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정훈
작품명 : 파라블럼
출판사 : 골든노블
김정훈 작가님의 파라블럼 완전판이 책방에 있더군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스토리 겸 설정입니다만 옛날에 출판되었을 때 나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뽑아들고 잠시 살펴보니 영문제목이 상단에 적혀 있는데 “Parablum" 이라 적혀 있더군요. 집에 돌아와 이전에 출판된 아선미디어의 파라블럼 출판본의 표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parabellum"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책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파라블럼이란 말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 이라는 로마 속담에서 연유했습니다. 따라서 골든노블 출판본의 영문제목은 완전히 틀린 셈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장르소설에서 쓰이는 영문 혹은 외국어 중에 참으로 틀린 것들이 많더군요. 그나마 영어라면 조금 틀리게 쓸 확률이 줄어듭니다만 영어가 아닌 언어라면 가관인 것들이 많죠.
제가 그나마 할 줄 아는 언어인 독일어와 관련된 것을 예로 들어보자면
1. 움라우트, 일명 모음 위에 땡땡 표시와 관련된 것들.
1.1.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Ragnarok)
우리나라 모 게임의 로고를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분명 o위에 점 두 개가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라그나뢰크’가 맞습니다.
1.2. 해골 십자가, 섀델 크로이츠(Schadel Kreuz)
처음에 보고 독일어인줄 몰랐습니다. a위에 점을 두 개 찍어주시던가, 혹은 ae로 쓰는게 옳습니다.
2. 발음들
2.1. ja
‘자’라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jɑ] ‘야’ 가 제대로 된 발음입니다.
2.2. Schlange(뱀)
‘슐란지’가 아닙니다. [ʃlaŋe] '슐랑에' 로 발음해 주세요.
독일어 말고도 많습니다.
‘역전 앞’과 같은 표현
e.g. 1. 니벨룽겐의 반지 Ring des Niebelungen
사실 이건 장르소설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지만 어떤 소설의 영문제목이 "Sword of the Niebelungen" 이었기에 적습니다. Niebelungen자체가 속격 어미 -en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니벨룽‘의’ 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니벨룽겐의 반지’라 하면 ‘니벨룽의의 반지’가 됩니다.
e.g. 2. 샤를마뉴 대제 Charlesmagne대제
영어식 표현을 보면 Charles the great가 됩니다. 즉 magne 자체에 거대한 이라는 뜻이 있는 거죠. ‘샤를대제 대제’는 아니잖습니까. 만약 외국인이 'Sejongdaewang the great' 라고 하면 거기에 대고 뭐라 그래야 할까요?
N.B. 외국식 작명 중에 비영어권에서는 저런 식으로 수식어구까지 그냥 단어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다르크’ 같은 경우도 Jeanne d'Arc, 영어식으로 쓰면 John of Arc, 즉 ‘아크 마을의 존이라는 처녀’ 가 되는 것이죠.
어미변화의 몰이해
e.g. 1. 어떤 소설에서 주인공 대사 중에 밤하늘의 별과 관련해서 떠드는 내용 중에 나온 오류입니다. 별에 이름을 붙일 때 별자리를 이용한 방법이 있죠. XX자리 알파별 하는 것들 말입니다. 이 경우 별자리 이름의 ‘라틴어 속격’을 취합니다. 예를 들면 작은곰자리 Ursa minor의 경우 작은곰자리 알파별(북극성이죠)을 쓰고 싶으면 alpha ursae minoris라고 써야 옳습니다. 따라서 알파 켄타우루스alpha centaurus가 아니라 알파 켄타우리alpha centauri가 맞습니다.
e.g. 2. 마찬가지로 작가가 라틴어 사전을 가지고 뒤적여서 조합한 문장이겠습니다만 목적어로 쓰인 단어에 제대로 된 대격을 취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꼭 장르소설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살면서 본 외국어들의 오용사례 중에 일단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적어봤습니다. 사실 이러는 저조차도 살면서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지 모릅니다만 그래도 최대한 알아보려는 노력들은 게을리 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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