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초우
작품명 : 권왕무적 11권
출판사 :
권왕무적의 11권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은 뭘랄까..
'좀 실망했다.' 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권왕무적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들어 가장 좋아하고 기다렸던 무협물 이었다.
1권부터 10권까지는 말 그대로 스피디한 전개, 화끈한 전투, 권위와 정체된 무림맹을 힘으로 부수어 나가는 통쾌함, 중간 중간 웃겨주는 개그 센스까지 모든 것이 잘 버무려진 완벽한 수작이었었다.
하지만 11권은 뭐랄까, 그 10권 까지의 분위기와는 무엇인가 다르다.. 라고 해야할까?
11권을 읽고 제일 처음 느낀 것은 간단하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른바 '늘어진다' 였다.
10권까지의 밝고 쾌속한 분위기가 아닌, 어딘가 모르게 억지로 쥐어 짠 듯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16권 이상의 비뢰도를 읽으면서 느끼는 그런 분위기가 권왕무적 11권에 미세하게 묻어 나왔다.
책을 덮고 이 글을 쓰기 위해 혼자 생각해 보았을 때 첫번째로 늘어짐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10권과 11권의 사이에 있었던 발매 간극인것 같다. 11권의 발매가 지체됨에 따라서 10권까지의 내용을 잊어버렸다고나 해야할까. 11권을 읽으며 그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시금 억지로 생각해내며 읽는 것이 10권까지 스피디하게 진행되었던 권왕무적의 템포를 늦춰버렸던 것 같다.
두번째는 캐릭터가 정형화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 권왕무적의 캐릭터는 정형화 되어 가고 있다. 뭐 캐릭터의 정형화가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캐릭터가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야..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아운의 캐릭터는 캐릭터 성의 정형화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정형화 되고 있다.
아운의 문제 방식은 언제나 똑 같다.
' 일단 팬다. ' -> ' 계속 팬다 ' -> ' 끝까지 팬다. '
이러면 적들은 알아서 아운의 편에 잘 붙는다. 특히나 책을 읽다 보면 머리 좋은 인간들은 모두다 똑 같이 당한다. 이해할수 없다. 아운의 성격이 드러운 것은 온 세상에 다 퍼져 있는데 자칭 머리 좋다는 인간들이 그런것 하나 감안 하지 않고 움직인다는 게.. 그리고 제아무리 무림이라지만,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명색이 정파 무림인데,
물론 그에 대비해서 아운이 패는 놈들은 전부다 인간 말종에 쓰레기들만 모아 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방식이 무림맹에 들어간 뒤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또한 야한과 흑칠랑은 중간 중간 부분부분 감초 같은 역할로 등장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코믹하게 날려주는 가장 훌륭한 역할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부터인지 정형화 되어 흑칠랑은 계속 말도 안되는 소리(아운의 라이벌이라고 큰소리치는..) 그리고, 야한은 폭력에 물든 새디스트가 되어 있었다.
옛말에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짜증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에게는 내성이 있어 반복되는 자극에는 결국 시들해 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웃음이던, 슬픔이던, 고통이던 마찬가지인데, 결국 아운의 행동과 야한과 흑칠랑의 개그센스가 딱 이상황에 처해 진 것 같다. 그들은 1권부터 무려 11권까지 항상 같은 모습으로 같은 개그를 해 왔고, 지금에 와서 그 자극이 많이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작가가 이만큼이나 사람을 웃겼다는 것에 대해서 놀랍게 생각하고 있다. 글로써 사람을 웃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극이야 얼마든지 비참한 처지로 캐릭터를 밀어 넣으면 되지만, 글을 읽는 독자를 웃기는 것은 미묘한 감성을 잘 잡아내야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 생각하고 있는 것과 그 힘이 떨어져 나감을 아쉬워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니..
세번째.
권왕무적이 아쉬워 지는 것 중 하나가 권을 거듭해 갈수록 적의 캐릭터들이 닭대가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9권까지는 호연세가와 맹주전,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원의 잔당들이 아운과 그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위협적인 힘을 휘둘렀다. 즉 아운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하나 하나 적의 음모를 분쇄해 나가는 상황의 통쾌함이 있었다. 하지만 10권부터 아운을 상대하던 적들의 머리가 갑작스럽게 돌대가리들이 되어 가는 분위기가 풍기더니, 11권에서는 급기야 사마무기라는 적의 군사가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제거된다.
사마무기의 제거는 뭐랄까 아무리 읽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맥주의 김을 확!! 빼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강력함이 없는 적은 플롯 상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것은 단지 수많은 잡티지에 나오는 주인공의 칼에 맞아 죽기 위한 칼받이가 될 뿐이다. 위협이 되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긴장하며 몰입할 독자는 어디에도 없다.
네번째.
마지막으로 아운이 칠보둔형을 익히는 장면 역시, 시들했다. 본래 작가가 의도한 바로는 아운이 고난을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깨달음을 얻어 칠보둔형을 멋있게 익히는 장면일테였지만, (아니라면 어쩔수 없다. ^^:)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아운은 너무나 담담하게 진법의 힘을 이겨내며, 칠보 둔형도 별다른 고생없이 그냥 잘 익힌다. 그리고 적들은 그런 아운의 실력에 놀라는 닭대가리가 되어 가기만 할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뭣하지만, 내가 봤을때 작가는 자신이 벌려논 일의 해결에 버거워 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 지기도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즉 처음에 설정 했던 적이 너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적이 너무 방대하고 강하다. 그리고 아운의 편은 아운을 제외하고는너무 미약하다, 이러한 너무나도 큰 세력의 언밸런스 함이 적을 처리하는게 어렵게 작용하는 느낌이 든다. 즉 억지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아운을 강화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적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마무기를 싱겁게 죽여 버린 느낌이 팍팍 난다고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본 11권은 오랜 공백으로 인한 늘어짐과, 정형화됨, 그리고 멍청한 적의 행동으로 인해서 '긴장감' 따위는 멀리 하늘 나라로 날려 버린 '식상함'이 묻어 나는 '먼치킨' 소설의 분위기가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신나게 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11권이 이상하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10권까지의 작품이 너무나도 뛰어 났기에 찾아온 안타까움이라고나 할까? 12권에서는 다시 처음의 분위기를 찾아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처음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권왕무적이 되었으면 한다.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