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녹목목목
작품명 : 청룡만리
출판사 : 북박스
청룡만리는 출간된지 4년이 조금 더 된 작품이다.
아마도 큰 대여점이라면 구석에 숨어 있을 테고 작은 대여점이라면 이미 예전에 처분 했으리라.
이런 묵은(?)작품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근래 인기 있는 용이 나오는 무협 들을 보다 다소 비슷한 소재를 가진 책장 구석에 있는 이놈을 이야기 해 보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 당시 꽤나 인기가 있었고 작가 나름의 상승세가 있는 듯하였으나 미국 성인 만화를 연상시키는 작가 특유의 엽기적 유쾌함이 일반 대중의 정서에 그리 와 닿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차기작[신투]를 조기 종결 한 후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작품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청룡(진짜 용.)이 승천을 앞에 두고 과거 항아라는 여인의 죽음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고민으로 인간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 나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찌 보면 근래 빈번히 나오고 있는 `드래곤이 중원에 오다`를 연상할 수 있겠으나 그와는 전연 동떨어진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협을 성인들의 동화라 한다면 가장 첫 머리에 놓일만한 작품이 바로 [청룡만리]이다.
여기에는 근래의 빈번한 판타지 속의 드래곤처럼 유희를 핑계로 온갖 패악을 일삼고 주인공의 말 잘 듣는 힘센 머슴으로 전락해 버리는 용이 아닌 수천년 살아온 초월자로서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용이 등장한다.
청룡은 오욕칠정에 붙잡혀 흔들리며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온갖 인간 군상들을 만나고 알아간다.여기에는 속고 속이는 음모와 계략 그리고 음란한 남녀 간의 치정도 있으며 권세를 빌어 핍박하는 무리 등 그 비뚤어진 욕망에 제 몸이 불에 타는 줄도 모르는 불나방들이 있으나 그 반면에 순수한 사랑, 우정 등등...그 복잡한 인간사 하나하나가 작가의 여물진 손끝에서 살아 움직인다. 인물과 사건들 하나 하나가 감칠 나며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쓰여진 것이 없다. 등장인물들 마다 사연 없는 이가 없으니 음란한 여인이나 남자도 사악한 음모와 계략을 꾸미는 악당들도 미워지기 보다는 안타깝고 애처롭기만 하다.
근래 무더기로 쏟아지는 어린 작가들의 편협하고 치기 어린 자기 철학의 주절거림이 아닌 사회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으며 체험한 작가의 넓은 가슴이 절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신 무협이 태동한 이후로 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었으며 또한 작가들이 있었으나 어느새 세월에 흩어지고 사라져간다.
안타깝기는 하다만 이것이 단지 무협만의 이야기는 아니니 문화 예술 스포츠 다들 그러하지 않은가.
그래도 무협 계에는 이렇듯이 작품이 남아있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나 어느 라이브 클럽에서 사라진 명 밴드나 챔피언 벨트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링을 내려와야 했던 명 복서들은 이제 어디가서 만나보며 그 당시의 그 멋진 모습들을 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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