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망회회 소이불루
天網恢恢 疏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으니 엉성하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는 노자 도덕경 73장 임위편任爲篇의 말입니다.
왜 야심한 시간에 갑자기 도덕경의 글귀를 인용하는가 하면,
각종 소설류와 관련하여 저에게는 한 가지 안 좋은 습관이 있습니다. 책방에서 빌려 보았건, 서점에서 구매해서 보았건 일단 한 번 읽은 소설은 그 텍스트 파일을 HDD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건 제가 글 쓸 때의 습관 때문인데, 글을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잠깐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곤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짬짬이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론이 "바로북 + txt파일"의 조합이었습니다. 여기서 구태여 txt파일을 이미 오프라인상에서 읽은 소설로 한정한 것은 최소한의 성의표시, 얄팍한 양심의 발로였지요.
어쨌건 내가 txt파일을 읽는 건 읽는 거고, 타인에게 공개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HDD에 이것저것 꽤 많은 소설의 txt파일을 쌓아두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말, 문피아에서 출판물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 시끄러운 일이 있었고, 그 참에 저도 창고-HDD죠-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괜히 있는지도 몰랐던 엉뚱한 파일 하나 때문에 봉변당하면 곤란하잖습니까? 하여간 창고정리를 해 보니 엉뚱하게도 공유파일 목록에 지금까지 모아온 txt파일들이 죄다 올라와있어서, 충격과 공포 속에 그것들을 모조리 정리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우기 전에 이미 법무법인쪽에서 고소가 들어간 모양인지, 며칠 전 집에 와 보니 저희지역 경찰 지서에서 피고인 출석요구서가 날아와 있었습니다. 그 때의 심정은 그저 "올 것이 왔구나" 그 하나 뿐. 실수였다고는 해도 제가 저지른 짓이 있다 보니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경찰청에 계신 숙부님을 통해 어찌어찌 일이 잘 해결되었습니다만(..."빽"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집안이 공무원 집안인지라 이런 소식은 정말 순식간에 퍼져나가더군요), 이 일로 해서 지난 며칠간 치른 고역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자나깨나 저작권법 조심, 쓰다 버린 공유폴더도 다시 보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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