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민희
작품명 : 룬의 아이들-윈터러
이쪽의 글들을 만나게 된지가 참 오래되었는데, 감상란을 오늘에서야 보게 됩니다. 오늘도 많은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고 있겠지만, 조금 오래된 책을 써보네요.
제가 환상 문학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친구가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넘기던 게임소설 엘리멘탈 가드-현재 저는 고 2를 바라다봅니다...-였습니다.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그 친구가 강하게 추천하는 드래곤 라자라는 책을 읽게 됬습니다. 사실 한번 느낌을 받으면 아주 강하게 지르기 때문에 사지는 못했지만 12권 전체를 뽑아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 읽은 그때나 지금이나 느끼지만 읽을 때는 항상 즐거워야하는데, 다 읽어야한다는 압박감이 마음 속에서 생겨나더라구요. 고 1때 반지의 제왕을 읽었는데, 그 책과 이 책의 느낌이 참 비슷했습니다. 분명 재밌는데 무언가 집중이 안되는 느낌이 저만 드는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 책은 밤 새서 다 읽었습니다. 지금의 제가 생각해보면 참 미친 짓이었어요. 참고로 같은 작가 분이 쓴 눈물을 마시는 새는 정말 재밌었습니다(이영도 님의 팬이 올릴 법한 악플의 정도를 낮추기 위한 방책. 하지만 진심).
세번째 책은 멋도 모르고 1부, 2부가 나뉘어져있길래 저만큼 나오면 재밌겠구나! 하고 빌린 아이리스였습니다. 2부부터 봤어요. 아주 웃긴 탓에 친구랑 한권씩 열심히 읽어서 봤습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읽어서 돈이 좀 아까웠던 기억이 아직 납니다. 그만큼 재밌고 유쾌했다는 뜻이지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절대 아니에요(박성호 님의 팬이 올릴 법한 악플의 정도를 낮추기 위한 방책. 3부도 잘 보고 있어요).
그 다음이 본론인 룬의 아이들! 사실 개념없는 딩초 시절 때도 룬의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름만 말이죠. 당시 창세기전에 미쳤던(지금도 미친) 저는 소프트맥스가 만든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그 원작이 룬의 아이들이란 말이었더랬죠. 하지만 그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 친구가 그걸 보고 있었습니다. 3권이었나, 이실더가 위기에 처한 보리스를 돕던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3년 전이에요.
사실 1권부터 읽지 않으면 전 내용은 아예 읽어버리지 않는 버릇의 저이기 때문에(딩초 시절엔 더 심했습니다. 그땐 아예 맨 뒤에서부터 봤어요) 읽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보고 싶어서 그냥 냉큼 읽었습니다. 그때 두 권 밖에 없자 또다시 느낌을 받은 저는 누가 빌려갈까 두려워 쉬는 시간을 틈타 열심히 달려서 나머지 권을 모조리 다 빌려서 가방 속에 꼭꼭 숨겨뒀었죠. 그 뒤론 집으로 직행 뒤 바로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 땐 룬의 아이들에 반쯤 돌아버린 상태였죠. 어느 정도였나면 집에 가서 다 읽은 후인 11시에 집에서 30분 걸리는 학교 근처까지 걸어가 데모닉을 다 빌릴 만큼 흥분 상태였습니다.
필체 자체가 냉담하지 않고 인간적인데 글 중반부의 배경은 날씨가 쌀쌀한 추운 섬이니까 항상 이 책을 떠올리면 얼음이 얼어있는 시골 집에 내리쬐는 햇빛이 생각납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 아주 자연스럽게 주인공과의 친근감이 조성되고(사실 전 책을 읽기 전부터 게임 캐릭터였던 보리스에게 강력한 우정이 솟아올랐습니다)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몇 년 동안 가까이 지내며 서로 드러내지 않는 애정을 만들어가는 연하 커플이 정말 좋았습니다. 글 중반부에 등장하는 신성 찬트 수업들의 무언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장 좋아하고, 실버 스컬으로 떠나는 여정에서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섬으로 떠나는 이솔렛과 대륙에 남는 보리스의 이별이 참 멋졌습니다. 정말 얼마만큼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기억이 생생하게 제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어요. 좋아하는 캐릭터는 루시안으로 순수한 모습이 좀 어두침침한 보리스와 잘 맞아 글을 환기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가장 싫어하는 캐릭터는 란지에! 너무 침침한 놈이에요. 보리스와 비슷한 것 같지만 너무 감추어져 있어서 알 수가 없는 느낌을 줍니다.
이 정도로 끄적거린 글을 마치겠습니다. 룬의 아이들 3부를 기대하며, 보리스와 조슈아의 노래에 막시민의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되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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