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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전설 1부 야수

작성자
Lv.9 백각
작성
15.11.27 03:41
조회
2,199

제목 : 태양의 전설 1부 야수

작가 : MrJ

출판사 : 없습니다.


https://blog.munpia.com/jhc9060/novel/45140



비평은 처음입니다.

비평하기를 꺼려온 이유가 사실 저보고 이거보다 더 잘 쓸 자신이 있느냐 물으면 없어서 그래요.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되려나 싶어서 적어봅니다.


주욱 읽어나가면서 생기는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해당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쓴 것이 아니라, 각 화를 읽으면서 즉각즉각 리뷰 형식으로 써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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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역모에 연루되어 일가족이 참수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집안 아들은 사형당하지 않습니다. 대신 종신형과 무기복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습니다.

어째서 아들은 사형당하지 않은 것일까요? 아직 어려서? 명확한 혐의가 없어서? 원래 법이 그래서? 사실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도 되는 부분이고 또 ‘설명충'처럼 설명만 줄줄 늘어놓으면 재미가 없는 것은 맞습니다(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설명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설명해야 하죠). 그렇지만 제가 이 부분에 의문을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좌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감을 갖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남은 유가족들이 어차피 반체제 성향을 가지고 복수하려 들 가능성이 꽤 높으므로 이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버리면? 만에 하나 크게 출세하여 복수를 하려 든다면 큰일나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미리 싹을 잘라버릴 목적으로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설명하기로는 마경 주둔 부대의 생활 수준이 가혹해서 그렇다고는 합니다만, 제가 읽어본 바로는 주인공 소년이 마경지에 배치되었는데도 먹고 입는 데에 아무 특별한 지장도 없고 태평하게 매일 책이나 읽는 나날을 보냈습니다(책도 과거에는 꽤나 고급품입니다). 새 부장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가 최초의 전투를 경험하기까지는 최소 넉 달이 걸렸습니다. 즉 넉 달 이상 태평하게 보냈다는 겁니다. 이 생활이  ‘현세의 지옥이라 불리는 리벨론 감옥행'보다 훨씬 나아 보이거든요. 그러면 둘 중에 하나 고르라 했을 때, 당연히 모두들 후자를 고르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 거면 재판관은 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까요?


의문점은 계속 이어집니다.

몇 살인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경험도 전무한 일개 소년이 험악한 변경지 부대에서 처음부터 소대장으로 부임합니다. 그것도 역모에 연루된 사람이 말입니다. 백의종군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왜 소대장으로 보임된 걸까요? 역시 여기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소대장은 일개 사병이 아니라 엄연한 초급지휘자인데, 그렇다면 지휘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이라도 받았는가? 그것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또, 서자 출신이라는 부장은 어째서 무사할까요?

서자라도 재수가 좋으면 집안을 이어받는 경우가 왕왕 있음을 우리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분세탁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만약 아르웬 가문과 경쟁관계에 있는 또다른 가문이 있다면, 그 서자를 식객으로 거두어들이고 기회를 봐서 그로 하여금 상속경쟁에 뛰어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지원을 해 주면서 말입니다. 성공하기만 하면 아르웬 가문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지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거죠.

하지만 작중에서는 베론이 서자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분세탁에 성공한 것일까요? 아니면 다들 그가 아르웬 가문의 서자임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걸까요? 거기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독자는 부족한 개연성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을 하면서 넘겨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입니다.



3화

소대장으로 부임하고 최소 넉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첫 전투가 벌어집니다.

작중에는 각 소대가 담당하는 책임방어구역이 있다고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구역에 대한 묘사는 ‘북쪽 성벽'이 끝입니다.

이 곳은 주둔지인가요? 그렇다면 성벽이 둘러쳐져 있으니 요새화된 주둔지인가요? 주둔지라면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4개 소대가 각각 동, 서, 남, 북의 4방면을 방위하는 형태의 독립중대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즉, 우리는 북쪽 성벽이라는 한 단어만 가지고 이만큼 상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어도 되긴 합니다만 제 성격이 그렇지를 않아서요. 항상 개연성을 따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글을 못 써요.

