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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5 - 감동과 짜증의 원투펀치

작성자
Lv.43 만월(滿月)
작성
09.02.23 12:41
조회
4,018

작가명 : 성상현

작품명 : 역천5

출판사 : 파피루스

추억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것. 기억하던 '과거'와 진짜 '과거'는 다른 것이었다.

역천은 축복일까? 삶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두 번이나 살아 버리게 만드는 역천은 분명 저주고 재앙이었다.

성상현님의 역천이 완결이 되었습니다. 전작 일월광륜에서 '중화주의'를 소재로 다루었다면 이번 '역천'은 '과거회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과거 회귀물은 더 이상 휘귀한 소재가 아니죠. 과거회귀 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퓨전 또한 과거회귀와 비슷한 욕망이 깔려 있습니다.

남과 다른 지식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면 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 쯤 해본적이 있을 겁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혹은 수능 치기 전으로 간다면 등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공부 말고도 많은 것이 후회가 되는 것이 있지만 이것이 가장 널리 퍼진 소망이기에 이걸 예로 듭니다.) 그래서 과거회귀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이계로 넘어가 남들과 다른 지식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하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허나 과거회귀를 한다고 이계로 넘어간다고 전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에 공부를 예로 들었는데 그런 적나라한 예를 그림으로 보여 드리죠.

Attached Image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후회되는 게 '공부 좀 할걸'입니다. 아마 이런 사람이 있을 겁니다. 10대 때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중학교 졸업할 때 '내 고등학교 가면 코피 터지도록 공부한다'고. 수능칠때도 '공부 좀 해둘걸'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고. 직장에서 진급누락이 되었을 때도 '공부 좀 할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나이들어서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뻔합니다.

굳이 공부까지 예를 들지 않아도 군을 전역한 남자들의 변화만 봐도 충분합니다. 이등병때 이렇게 생각하죠. '사회에 있을 때 지금처럼 했다면 난 성공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짬좀 차면 공부 좀 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짬이 차면 잠만 잡니다. 전역하면 전처럼 나태하게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뒷말은 안해도 알겠죠?

이렇습니다. 현재를 충실히 살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다른 좋은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저 도망치는 것 밖에 되지 않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만이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과 함께 과거회귀에 대해 다른 시각도 보여줍니다. '과거회귀를 여러번 할 수 있다면 그 삶에 진정성이 있을 수 있을까?'하고 묻습니다. 사람의 욕망이란 게 끝이 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회귀 한다면 역천하기 전까지 쌓아온 그 사람의 삶은 무엇이 되는 걸까요? 회귀를 반복할 때마다 남는 건 허무 밖에 없습니다.

분명 반복되는 삶을 계속 살게 된다면 후회하는 일이 생길 것이고 그 후회를 씻기 위해 다시 회귀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인생이란건 시련이 있고 불투명한 미래가 앞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승리하면 누구도 맛볼수 없는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짜임새 있게 글을 짰어도 흥행에는 실패한 모양인지 중간에 끊어진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100m 달리기로 기록을 재다가 50m 달리기로 바뀐 느낌입니다. 달리다가 그만 둔 느낌입니다. 소설 내에 뿌려둔 떡밥이 좀 많았는데도(용검이 표면과 달리 다른 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나, 20몇년 만에 눈을 뜬 여인 등 뿌려 놓은 떡밥이 상당했습니다.) 그걸 포기하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에 주력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작가가 할 말은 다했고 무난한 결말을 맺었으니 다행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감상이고 좋았던 점입니다. 다음 부분 부터는 이런 감상을 날릴 만큼 화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의 재미와는 별개로 좀, 아니 상당히 화가 나는 것이 있습니다. 피피루스 출판사는 이번에 소설을 낸 것이 아니라 시집을 낸것 같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이번 역천 5권에 문단이 등장하는 것이 상당히 드뭅니다. 한 문장 치고 엔터, 한 문장 치고 엔터의 나열입니다. 그래서 상당한 여백이 있고 시의 행을 보듯 그 은은함이 있더군요. 백석 시인의 시처럼 이야기시를 만든 것도 아니고 이건 뭔 만행입니까?

이야기 자체는 상당한 만족을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재미가 상당히 큼에도 이런 편집 때문에 생긴 짜증도 상당합니다. 이야기로 느낀 감동이 잽이라면 편집으로 인한 짜증은 스트레이트입니다. 감동과 짜증의 원투펀치가 책을 다 읽고 제게 찾아왔습니다. 감동과 짜증 중 어느게 더 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편집 때문에 상당히 농락당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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