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나는 다수파에 속한다?

작성자
Lv.59 취룡
작성
14.10.23 12:17
조회
1,463

흔히 하기 쉬운 착각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도 몇 년전까지는 빠져 있던 착각이고요.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이 다수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러니 내 기준/취향과 다른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죠.


저같은 경우는 군대에서 모 작품을 보고 '아, 내가 확실히 완전 다수파에는 속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재밌다고 하는 모 작품이 제게는 그냥 그랬거든요.


그럼 제게 있어 재미가 별로였다 하여 그 모 작품이 '구린' 작품이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컬쳐들의 가치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모 포털 사이트 장르소설관을 보다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똑같은 작품을 두고 어떤 사람은 재밌다는 리뷰를 달고, 어떤 사람은 쓰레기라 욕하고.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은 재밌다는 사람을 이해 못하고,

재밌다는 사람은 자기가 재밌게 보는 글에 쓰레기라고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죠.

- 소위 말하는 빠와 까가 싸우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남이 쓰레기라 말하면, 자기 자신까지 쓰레기라 욕을 먹은 기분이 들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가치란 건 상대적인 거구나...하고 크게 느낀 일이 있습니다.



옆 동네 대여점(그나마도 이젠 사라졌...)에 갔을 때 일인데요.


문피아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서 막장이라고 까이고 까이고 또 까이던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여점 단골로 보이는 아저씨가 대여점 업주와 대화하면서 그 책을 집어들더군요.


"책을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지. 요새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거의 없어서 큰 일이야."



저 일이 있은 후부터 뭐랄까... 전 다른 작품을 볼때 절대적인 판정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으로 어떻다!라고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난다고 해야 할까요?


한 때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른 귀여니씨의 소설들.

옛날에는 저도 한 없이 까기만 했는데, 근래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되었든 히트했고, 많은 소녀들의 지지를 받은 소설이다. 그렇다면 그 소설에는 그 소녀들의 지지를 이끌어낼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그 소녀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가치있는 소설이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좀 새는데...

군에 입대 했을 때 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저랑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을 여럿 만났거든요.


성장과정의 차이, 생활환경의 차이 등등... 그 많은 변수들이 만들어낸 간극이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생각과 취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본제로 돌아가,


전 그래서 타인의 리뷰를 볼 때도, 제가 리뷰를 쓸 때도

이건 그 리뷰어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는 전제를 깝니다.


가까운 예로, 근래 개봉했다가 욕을 한바가지 먹은 드라큘라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모 커뮤니티에서는 참으로 가열차게 까였고, 제가 나름 재미있게 봤다고 하니 노골적으로 비꼬면서 어떻게 그런 걸 재미있게 보냐고 까는 인간도 있더군요.


아무튼, 전 그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액션이 어설프고 CG가 별로이긴 했지만 설정이 제 취향이었거든요.



횡설수설이 되었는데...

근래 유료 연재를 하며 예전보다 좀 더 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니 새삼 다시 떠오른 잡상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덧1)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써라. 너랑 성향이 맞는 사람은 볼 것이고, 아닌 사람은 보지 않을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입니다. 당시에 글 때문에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맞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생각과 성향이 서로 다른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덧2)

물론 모든 리뷰를 ‘이건 그 사람 생각일 뿐이니까’하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죠.

한 명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침묵하는 백 명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는 거니까요.



Comment ' 13

  • 작성자
    Lv.41 거믄밤
    작성일
    14.10.23 12:21
    No. 1

    저도 상당히 취향이 마이너합니다. 남들이 재미없다는 영화를 엄청 재밌어하고. 남들이 재밌다는 게 별로로 느껴지고...

    아버지가 어느날 그러시더군요.
    '너는 영화를 보는 안목이 없는 것 같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풀땡
    작성일
    14.10.23 12:21
    No. 2

    그런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화랑세기™
    작성일
    14.10.23 12:26
    No. 3

    동감 합니다.
    작가가 다수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는 힘듭니다.
    글을 적는 사람은 한명인데 반해 이 사람은 이렇게 나갔으면 좋겠네. 저 사람은 이렇게 나갔으면 좋겠네. 해도 결국 그 작품의 작가는 한명이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죠. 칭찬은 많이 할 수도록 좋다.
    칭찬을 많이하세요. 없으면 찾아서라도 답글 하나 적어주는게 지적 답글 하나보다 좋습니다.

