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민채
작품명 : 천지를 먹다
출판사 : 로크 미디어.
* 아래의 글은 함께 글을 쓰는 친구로써, 연재 되지 않은 이전의 소소한 글부터 읽고 적은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 여타의 다른 감상에 비해 잘 알고지내는 친구로써 조금 더 많은 개인적 감정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 스토리적 부분은 네타가 될 수 있기에 최대한 도려내고 글을 적었습니다.
글은 읽는 이를 상상 속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안고 있다.
일 더하기 일이 이가 되는 당연한 현실과는 다른,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있을 것만 같은 세상. 그것이 바로 글이고, 소설이다.
천지를 먹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소설을 처음 본 것은 작년 12월 초순쯤이었다. 그때는 아직 제목조차 정해 지지 않은 발상 부분의 짤막한 에피소드의 나열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인 사왕 무광신의는 신의의 이미지로써 유약하고 곧은 성품이었고, 그에게 허락된 세상은 하잘것없는 낙후된 세상이 전부였다.
그래서 일까?
천지를 먹다의 세상은 한없이 작고 굳어져 보였다. 지금 것 보아왔던 착하고 올곧은 주인공의 낙후 된 세상 바꾸기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글이었고, 사실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질려가던 참이었다.
원 소스 멀티유스 [one source multi-use] 라고 말하지만, 멀티유스를 펼치는 것은 어렵고 쉽지 않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많이 사용 된 소재를 나만의 것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그것이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글쟁이인 나 역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글을 쓴 구름(나민채)이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던 것일까?
십이월 중순, 다시 본 천지의 먹다의 세상은 기존의 작고 굳은 세상이 아니었다. 보다 폭넓게, 보다 개성적으로 깎아낸 거친 글이 되어 있었다.
과연 어떤 점이 어떻게 바뀌었을 까?
글쓴이는 비약적으로 변화 발전한 천지를 먹다를 읽으며 그 참신한 발상에 매료 될 수밖에 없었다.
천지를 먹다, 그 거친 이름이 주는 매력!
그것은 바로 역사적 현실을 차용하였지만, 역사를 그대로 고집하지는 않은 점에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삼국지의 한말을 배경으로 아시아 대륙의 현황을 차용한 무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끌어내었다. 삼국지연의의 사왕은 알 수 있으나, 천지를 먹다(이하 천먹)의 사왕은 알 수 없다. 그것은 역사적 인물과 배경을 있는 그대로 차용한 역사소설이 아닌, 환상과 상상력을 가미시킨 장르 소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같은 배경, 같은 자리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
그렇다. 천먹의 주인공 사왕의 환생은 역사 속 일탈한 꽤한 나민채의 새로운 도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천먹의 시작은 이제는 도식화 되어버린 환생물의 시작과 맞닿아 있고, 그는 읽는 이에게 식상함과 작위성을 느끼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왕 참신한 이야기를 선택했더라면 보다 새로운 서두를 찾는 것은 어땠을 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자, 그럼 요리의 스프에 해당되는 서두를 한술 떠 보았고, 본격적인 메인디쉬 본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천먹은 소위 영지 발전물이라 일컫는 주인공의 영지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주된 베이스로 삼고 있는 환상 소설이다. 허나, 지금 것 많이 보아왔던 마법을 쓰고 기사를 이끄는 중세 판타지 세상이 아닌, 한말 아시아 대륙과 닮은 곳의 이야기라는 것이 기존의 환상 소설과는 다르다.
과연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것은 책을 펴고, 천먹의 세상과 마주 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천먹의 세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후한의 삼국시대로, 몬스터와 초월자들이 판을 치는 판타지 세상과는 다른 또 다른 초월자들이 존재한다. 바로 한 필의 말과 창으로 만인의 병사를 상대했다는 무장들이 그것이다. 첫 서두에 넣어 둔 무림이라는 존재가 후에 어떻게 암약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천먹의 세상은 무공이 아닌 타고난 신력을 자랑하는 천성무골의 활약으로 꾸며져 있다.
훙 도위라 불리는 톤토 훙부터, 산월족의 왕까지.
그들이 가진 신력은 자연스레 병사들의 사기와 어우러져 능히 만명의 힘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설 삼국지연의나 게임 삼국지를 즐겨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기토라던가, 장수의 멋진 기백은 책을 읽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나’의 어깨까지 떨리게 하지 않던가? 천먹의 기백 넘치는 장수들은 기대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색다른 재미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아직 안심 할 수는 없다. 그런 막강함을 자랑하는 장수들이 남용되고 그 기백과 신력이 기대감을 넘어서 황당함을 가져다주게 된다면 천먹의 장수들은 그 질이 떨어지고, 흥분과 기대를 만들었던 일기토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후에 무림이 얼마만큼의 힘으로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그래서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도부터, 색다른 재미까지.
이렇게 좋아만 보이는 천먹도 단점은 있다.
바로 정형화 된 케릭터들이 문제다. 주인공 사왕을 필두로, 훙 도위와 관리들은 너무나 전형적인 사람들이다. 스스로를 살을 찌우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관리들은 너무나 악당다운 악당들이고, 그런 그들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 주인공 사왕과 그 일행들은 너무나 주인공스러운 주인공들이다. 물론 대립 구도라는 것이 단순화 되고 양극화 될수록 이해가 쉬워 진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연이 있고, 그것은 악인이건 선인이건 모두가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피부색 마냥, 검은색 하얀색 정해지는 대립구도는 어느 순간 단순함을 넘어 무식함으로 다가오게 될 지도 모른다. 악인이건 선인이건, 그들은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목적의식이 필요하며, 그 목적의식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할 때 비로소 생동감이 넘치는 케릭터들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일 이권 밖에 나아가지 않은 천먹의 세상이지만 위에서 말한 케릭터들의 단순 노선에 마음이 불안하다. 좋은 글로, 나아가 수작이 될 수 있는 초석을 깔아 놓은 천먹이 위의 단점들을 보안 강화한다면, 평생 기억에 남는 이야기 거리를 하나 갖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주인공 사왕이 소설의 제목처럼 천지를 먹게(갖게) 되었을 때, 그의 모습에서 세상을 초월한 절대자가 아닌 역경을 이겨낸 정복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민채가 그려내는 새로운 환상 천지를 먹다.
앞으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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