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마군자
출판사 : 로크미디어
무협이란 장르를 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이란 역시나
첫사랑을 잊기 힘들듯이 자신의 초창기 시절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힘든 모양이다.
세대 구별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굳이 나누어 보면 1세대 무협에
속한 작품들이 주는 향수는 나에게 적지 않은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전형적인 줄거리와 천편일률적인 인물들이 넘치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중국무협고는 다른 독특한 한국무협 특유의 색채를 만들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 말이다.
무협소설이 환상소설(서양식 판타지를 말함이 아님)이란 커다란 범위 내에서
본다면 역사무협이란 작은 카테고리와는 다른 무협적 환상이 가득 담긴
장르소설이기도 한 것이라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2세대 작가들이 1세대 무협과는 다른 흐름을 만들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들 곳곳을 보면 과거 1세대 무협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세대 무협의 기수라 불리는 좌백의 작품을 보더라도 그러한 사실은
분명히 나타나는 것 같다.
미완결이지만 '천마군림'을 보더라도 자신의 쓰고 싶은 작품과
자신이 읽고 싶은 작품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있을 것이다.
장경의 몇몇 작품들을 보더라도 '천산검로'의 마령지체라던가 '암왕'에서
나오는 그 신화적인 분위기,'성라대연'에서 나오는 북후의 무공
(유계의 힘을 끌어들이는 무공)등에서도 그러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장경의 소설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그가 구무협에 대한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있다.
특히나 구무협이 가진 환상성 즉 그 넘치는 상상력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말이다.
이번에 출간된 '마군자' 역시 그런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상당히 재미있다.
기존의 그가 그려왔던 무협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러나 작가 자신이 즐겁게 읽고
싶은 소설말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장경식 무협이란 틀을 확실히 깨어버리는 일종의 도박을 걸었다는 생각도 해본다.기존의 독자층에서 상당 부분 반발감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이기도 했고 좀더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는 부담감을 지닌 그런 도박 말이다.
그러한 도박의 결실인 '마군자'에서 가장 기대를 하고 있는 점은 장경의 상상력이다.
'마군자'에는 발칙한 복선이 깔려있다.엉뚱한 상상을 하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할
그런 요소 말이다.
사실 '마군자'의 탄생 비화를 어느 정도 엿들은 독자의 입장이라 이런 감상을 올린
다는 것은 위험(?)스런 일이지만 원래 '마군자'의 원안은 무협이란 장르의 한계선에
서 다른 장르의 요소까지 소화시키는 큰 스케일(?)이었다.
결말은 어째 거나 미지수이고 아직은 평가선상에 놓인 '마군자'이기에 그 결말이
어디로 튈지는 작가도 모를 일이다.(나중에 가서나 알겠지요)
그러나 개인적인 바람은 그 상상력이 활짝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로
'마군자'가 살아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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