 하는 과정도 억지가 너무 큽니다.
‘당신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소. 흔치 않은 기회기 때문이오.’
마신의 권속을 믿지 못하기에 그에게 진실을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합니다. 그러자,
‘졌소. 당신이라는 존재가 희기하기 때문이오.’
여기서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두 문장은 논리적으로 다른 말이지만, 연역적 추론으로는 같은 말입니다.
기회가 흔치 않았고 그 기회를 만든 이가 흔치 않은 존재고.
결국, 흔한 기회가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자마자 마신의 권속이 진실을 말했다면서 웃어재끼고는 계약을 맺습니다.
순간, 멍 해지더군요.
내가 무엇을 잘못 이해했나? 어떻게 이 말이 진실을 말했다고 받아들여진 거지?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단어의 선택에서도 기이합니다.
‘집을 만들다’와 ‘집을 짓다’가 다른 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말인가요?
‘짐승’과 ‘야수’는 다른 말이지만, 야수가 짐승의 표현 안에 들어가는 의미죠.
‘짐승과 야수의 신’이라는 표현에서 억지로 추론해보자면, 야수는 괴물(몬스터)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바로 앞에서 몬스터는 마신의 권속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그것은 또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짐승이라는 표현이 좀 허전하다 싶어서 더해진 표현이 ‘야수’라고 생각되는데, 글쓴이의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곳곳에서 위의 예처럼, 미묘하게 흔들린 부분들이 많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이 아무리 흥미롭고 재미있어도 그것을 받혀주는 설정과 표현들이 흔들리면 작가의 의지, 생각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흥미와 재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의 함양된 글쓰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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