늑대인간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한밤중에 눈이 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달빛이 구름에 가렸다고 했어요. 전깃불도 없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가시거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초병이 최초로 그들을 발견했을 때, 상황이 발생했음을 어딘가에 알려서 종을 치게 하고 소대원들이 완전무장해서 집결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충분할만큼 그들을 일찍 발견했다는 이야기일까요? 50명의 소대원이 부리나케 뛰어다니며 집결하는 소리가 늑대인간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먼 거리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늑대인간을 향해 정확하게 쏜 화살을 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살이 날아오는지도 모를 경우에는 그걸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피했다는 것은 화살이 날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뜻이고, 그 말인즉슨 누군가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것입니다. 늑대인간의 시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가 인간보다 시력이 좋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과 비슷한 시력을 지녔다고 쳤을 때, 그들은 눈이 내리고 달빛도 가려진 야간에 서로를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는 셈입니다. 이토록 가까이 왔는데 소대원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구상하고 또 그것을 전파할만한 시간이 충분할까요?


그러고보니 이 성벽의 구조가 어떠한지, 성벽 주변부는 또 어떠한지를 전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깔끔하게 시계청소가 되어 있으니까 일찍 발견했겠죠? 시계청소가 되어 있으면 은엄폐물이 없다는 소린데, 그럼 늑대인간들은 은밀히 정찰을 하러 왔음에도 뻥 뚫린 공간을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었던 건가요?

너무 세세하게 따져서 죄송합니다만은 엉성한 것은 사실입니다.

소리를 내면 그들을 자극하는 셈이니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지만 아마 성벽 위에 올라간다고 50명이 일제히 달렸을 때 다 들었을 겁니다. 가까울 테니까.

그리고 ‘늑대인간의 시야에 보이는 인간이라곤 테이오드와 베론, 단 두 사람만 남았다.’는 구절을 통해 다시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성벽에는 총안(들쑥날쑥한 모양)이 없거나 혹은 소대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두 사람이 대놓고 몸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혹시나 뭐가 날아올지 모르니 몸을 가리는 것은 상식입니다만 그럼에도 늑대인간의 시야에 두 사람이 노출되었다는 것은 성벽이 성벽 기능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낮거나, 지근거리에서 온 몸을 드러낸다고 하는 너무나 비전술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작중 설정으로 베론은 노련한 인물이니 전자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합시다. 늑대인간들이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기어오르고 있으니까 성벽이 좀 심하게 낮은 게 맞나봅니다.


다음으로 화살 공격을 받았는데도 도주는커녕 오히려 더욱 빠르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절대 정찰대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위력정찰도 아니니 은밀함이 생명일텐데, 이미 발각되어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거의 실패한 것이니 얼른 물러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 아닐까요? ‘개새끼’들은 지능이 높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토록 무모하게 달려들었을까요? 방심을 불러일으키는 화살공격 같은 건 없습니다. 이미 발각되었다는 것은 곧이어 후속증원부대가 도착할 것이고 숫적 열세에 놓인다는 뜻입니다.


전투 상황을 인접부대에 전파하는 내용도 없습니다. 이 소대는 오로지 혼자 고립된 듯이 행동합니다. 그리고 소대원 절반 가량은 미리 내려가서 북문에서 대기를 타고 있다가 잔적을 도륙했다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 주둔지는 각 방위별로 4개의 성문이 뚫려 있는 정방형의 요새라고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설명을 안 해 주니 말입니다.. 아무튼 전장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는데 추격병을 보내는 것은 좀 위험한 행동입니다. 신중한 사람이라면 반개 소대 인원만 밖으로 내보내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소대와의 연계도 생각해 볼 만한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늑대인간의 후각이 얼마나 밝은지는 알 수 없는데 성벽 위에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감지할 정도라면 아마 성벽 밑으로 내려간 사람도 몇이나 되는지 감지할 수 있었을 거라 봅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개연성이 크게 없는 것이죠.



4화

쌓인 눈을 안 치운다고 합니다!

