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3 슈겔
작성
09.04.17 23:41
조회
756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역시 일차적인 원인은 독자의 인내심 문제 같습니다. 독자들이 1, 2권 보다 재미 없다고 때려치우지 않고, 한 3, 4권 볼 때까지라도 읽어준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나 작가 입장에서나 앞권에 재미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죠. 글도 더 안정적일 테고.

그럼 왜 독자들이 인내심을 못 갖는가? 사실 즐기자고 읽는 글에 인내심 가지면서 읽는 건 좀 이상하죠. 우리가 장르 소설을 공부하려고 읽는 것도 아닌데. 그럼 '용두사미 소설이 많은 건 독자의 인내심이 모자라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건 영어 시간 지문에 프랑스어가 나온 것만큼 웃기는 얘깁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전반적인 작가의 자질이 딸리는 게 정말 문제일까?

좀 근본적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재미라는 게, 그러니까 좀 어려운 말로 해서 쾌감이라는 게 꽤 여러 종류가 있지요. 정말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종족번식행위에서 느끼는 쾌감이 있는가 하면 남을 돕는 데서 얻는 쾌감도 있고 멋진 음악이나 시구를 접했을 때 느끼는 쾌감도 있습니다. 흔히 전자를 말초적 쾌감이라고 하고 후자를... 정확히 뭐라 하는진 몰라도 보통 고차원적, 정신적 쾌감이라고 하죠 아마?

근데 밥 너무 많이 먹으면 밥 먹는 게 고역이듯이, 쾌감도 한 종류만 열심히 느끼다 보면 그게 고역이 되죠. 경제학 가르치는 교수 말로는 이런 걸 좀 유식한 말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제 맨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죠. 우리가 안 질리고 소설을 재밌게 잘 읽으려면 여러 종류의 쾌감을 번갈아 느끼든가, 아니면 한계 효용 체감이 좀 느린 종류의-뭐, 아무래도 말초적 쾌감보다는 고차원적 쾌감이 그런 쪽에 가깝지요?-쾌감을 느끼는 게 좋겠지요?

근데 그럼, 음, 실례가 될만한 질문인데, 장르소설 독자층의 대다수인 초등 고학년~고등학생 정도 또래의 청소년들이, 보편적으로 봤을 때 글에서 고차원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글쎄, 지금 갓 대학에 들어온 저도 꽤 최근까지 그런 시절을 겪었습니다만 대부분의 그 나이 또래 청소년들은 그런 거 모르죠. 어쩌겠습니까. 그들이-이렇게 써놓으니까 꼭 나는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저도 잘 모르지만-그런 쾌감을 느끼는 법을 알 리가 없죠. 배운 적도 없으니까. 학교와 학원에서 글 읽는 법이랍시고 가르쳐놓은 건 '주제 파악하고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알아보고 구조화시키고...암튼 수능 잘 봐라'하는 게 전부잖아요.

그럼 그들은 무슨 쾌감을 추구하는가? 당연히 좀 더 저차원적인, 그러니까 말초적 쾌감이죠. 그런 건 안 배워도 좀 더 알기 쉽잖아요? 그런데 그런 건 잠깐은 재밌어도 너무 보다 보면 고차원적 쾌감보다 훨씬 쉽게 질리거든요. 그럼 그게 1, 2권 넘어가서, 한 7,800페이지 넘어가서 그게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작가가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읽는 애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글에서 고차원적 쾌감을 느끼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작가는 그런 고차원적 쾌감을 지어낼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Comment ' 13

  • 작성자
    Lv.10 티야
    작성일
    09.04.17 23:56
    No. 1

    글쎄요, 독자가 작품을 어떤 쾌감으로 받아들이든 작품의 인기를 결정하는 건 작가의 실력 아닐까요? 저도 아직 고등학생이고 깊이 있는 작품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을 좋아하는편이지만.. 쥬논님의 앙신의 강림같은 대작은 마지막권까지 보도록 시간가는줄을 몰랐네요. 솔직히 판타지나 무협이라는게 문학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재미, 즉 슈겔님이 거론하신 말초적쾌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막 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된것같은데.. 아무튼 독자가 받는 자극을 적절히 조절해서 완결까지 손 놓지 않고 보게하는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독서소년
    작성일
    09.04.18 00:00
    No. 2

