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천사지인
출판사 : 청어람
편의상 평대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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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얻는다.
내가 생각하는 천사지인의 가장 큰 주제다. 조진행님의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천사지인은 그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협이나 판타지를 보며 감정이입이 되기는 정말 힘들다. 원래 추구하는 방향이 대리만족과 특정부분의 카타르시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칼한번, 손한번 휘저어 수십수백을 몰살하고 작은 언덕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적지 않은 부분에서 주인공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백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당고랍산에서 장염의 깨달음 부분이다.
'만들었으면서 자기 것으로 아니하고, 되게 해주면서도 거기에 기대지 아니하며, 자라게 하면서도 다스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을 가리켜 경천일기공이라 한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驚天一氣功. (생이불유 위이부시 장이부재시위경천일기공)'
道를 얻기 위해서는 원한을 버려야 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조건인가. 물론 주인공인 장염이 무공을 익히는 이유는 고수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道를 얻기 위함이다. 일견 주인공의 道타령에 신물이 날수도 있겠지만 '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라는 그의 이야기처럼 그의 인생 그 자체가 해를 쫒는 해바라기꽃처럼 도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답답해보이면서도 수긍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염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나 역시도 주책맞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 안에 장염의 눈물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서일까, 장염의 눈물에 같이 휩쓸리는 많지 않은 경험을 얻었다.
결국 장염은 원한도 버리고 내공도 버림으로써 道를 얻었다. 아쉬움과 흐믓함에 그의 모습을 보았지만 언제 또 다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인물을 만날까라는 생각에 씁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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