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무협지가 최고다!
무협작가는 시인(詩人)이다.
그들이 노래부르는 것은 동서도 끝이 없고 남북도 다한 데가
없는 무한히 광대하고 넓은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일찍이 민족의 시인 이육사도, 절망의 시인
보들레르도, 낭만의 시인 키이츠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서사(敍事)가 있다.
영웅이 아니면 뱉어낼 수 없는 호랑이 같은 포효가 있으며,
가슴이 시리도록 저려오는 흰 피부 미인의 한숨도 있다.
이토록 장대하며 가슴 떨리는 구절을 만들어내는 시인들을 나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무협작가는 과학자(科學者)다.
그들은 인간의 신체구조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다. 몸 속에
기(氣)와 혈(穴)이 통하는 구조를 줄줄 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그 신체를 어떻게 단련해야 하늘을 나는 새나 산속의
맹수와 유사한 힘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상의 어떤
과학자보다도 더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다.
무협작가는 화가(畵家)다.
저녁 무렵의 노을은 보라색에 가까운 붉은색이다.
무협작가들은 그 노을이 추적추적 젖어들고 있는 산자락에 검은
옷을 입은 검객을 역광으로 배치한다.
비스듬히 빗겨든 칼날은 주홍으로 빛나고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장삼에도 노을빛이 감잎처럼 물들어 있다.
허공을 스쳐가는 바람도 보라색으로 물들며, 검객이 밟고 있는
발 아래는 묵은 갈대잎이 보라색 바람에 흰 수실을 떨며 날리고
있다.
나는 일찍이 이러한 그림보다 더 서정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본 적이 없다.
무협작가는 그래서 좋다.
무협지라도 좋고 무협소설이라도 좋으며 삼류라도 좋고
통속이라도 좋다.
이 세상의 어떤 뛰어난 사람도 시인과 과학자와 화가의 세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보지 못했으므로.
<야설록님의 향객(香客표향옥상(飄香玉霜)) 서문에서>
참으로 다른 말이 필요없을것 같아 인용만하고 제 생각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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