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교고쿠 나츠히코
작품명 : 광골의 꿈 上, 下
출판사 : 손안의책
1950년대 일본. 저명한 괴기소설가 우다가와의 아내 아케미는, 전남편의 죽음과 함께 잃어버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8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그러나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억이 문득문득 섞여 있다. 점차 경계가 애매해져가는 자신의 인생과 꿈속 여인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던 아케미. 그녀의 앞에, 8년 전에 살해당한 전남편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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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 3편인 광골의 꿈입니다. 이로서, 외전인 백기도연대와 이제는 구할 길이 없는 백귀야행을 제외하면, 한국에 정발된 교고쿠도 시리즈는 전부 읽었군요. 하루 빨리 철서의 우리가 정발되길 바랍니다만, 저 막대한 텍스트량을 보고 있자면, 번역가도 상당히 힘들겠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 그나저나 대학 도서관이란 참 좋군요. 별에 별 책이 다 있습니다. 이걸로 돈 좀 아낄 수 있겠군(...). 표지 커버를 벗겨내는 건 좀 마음에 안들지만.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뭘까요. 일단은 추리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긴 한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상권 500페이지를 통째로 써 버리고, 주인공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상을 밝히는 장면으로 나머지 분량의 반 가량인 230페이지를 쓰다니.
이번 사건의 경우, 1500년의 숙원이니 500년의 숙원이니, 뭔가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린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직접적으로 종교가 얽혀있다거나 해서, 그래도 인물의 심리나 행동거지를 어느정도 읽어가며 파악할 수 있었던 우부메나 망량편 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적으로 추젠지의 언변에 모든걸 맡기고 흘러가는대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더군요. 뭐, '아케미'에 관한 건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지만.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추젠지 아키히코의 그 '제령'일 것입니다. 각종 괴기하고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논리적/과학적 논증으로 풀어가면서도, 그것에 맞추어 그 행위를 '제령'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추젠지의 기법을 보고 있자면, 추젠지 아츠히코에게 어울리는 직함은 '기도사'도, '신주'도 아닌 '연출가'라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편에서도 그 제령 행위에 더해, '반혼술'에 관한 장면─"이제야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왔군. 이걸로 내 반혼술은 성공이다!"─에서는 절로 추젠지와 그를 만들어낸 작가의 탁월한 연출력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괴기 현상'을 '현실'과 접목하는 기법은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이번 편에서 흥미로웠던 것들은 사건 자체에 얽힌 것 보다는, 상편 중반에 나왔던 구보 슌코의 장례식 장면과, 실제 존재했다는 밀교 교파인 다치카와 파의 교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구보 슌코의 장례식은 추젠지 아키히코가 직접 신도식으로 치루게 되었습니다만, 장례식이 끝나고 난 뒤 추젠지의 해설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간추리자면 "신도의 장례식은 죽은 자를 신으로 만드는 의식.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치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자의 행실은 극히 잔학했기에 불교식의 피안의 장례식은 어울리지 않고, 다들 받아들일 수도 없을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에게는 신도의 장례식이 어울린다. 구보 슌코는 이로서 '황신(재앙의 신, 덴노에 반하는 신)'의 자리에 올랐으니, 공양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일본 신도에서 '신'에게 갖는 인식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음사사교란 명목으로 탄압받았다는 다치카와파. 과연 이 책에서 설명한 대로의 교리를가진 교파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음사사교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책에서 설명된 이 교파의 교리는 꽤나 특이하더군요. 모든 욕망에서 초탈하여 부처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 교파에서, 남자와 여자의 만남과 교합을 높이 여기고, 생명의 잉태야말로 진정한 생의 목적이라 여겼던 이런 교파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게 놀랍게 생각됩니다.
우부메에서 느꼈던 신선함과 충격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꽤나 즐거웠습니다. 좀 복잡했고, 일본 신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니 좀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망량의 상자보다 나았던 기분입니다. 망량의 상자는 스포일러를 당한 상태였다는게 좀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최근 시리즈 2편인 '망량의 상자'의 애니메이션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만, 뭔가 상당히 괴상한 물건이 나왔더군요; CLAMP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덕에 30대 아저씨들은 미청년이 되었고(...), 1화는 완전히 백합 애니로 착각할 듯한 연출에, 그다지 50년대 풍도 아닌 것 같고 등등... 뭐, 영화판의 트레일러와 애니메이션판의 오프닝 영상을 첨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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