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주제 사라마구
작품명 : 수도원의 비망록
출판사 : 문학세계사
그의 모든 의지는 지상위에서만 존제하니…….
수도원의 비망록
참 문학을 안 읽은 지 오래되기도(정확히는 워낙에 드문드문 읽어서.)했고, 학업에 매진하는 몇 달 동안 간신히 읽어버린 책이다. 아니, 참 지겹도록 힘들게 읽었다고 볼 수도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때문에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의 대 인기를 끌고 있는 사라마구의 출세작이자 노벨상 수상작(노벨이라는 수식이 들어간 책들은 보통 읽기가 편하다고 볼 수는 없고,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이다. 사라마구의 특징이라 볼 수가 있는 모호한 비유와 따옴표나 단락구분이 개뿔도 되지 않는 문체로 인해 집중을 하지 않고 읽는다면 지금 어느 산으로 배를 몰고 가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전쟁으로 한쪽 팔을 잃어버린 발따자르와 인간의 영혼을 볼 수 있고(또, 모을 수 있는)블리문다는 하늘을 날수 있는 날틀 빠사롤라를 만드는 바우똘로메우 신부를 돕게 된다. 동시에, 아이가 생기자 않아 고민이었던 포르투칼 왕 주앙5세는 아이가 생긴다면 마프라에 거대한 수도원을 지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기에 종교와 권력에 휘둘려 지고, 희생됨과 그런 의지조차 뛰어 넘는 사랑을 보여준다.
책의 뒷면에는 ‘종교와 권력의 사용에 대한 통렬하고 아이러니한 비평’ 이라고 쓰여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억압을 벋어난 자유의지에 더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라마구 역시 비평보다는 인간애에 중점을 두었지 않을까? 어쨌든 그러한 경향은 마지막 구절에 더욱 두드러진다. [그의 의지는 천상의 별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발다자르의 의지는 지상의 것이었고, 블리문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죽음이 오직 신에게만 영속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마음속에 함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판단한다.
각설하고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발따자르와 블리문다의 사랑이야기이다. 어쨌거나 그 사실은 정말 마음에 든다. 힘들게 읽었지만 마지막의 문구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의 마지막 구 절 만큼이나 진한 여운을 준다.
ps.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스마일 카다레의 죽은 군대의 장군을 참 많이 생각했다. 주인공들의 인물만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삶의 애잔함을 비춰주는 경향에서 그러한 느낌이 많이 묻어났다.
그리고 얼마전에 이 책의 신판이 나왔다. 절판이 되었던 책이었
는데 개정 신판이라고 한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