    욕은 적게 할수록 좋고 칭찬은 많이 할 수록 좋다. 라는 말처럼 독자 여러분도 그 작가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 발전시켜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키르슈
    작성일
    14.10.23 12:26
    No. 4

    저도 은근히 소수파에 속하는지라...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진필명
    작성일
    14.10.23 12:28
    No. 5

    취향이 맞으면 보고 보다가 안 맞으면 접고, 모든 게 그렇죠.
    영화도 10분도 못보고 졸다 온 것도 있고, 그렇다고 나가며 이 영화 재미없다 소리치지는 않죠.
    재미있게 보는 사람도 많으니, 민폐가 되고 마이너러티가 자신일 수도 있으니까요.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를 추구하는 글도 팔릴 수 있어 유료가 좋은 거죠. 조회가 100미만이라도.
    소수 의견, 소수 취향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수 취향도 마찬가지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선위
    작성일
    14.10.23 12:29
    No. 6

    공감합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에겐 멋있고 세련된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어떤사람에겐 저걸 왜 입지 하는 생각들도 있죠. 누구에게나 상대적인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디자이너도 자신의 패션관과 어울리지 않는사람들에게 늘 설득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는게 저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재성이 강한 소설들에선 초반 그 색깔이나 글의 느낌을 연재하는 중간에 한참 벗어나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죠. 그런 부분에선 독자들의 비평은 잃어가고 있는 작가의 색깔을 질책해주는 좋은 피드백이 될것 같습니다. 자기 색깔과 그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비평을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글을 시작했을때 가졌었던 장점들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4.10.23 12:31
    No. 7

    100% 동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수 없듯이, 역으로 모든독자가 불만을 갖고 있을수도 없는거죠.
    나는 이렇다! 너희도 인정해라! 이러는건 싸우자는 의도 밖에는 안되는 듯 합니다.

    내 생각에는... 요 단어만 앞에 넣어줘도 웃고 넘길 것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글로 변하는걸 보면, 저 역시도 그 중 한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중이염환자
    작성일
    14.10.23 12:33
    No. 8

    군대 경험을 언급하신 부분에서 크게 공감합니다. 진짜 군대는 별의별 사람이 다 모이더군요; 유유상종이라고 하죠. 부모님 밑에서 무난하게 초중고를 거치고 서울로 대학을 가서 비슷한 환경과 사고방식의 친구, 동료들과 어울리다 군대 가서 만나는 것은 신세계...... 가장 충격은 분수 계산을 못하던 선임이었네요. 밖에서 봤으면 멀쩡했을 환경의 후임이 군대에선 얼타는 모습, 밖에서 봤으면 만날 접점이 없을 것이 분명한 선임의 책임감 있는 모습 등.

    좁아터진 대한민국에서도 그 인구수만큼의 인생과 사고방식, 관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군생활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4.10.23 12:44
    No. 9

    그나저나 취룡하면 중독성과 대중성의 아이콘 아닌가요?
    취룡선생께서 다수파가 아니면 대체 누가 다수파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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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 사.라다
    작성일
    14.10.23 12:45
    No. 10

    저도 소수파....근데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결국 다수파든 소수파든 그냥 사람이더라구요...그래서 요즘엔 맘편하게 소수파입니다...글구..또 소수파로서 다수파랑 소통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내 책임이구나 싶더라구요. 근데 그건 갑자기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일단 내 식대로, 글을 쓰던 작품을 만들던, 최대한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네...횡설수설이었습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전투망치
    작성일
    14.10.23 12:56
    No. 11

    동감입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입니다. 내가 좋다고 남들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내가 싫다고 남들도 싫어하는게 아니라는 걸 요샌 더욱 깨닫게 되더군요.
    그래서 제 결론은요? 어차피 취향 맞는 사람은 볼 거고, 안 맞는 사람은 안 볼테니 일단 쓰고 보자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23 13:16
    No. 12

    소신발언하는 한명과 그에 동조하는 침묵하는 백명. 이게 더 무서운거 같은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립빠
    작성일
    14.10.23 13:39
    No. 13

    저는 정통판타지는 좋아해서 옛날 문피아글을 찾아보고 있네요. 많이 봐줘도 정통에 퓨전섞인거 까지. 그래서 요즘 글은 몇화 읽고 하차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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