마물의 자취를 찾기 쉽고 마물로부터 도주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주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뇨? 혹시 마경대 중에 스키부대라도 있습니까? 적설은 기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눈이 얼마나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지붕에 쌓인 눈을 안 치우면 주둔지 건물이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무너집니다. 재수 없으면 밤중에 자다가 소대원 모두가 깔려 죽는다는 겁니다.

또 눈을 치워야 하는 이유는 보급로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보급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군요. 또 추측해야 합니다.

제가 읽은 게 맞다면 이 부대가 주둔한 지역은 마경이기 때문에, 아마 근처에 민가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딱히 둔전을 하는 것 같은 묘사도 없었습니다. 휘하 병력들을 매일매일 연병장에서 굴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들이 먹고 입고 하는 그 모든 분량을 후방에서 수송해 온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눈이 오면 보급로가 막히잖아요! 눈을 치우지 않는다면 주둔지는 내년에 눈이 녹을때까지 고립됩니다. 주둔지 병력은 최소 2~300명가량(위에서 4개 소대 규모로 추정했고, 1개 소대는 50명가량이니) 될테니 그들이 먹고 입고 불때는 모든 물자들이 주둔지 내에 비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녀석들 봄까지 싱싱한 채소는 구경도 못하겠군요. 말린 사과나 건포도, 염장배추 따위가 없다면 비타민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기병 따위의 질병이 유행할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그렇고 부대 특성상 매일매일 훈련을 돌리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월동준비도 해야 하고 땔나무도 잔뜩 모아놔야겠지요. 베론의 주 업무는 아무래도 훈련보다는 얘들을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작업거리가 넘쳐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성벽 보강 작업이 정말정말 시급해 보이거든요. 무려 맨손으로 기어올라가는 높이입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후방에서 수송대가 대규모 보급추진을 한다면, 거기에 마물이 꼬이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까요? 수송간 수송대 및 주둔지 방호작전이야말로 이 부대가 맡는 작전 가운데 가장 위험해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몇 달간 전투가 없다가, 갑자기 겨울이 되자마자 2주간 15번의 교전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마물들은 겨울에만 움직이나 봅니다.

그건 그렇고 굳이 이 지역을 유지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철수하는 게 이득 아닐까요? ‘체면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라는 구절이 나온 것 같은데 이 정도라면 체면 따질 문제도 아닌 것 같고, 손해가 분명한 상황이므로 체면이 구겨지지도 않습니다.


편제에 관한 설명도 없군요.

작중에서는 궁수들이 각 소대에 소속되어, 소대장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일반적인 고대나 중세의 군대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택티컬하거든요. 보통은 중대가 기본 편제 단위니까 고대 로마에서는 병사 100명에 간부 1명의 비율이라면 여기는 소대에 간부가 2명이니 병사 25명당 간부 1명이라는, 전근대 치고는 간부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아마 평지에서 회전을 벌이는 군대가 아니라 중대 규모 주둔지를 중심으로 전선을 수비하는, 교착-기동방어 전략을 사용하는 군대라서 그런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아마 종심 쪽에는 상급제대 소속의 기동군이 존재할 겁니다. 시대배경상 틀림없이 기병대겠죠.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각 주둔지들은 무력하게 각개격파당할 겁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묘사를 보면 대부분 중범죄자라고 했습니다. 마경에서의 근무를 아무도 희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사기도 낮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범죄자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어차피 여기로 끌려온 거, 탈영하거나 집단 반란을 일으키면 그만 아닐까요? 대다수는 원치도 않는데 끌려왔잖습니까. 이들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마경에 남아 있는 걸까요? 딱히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중범죄자들이니 딱히 처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것도 아닐 테고, 어차피 범죄자 인생들이니 여기서 도망하여 어둠 속에서 살면 그만이잖습니까. 이 부분에 대한 설정을 보강하여야 할 듯 합니다.

