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군주
작품명 : 하수전설
출판사 : 북두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서 복수와 함께 자주 쓰는 소재가 '오해'입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는 데 주위 사람들이 지레 짐작하고 주인공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반응이 재미를 주는 것이죠. 이 오해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주변인들이 주인공을 약하게 생각하는 것, 실재로는 하수인데 주인공을 고수로 오해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의도적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하수전설은 주인공의 의도하에 주위사람들이 주인공을 아주 고수로 생각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엮어집니다. 주인공은 나름 확고한 지침을 가지고 일을 벌이지요. 그 주인공이 행동하는 지침은 이렇습니다.
하수팔철칙
1. 하수는 음흉해야 한다.
실력도 없으면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면 한 가닥 살길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2. 하수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도망칠 때가 언젠지 정확히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3. 하수는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
실력이 쥐뿔도 없는 주제에 화를 내면 필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내할수록 하수 티가 덜 난다.
4. 하수는 절대 검을 함부로 뽑으면 안 된다.
쉽게 검을 뽑을 수록 하수티가 난다.
5. 하수는 시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하수를 시비를 구경 해도 껴들면 안 된다. 그 자체가 무덤이기 때문이다.
6. 하수는 미인을 멀리해야 한다.
미인 옆에는 늘 고수가 존재한다는 천고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7. 하수는 결코 자신보다 낮은 하수와 어울리면 안 된다.
그나마 자신보다 나은 자와 어울려야 없는 실력도 감춰지기 때문이다.
8. 하수는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간혹 자신조차 자신의 실력을 착각할 때가 있다. 그건 곧 나를 죽여줍쇼하는 것이다.
이런 철칙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이렇게 용의주도하게 행동을 하니 나중에는 대협이라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립니다. 자신을 낮출수록 겸양을 아는 대협이 되고 아무렇게나 주절거린 말이 심득이 되어 사람들에게 더 큰 존경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될수록 주인공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앞에 나서서 하수인게 들통나면 어쩌나 하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줄타기와 주위 사람들의 반응, 주인공의 노회함이 맞물려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 갑니다. 다만 이런 오해물은 약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와 계속 이렇게 오해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 이야기가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겁니다.
3권에 들어서 그냥 하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힘을 얻기도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축은 여전히 '오해'와 그에 따른 반응입니다. 이걸 무난하게 이끌어 간다면 앞으로 이 분 이름으로 나오는 글은 후회없이 봐도 될 듯 합니다. 마냥 생각없는 주인공에게 질렸다면 이런 글을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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