    맨마지막 구절을 봐서는.. 굴테인님의 말씀하신 그 작가의 할 일을 할 정도로, 능력있는 작가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거 같네요. 그 원인은 그 전에 언급된 소설을 읽는 학생층이 다시 작가가 되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 같구요.
    뭐.. 제가 파악한 글의 요지는 그렇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독서소년
    작성일
    09.04.18 00:01
    No. 3

    그나저나.. 연재한담이라는 분류가 참 애매하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슈겔
    작성일
    09.04.18 00:02
    No. 4

    에, 저도 참 두서 없이 글을 쓰긴 했는데... 독서소년님 말이 얼추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 추가하고 싶었던 건 교육 얘기였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Keslo
    작성일
    09.04.18 00:03
    No. 5

    고차원적인 쾌감의 판타지라면 사실 드물지 않나요? 전 차라리 판타지나 무협은 그 자체가 대부분 말초적 쾌감류의 글이고 용두사미고 아니고, 재밌고 말고는 모두 작가의 필력에 달렸다고 봅니다.

    고차원적인 쾌감의 소설이라면 생각나는건 구무협밖에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학대파
    작성일
    09.04.18 00:04
    No. 6

    중고딩이 흔하게 접하는게 그런 글이라서 그런 글만 찾게 되는거지..
    양판소를 한 반년 정도 넘게 읽다가 1세대 판타지 읽으면 그때부터 각성... 이지요 -_-a (어쩌면 저만 그럴지도..)
    문제는 판타지 소설만 반년 이상 보는 매니아는 흔하지 않..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독서소년
    작성일
    09.04.18 00:06
    No. 7

    요즘 판타지 보던 분들은 초기 판타지 손에 잡으시기가 쉽지 않으실텐데 ㅎㅎ..
    저도 용의신전부터 읽어왔는데, 지금 와서 유명했던 예전 소설들을 볼려고 해도 생각보다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이미 읽은 소설이라면 모를까, 새로 시작해서 읽기는 쉽지 않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티야
    작성일
    09.04.18 00:08
    No. 8

    흐음.. 저는 오히려 양판소에 찌들어있다가 예전 대작을 읽으니 느낌이 완전 좋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대작들만 찾게 되더라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독서소년
    작성일
    09.04.18 00:22
    No. 9

    뭐.. 제가 아직 양판소에 충분히 담궈지지 않았나 봅니다 ^^;
    정말 열심히 읽는 분들에 비하면야..
    전 문피아에 들어와서 하루에 몇편씩 보는게 끝이니까요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콤니노스
    작성일
    09.04.18 00:29
    No. 10

    예전 대작 읽고 요즘 양판 못읽게 된분들은..영미 판타지 추천. 얼불노하고 엠버 연대기 정도만 읽어도 모종의 경지에 도달하게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프리저
    작성일
    09.04.18 00:35
    No. 11

    수준차라고 하면 기분나쁘게 들릴수도 있지만 연령과 독서량 교육수준에 따른 독자들이 보는 눈높이가 틀린것은 사실이니.. 취향차이라는것도
    따지고보면 눈높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시작에 모든것을 쏟아 붓는듯한 요즘 글들이 아닌 처음 시작자체가
    밋밋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오래된 작품들을 보게되면 답답할수가
    있겠지만 마지막까지 읽게되면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때 읽어보라 권하는 고전소설들을 보면
    저도 그때 시절에 작가가 말하는 의도나 주제를 찾기 바뻤지
    재미를 느낄수가 없던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다시 읽어보니 그때는 보지못했던
    글속에서 재미와 작가와 동질감과 감동까지 느껴지더군요.
    장르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몇백년전에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것과 마찬가지로 장르소설에서 좋은 작품이여서
    많은분들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자신에게 별로라고 생각되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게되면
    재미있게 읽을거라 믿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일
    09.04.18 01:53
    No. 12

    글을 못써서 그런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하르얀
    작성일
    09.04.18 03:26
    No. 13

    제발 부탁합니다. 1절만 합시다.

    연재한담의 용도를 떠나서 지나간 얘기를 또하고 또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는 댓글과는 수준이 달라! 내 글은 마땅히 새글로 올려야해! 하는 치기어린 마음이 새로운 문제를 불러옵니다.

    1절만 합시다. 제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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