게다가 여기서 병력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오로지 폭력밖에 없어요. 반항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간부들의 무력이 무서워서 못 하고 있는 구조란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부보다 더 큰 무력을 갖게 되면 태업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대가 공중분해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대가 유지되는 것은, 아마 상급제대에 헌병대 비스무리한 기능을 하는 부대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이들은 범죄자 신분도 아니고, 높은 보수를 받거나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군 복무를 할 요인이 있는 사람들이며 이들이 독전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범죄자 출신들이 군소리없이 복종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배경이 중세이긴 하지만 봉건제는 많이 무너진 듯 합니다. 군부가 존재하고 계급체계가 존재하며, 영주의 사병이 아니라 국가의 군대가 변방을 수비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범죄자들을 징발하여 변방으로 보내거나 전근을 시키는 등, 상당히 중앙집권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만약 봉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였더라면 국가가 나서서 마경을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경 일대를 다스리는 영주가 스스로 수비해야 했겠죠.


아 그런데 이제서야 성채의 구조에 관한 묘사가 보입니다. 동쪽 성채, 남쪽 성채라고 하는 걸 봐서는 주둔지 형태가 정방형이 아니라 중심부의 거성과 주변의 지성으로 나누어진 형태인 모양입니다. 아니 그럼 주둔지에서 책임방어구역까지의 거리가 훨씬 더 멀어지는데...? 뭐 일단 넘어가고요

사자도 기어오르는 거 보니까 성벽 높이에 확실히 문제 있는 거 맞습니다. 체력 단련보다 이거부터 먼저 해결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나 들락거릴 높이면 그건 성채로서의 기능을 못 하는 셈입니다. 무릇 성채라면 맨손으로는 어쩌지 못하고 공성장비가 필요해야 하겠죠. 암사자들이 공성무기를 만들고 조작하지는 못할테니 성벽만 제대로 만들어 두었더라면 아마 사자들도 공격할 방도가 없어서 도로 물러갔을 겁니다. 명백한 실책이고 각급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입니다. 중앙집권적인 군대이지만 상급부대 검열이나 순찰 같은 것은 없나 보군요. 이 소설의 또다른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완전한 중세도 아니고, 현대와 중세의 중간지점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말입니다. 타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하겠지만 역시나 설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벽 전투 장면에서도 문제가 발견됩니다.

성벽의 높이가 낮다는 것은 앞에서 증명됐는데, 이 성벽의 폭은 또 엄청 두꺼운 것 같습니다. 소대원 50명이 동시에 올라가 있고, 또 한데 몰려서 싸울 수 있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성벽의 폭이 좁다면 소대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성벽 전체에 배치되어야 하겠지만, 전투 도중에 잡담하는 장면이나 베론이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보면, 마치 평원에서 회전을 하듯이 50명이 좁은 공간에 모두 함께 있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십장이나 분대장들이 자기 휘하 병력들을 데리고 성채의 4면을 모두 방호해야 하기에 베론이 모두에게 동시에 지시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고 있죠. 즉 50명이 퍼져 있는 게 아니라 뭉쳐 있다는 소립니다. 뭉쳐 있다는 것은 곧 마물들이 성채 전체를 포위한 게 아니라 어느 특정 지점만 집중 공격한다는 뜻이고, 소대원들도 그 특정 지점에 집중적으로 몰려서 막고 있다는 소립니다. 그러자면 성벽 폭이 엄청나게 넓어야 하겠죠. 어쩌면 성벽 높이보다 너비가 더 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많은 병력이 몰릴 경우 각자 가지는 전투 정면이 상당히 좁아집니다. 게다가 성벽이죠. 하지만 창을 휘두를 공간도 있고 피할 공간도 있는 모양입니다. 2주 전에 늑대인간과 싸울 때는 ‘범죄자 출신답게 온갖 기이하고 위험하게 생긴 무기'를 들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무기일수록 휘두를 때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이한 무기는 안 나오고 전투 장면에서는 칼과 창, 활만 나옵니다.


수사자를 죽이면서 사자들이 순식간에 전멸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마물들에게도 서열체계가 있다는 것이고, 나름 지성이 있는 듯한 모습도 나왔죠(지휘관으로 보이는 주인공부터 먼저 공격하는).

