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대 생략합니다.)
용대운 대인의 내공은 그 간의 작품으로도 익히 대성의 경지에 올랐음을 알 수 있으나 군림천하에 이르러 가히 천지합일에 이르렀다. 최근들어 많이 거론되는 다른 무협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 수 있는 유머가 거의 없어 일부 초심자들에게 딱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역경과 고난을 자신의 의지와 기연으로 풀어나가는 정통 무협의 맛을 한 줄 한 줄에 새겨놓은 걸작이다.
특히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때 무공 뿐만 아니라 심계가 그 절반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도록 전개해 나가는 솜씨야 말로 달인의 경지에 다다른 요리사가 재료를 다듬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용대인의 이러한 집필 초식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나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소협 정도가 견줄 수 있을까.(만연체로 이루어져 술술 넘어가기에는 편했지만 씹어 삼킬만한 것이 별로 없었던 초기 작과 달리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모습이 나타난다)
무협이라 통칭되지만 그 얼마나 다양한 내용과 장르에 혼합된 곳인가. 초창기 중국 와룡생의 모작으로 부터 초인무협(공장에서 찍어내듯 와룡강의 이름을 빌린 수많은 포르노 무협 - 무협이라기에도 창피했던) 거쳐 주인공의 다양한 심리변화를 보여주었던 신무협 시기를 지나 무협의 대상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진 지금, 군림천하가 보여주는 정통 무협의 기상은 차라리 신선한 느낌마저 들게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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