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쥬논
작품명 : 앙신의 강림
출판사 : 북박스
앙신의 강림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한 번 실패한 적이 있다. 앞의 30페이지 정도를 읽고 집어치웠었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첫째, 나는 무협광이다. 다시 말해서 무협적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작품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보지 못(?)한다. 반지의 제왕 류의 작품은 글로는 물론 영화도 1 편 앞부분만 보다 말았다. 내가 판타지를 접한 계기도 소위 무협과 판타지의 '퓨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이러한 작품들의 대부분이 필력이나 구성 등에서 조금 떨어지는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같은 내용의 반복들임에도 불구하고 계소 읽어왔다. 앙신의 강림(이하 "앙강")의 경우 첫 부분에서 '이건 무협적 판타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그냥 책을 덮었었다.
둘째, 무협적 요소가 있더라도 나는 '종교' '신' 따위가 나오면 못 읽는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더라도 '신성마법'이 주이거나 '흑마법'이 주인 작품 들은 못 읽는다. 앙강의 경우, 주인공은 네크로멘서이고 주인공의 주적은 신성제국이며, 주인공은 어떤 '종교'의 후계자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다 갖추었다. 그래서 덮었었다.
이러한 이유로 덮었던 '앙강'을 다시 펼쳐보았다. 그리고 전에 읽었던 부분을 꾹 참고 넘어서 끈질기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1 부까지 읽었다. 결론은? 이제야 왜 그렇게 '앙강' 매니아가 많은 지를 이해했다고나 할까? 진정한 '무협 판타지' 내지 '전투 판타지'의 의미를 알았다고나 할까? 이건 소위 말하는 다른 전투 판타지 들이나 영지개발물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작품이 나온 지가 꽤 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선 첫 번째 눈에 뜨이는 점. 이 작품에는 '바보'들이 안 나온다. 권력자이든 무술의 고수이든, 기사단장이든 다 나름대로 천재들이고 그에 걸맞게 행동한다. B급 판타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은 천재고 다른 조역들은 그 명함에 걸맞지 않게 다 바보처럼 행동하는 것과는 반대이다.
두번 째 특징은 위 첫째와 같은 맥락에서 이 작품의 캐릭터 들은 다 살아있다. 마치 '판타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박제같은 캐릭터들이 아니라, 주요 인물들 하나 하나가 독자와 같이 호흡한다. 그들의 감정은 독자에게 전이되고 독자는 이에 감응한다.
세번 째, 주인공의 소위 '무공'의 고수는 아니다. 무공의 고수들은 따로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능력이 일반적으로 다른 작품에서 생각하는 '네크로맨서'하고는 다르다. 단순화 해서 말하면 주인공의 능력은 사천당가의 전인이 옛 고수들(복수임에 유의)들의 능력을 하나 하나 흡수해 나간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서 독의 고수인 주인공이 '망혼벽'이라는 기물을 통해 망혼벽에 갖혀 있는 역대 고수(또는 마왕들)들의 능력을 하나 하나 깨워나간다.
넷째, 1 부에서는 대륙 3강 중의 하나인 사막의 제국 노아부의 정권다툼을 다루고 있다. 아기자기한 머리싸움과 적당한 긴장감이 항상 유지된다.
물론 작가의 필력은 말할 나위 없다. 혹시 저와 같은 이유로 이 '보석'을 놓치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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