그렇다면 이들은 왜 여러 소대를 동시에 공격했을까요?

그만한 지성이 있었다면 특정 소대만 집중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애초에 겨울이 와서 먹을 것이 부족해지기 전에, 각 성채에 보급을 하는 수송대를 노리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문이 듭니다만 역시 설명은 해 주지 않습니다. 많은 의문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에요.




5화

부대원의 손실률이 높은 만큼 인력충원이 굉장히 쉽다고 나옵니다.

제때에 인력 충원을 하려면 우선 눈부터 치워야 해요! 눈 안 치워 놓으면 해당 자대까지 가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짧게는 2~3시간 간격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극한적인 상황이라는데, 그렇다면 보충병들이 중간에 습격당할 확률도 엄청 높지 않겠습니까? 야지에서 습격당하는 것이니 훨씬 위험할 테고요.

이런 상황에서 뭔가 소대장한테 체력단련을 시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24시간 전투대기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소대장을 굳이 보임시킨 이유가 뭔지, 다른 소대도 다 그러한지도 궁금하군요.


아,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상구를 통해 탈출합니다. 아무도 모르는데 이 소년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건 뭐 넘어가고요(설명 안 해주는게 일상이니까), 시설 관리 상태가 정말 개판이네요. 살짝 밀면 우르르 무너지는 구멍이라니...

얘 그리고 역모에 연루된 범죄자 신분으로 이 부대에 배속된 거 아니었나요? 또 이 시대에는 군사재판이나 그런 것도 없을 거고, 군사재판을 한다 치면 우리나라 군법을 적용한다 했을 때 적전 근무이탈은 사형/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길어도 반나절 안에는 전투가 반복되는 곳이잖아요.

또 그런 곳에서 단독행동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것도 눈이 쌓인 곳을요!! 어쩌면 적설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냇물은 얼어붙는다는 언급이 있었으니 동계 건조 기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쾨펜의 기후구분을 따르자면 Cw 혹은 Dw 정도 되겠군요. - 뒷부분을 더 읽어보니 동계건조기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탈영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봄까지 살아남아서 그때 탈출을 했어야죠! 겨울 아닐 때는 몇 달간 아무 일도 없는데 그때는 뭐하다가...

간부화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지도랑 나침반만 가지고 길을 찾겠다니 독도법은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날이 밝으면 태양의 위치로 방위를 찾거나 혹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되니까 나침반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6화

겨울 아침인데 나뭇가지에서 이슬이 떨어진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갔다는 뜻이죠. 얼어붙은 냇물도 살짝 녹았을 건데 겨울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까 우리나라처럼 삼한사온 현상이 나타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근처에 큰 바다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음... 그리고 일개 사병 탈영도 아니고 소대장이 탈영한 사건을 덮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눈을 안 치워서 고립된 상황'이라면 대충 내년 봄 즈음에 ’그는 전사했고 유해를 수습했습니다'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뭐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만약 그가 탈영한 후 도성 한복판에서 체포된다면 해당 부대 지휘관들은 웬만한 징계로는 안 끝날 겁니다. 어째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요?


스컹크는 겨울에도 자라는 식물인가요?

겨울이지만 참새도 있고(텃새니까 멀리 안 가는게 당연하지만 겨울에도 주워먹을 것이 있어야 삽니다), 야생 쥐가 동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크림슨산맥이라는 곳은 보기보다는 식생이 풍부한 곳 같아보입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겨울에 마물들이 미쳐날뛰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되는데...?




7화

무두질이나 재봉은 밀폐된 동굴 안에서 못 합니다. 도구가 없거든요.

그리고 폭설로 동굴 입구가 막혔는데 어느샌가 녹아 있네요. 보통 봄이 올 때까지는 안 녹을 것 같습니다만...


호랑이랑 추격전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빽빽한 숲으로 도망치면 호랑이가 나뭇가지에 걸리적거려서 속도가 늦어진다고 합니다.

