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어비스를 보기 시작한지 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은빛어비스는 이야기를 판매부수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자책의 특성을 십분 잘 활용하여 폭넓게 이야기를 잘 끌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최종장까지 몇 걸음 남겨두지 않은 상태이고요 그래서 만약 언제 끝날지 몰라서 망설이셨던 분이 계시다면 지금 시작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은빛어비스는 잘 쓰여진 소설입니다. 앞에 추천 글들이 이미 내용적인 측면에서 잘 말해주셨기 떄문에 저는 관계와 대립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기존 카이첼님의 소설이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면, 이번 은빛어비스는 단지 ‘승리하는 것은 욕망이다.’ 라는 명제와 그 명제를 깨뜨리기 위한 주인공의 사투를 다룹니다. 그 안에는 크게 악마와 인간&용의 대립이 있으며 대공과 삼좌의 대립이 있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뢰 등의 대립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악마이면서도 서로의 가장 큰 적인 대공들,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지만 인간의 편에 서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에위나, 인간으로서 인간을 지키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지키려는 노아, 실버라이트의 힘과 재능을 필요로 하지만 두려워하고 질투하는 용들( 덧붙이자면 론테리아의 질투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은 조율의 일족이라는 위치의 용도 그런데 다른 일반 용들은 더욱 심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의 용과 위버의 갈등관계에 복선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버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악한 모습만을 보이며 위버를 배신하는 인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해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는 주인공..이러한 등장인물들과 이념의 대립이 은빛어비스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제 곧 최종장으로 들어갈텐데 최종적인 결과는 실패(전작 잃어버린 이름 참조)였지만 과연 우리의 주인공 위버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또한 잃어버린 이름의 상황은 어떻게 만들어 지게 됬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덧붙여서 카이첼 작가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희망을 위한 찬가’를 읽는 중이고 잃어버린 이름과 ‘클라우스 학원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렇게 ‘은빛어비스’를 포함한 4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작가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클라우스 학원’ 이야기나 ‘희망찬‘에서는 솔직히 철학적인 표현이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이 아마 호불호가 갈리게 한 주된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작가님도 이러한 여론을 파악하셨는지 ’잃어버린 이름‘에서는 철학의 비중을 확 줄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전의 작품들이 양념(철학) 반 재료(소설의 내용) 반이었다면 잃어버린 이름에서는 양념이 그 본래 역할에 충실하게끔 적정량으로 재료의 맛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도록 하려는 시도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전 스타일에서 확 달라지셔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은빛어비스에서는 다릅니다. 판타지 소설에 철학이 가미된, 그야말로 카이첼 표의 소설을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황금비율으로요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이유에는 카이첼님의 꾸준한 글솜씨의 성장과 판매부수에 대한 부담이 없이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전자책 시장의 특성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글솜씨,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가의 성실함!! 이 둘을 가진 카이첼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참으로 기대됩니다.
마치며...만약 잃어버린 이름을 읽고 아직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당장 , 둘 다 안 읽어서 망설이시는 분들도 지금 당장 은빛어비스를 읽길 권합니다. 전 은빛어비스 초중반부 읽다가 동시에 연재되는 잃어버린 이름을 읽었습니다. 내용상으로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동시에 읽어도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동 세계관에서 타임루프물을 맛깔나게 쓰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내며 감상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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