보통은 사람이 호랑이보다 키가 크잖아요? 그럼 사람이 호랑이보다 나뭇가지에 걸릴 일이 더 많은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호랑이가 아주 거대하다는 얘기인데,

아니 그 이전에 여기 기후대로 봐서는 타이가 삼림, 즉 침엽수림이 펼쳐져 있어야 하는데 아까전에 ‘나뭇잎이 없는' 나무가 있다는 묘사도 나왔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활엽수도 있다는 거겠죠. 그리 추운 지방은 아닌 모양입니다만 아무튼 엄청나게 빽빽한 잡목림의 가시덩굴 따위가 아닌 한, 사람이든 호랑이든 나뭇가지에 걸리적거릴 일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을 거라 보거든요.

소설 쓰면서 지리나 기후에 대한 지식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호랑이 앞발의 위력은 800kg 정도라고 합니다. 즉 막을 수가 없어요. 방패로 막아도 엄청난 충격량을 다 흡수 못 할 판인데 그 얇은 칼로 어떻게 막아내겠습니까? 테이오드에게 800kg의 위력을 맞받아칠 수 있는 힘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그때는 오히려 칼이 못 버틸 것 같기도 하네요. 칼은 베고 찌르는 도구이지 타격 무기가 아니니까요. 딱히 대형검이라는 묘사도 없었고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테이오드의 완력으로는 20kg짜리 쌀 옮기는 게 고작일 듯 합니다.


뭐 이렇게 저처럼 하나하나 따지면 살아남을 작품이 몇이나 있겠냐만, 그게 제가 장르문학을 잘 읽지 않는 이유이고 또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이것저것 따지다가 머리아파서 못 쓰거든요. 대개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읽습니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가 자꾸 나오는 경우 바로 하차하는 편입니다. 비현실적인 건 괜찮은데 개연성이 떨어지면 못 참아요.

여기서도 나이가 마흔이 넘은 남자, 그것도 노련하고 유능(부대시설 관리하는 거 보니 유능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한 남자가 여자에 관한 일에는 둔탱이가 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죠. 그 정도 남자라면 표정과 말투 등 비언어적 의사전달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압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달려드는 여자 기분을 못 알아채는게 어색한거죠.




8화

500년 전에 쓰여진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지식을 요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한글 문법이 정립된 역사가 짧은 편이라서 그 정도가 훨씬 심한 편이죠. 한문은 시대를 넘어서도 동일한 구성을 유지하는 대신 구어와 문어의 차이가 너무나 크게 벌어져 버렸고, 라틴어는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일본어는 언어 변화가 좀 덜하다지만 1천년 전에 쓰여진 소설, 겐지모노가타리를 그 시대에 쓰여진 원어로 읽으려면 고문을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 어떤 언어든 오랜 과거의 기록을 읽으려면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테이오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5백년 전 문장을 읽는 것으로 보아 고문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 나온 물품들 중에서 담배, 위스키, 나침반 등이 있었고

중앙집권화가 꽤 이루어진 점으로 미루어 볼 때

16~17c에서 화약과 석궁만 제거한 세계관이라 보면 얼추 맞겠군요.

대위니 소령이니 하는 군사계급 자체가 좀 더 후대의 산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까지 총 22편을 읽었네요.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일단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넘게 개연성 따져서 미안합니다. 사실 이건 비평이 아니죠.

그렇긴 하지만 작가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아무쪼록 개연성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보다 좋은 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11 MrJ
    작성일
    15.11.27 05:0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9 백각
    작성일
    15.11.27 10:18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1 MrJ
    작성일
    15.11.27 18:13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11 MrJ
    작성일
    15.11.27 05:08
    No. 4

    잘 읽었습니다. 비밀댓글로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밀댓글로 수없이 말씀드렸듯이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백각
    작성일
    15.11.27 12:07
    No. 5

    아까 나머지 부분을 모두 읽어 보았는데 오니편에서는 현실에 없는 존재를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개연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MrJ
    작성일
    15.11.27 18:14
    No. 6

    감사합니다. 회전폭격님의 지적하신 점을 참고삼아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대법원
    작성일
    15.12.05 23:09
    No. 7

    종신형이 무기형인데 뭘 두개 중에 고르라는 거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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