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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판타지, '늑대와 향신료'

작성자
SanSan
작성
07.10.14 23:17
조회
2,495

작가명 : 하세쿠라 이스나

작품명 : 늑대와 향신료

출판사 : 학산문화사

Attached Image

*     *     *     *     *     *     *     *     *     *     *     *     *     *

행상인 로렌스는 자신의 짐마차 짐칸에

실어놓은 보릿단 속에서 잠들어 있던 소녀를 발견한다.

늑대의 귀와 꼬리를 가진 아리따운 소녀의 이름은 호로.

자신을 보리의 풍작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신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이 땅에 매여 있긴 했지만,

나는 호로 이외에 그 누구도 아니야.”

로렌스는 그녀가 정말로 풍작을 가져다주는

늑대의 화신일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녀의 뛰어난 화술에

교묘히 넘어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 두 사람의 나그넷길에 뜻밖의 돈벌이 이야기가 날아든다.

그것은 가까운 장래에 어떤 은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것….

의심은 되면서도 로렌스는 그 이야기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는데….

제12회 전격소설대상 <은상> 수상작.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 판타지와의 만남!!

*     *     *     *     *     *     *     *     *     *     *     *     *     *

◇ 늑대와 향신료 ◇

과거 일본의 모 소설 잡지에서 라이트노벨 여주인공 인기 투표를 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내로라하는 유명 소설의 히로인을 다 제치고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이 늑대소녀 '호로'였다. 투표인단의 수가 적어서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대단한 선전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때부터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와중에, 마침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행운에 힘입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경제 판타지 ◇  

늑대와 향신료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경제 판타지」다. 듣기만 해도 어려워 보인다. 읽기 어려운 게 아니라, 쓰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경제학원론 한번 읽은 수준의 체화되지 않은 경제지식을 스토리에 접목시켰다가는 졸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심도있게 경제를 파고들어 버리면 이번엔 독자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수준으로, 어떤 형태로 '경제'와 '판타지'를 결합시킬지 그 밸런스를 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늑대와 향신료는 일단 무대를 중세 정도로 발달한 가상의 세계로 옮김으로써 독자가 지닌 경제적 상식과 거리를 둔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이 어설프게 갖고 있는 경제적 지식(이라 생각하는 토막상식과 선입견)의 방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과거의 경제와 현대의 경제는 그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섣불리 소설 속의 논리에 딴지를 걸 수가 없다.

그 후, 중견급 영세 행상인인 주인공 '로렌스'를 내세워서 늑대와 향신료의 세계가 지닌 경제 원리, 상도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로렌스는 미묘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땅만 파는 농부도 아니고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대상도 아니다. 풋내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노련한 상인도 아니다. 그가 갖고 있는 상행위에 대한 관념은, 그래서 대부분 옳겠지만 틀릴 수도 있다.  그런 로렌스를 통해서 '이세계'의 상도를 보여주어 독자의 비판의식을 우회하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로렌스는 행상인이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는 각 지방에 인맥을 쌓으려 노력하고, 가는 곳마다 항상 귀를 열어두고 정보를 모으고, 상인답게 쉽게 사람을 믿지 않으며 경계심이 상당히 높다. 그의 사고방식이 현대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그 시대의 상인이 가질법한 사고체계인 것은 사실이다. 이게 매우 그럴듯 해서 실제로 중세시대의 상인을 보는 듯 하니 몰입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  로렌스와 호로 ◇  

그런 그와 함께 하게 되는 것이 늑대소녀 '호로', 자칭 요이츠의 현랑이다. 15세 정도 소녀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수백년은 넘게 살아온 신령스러운 늑대이며, 변신능력을 갖고 있다. 귀와 꼬리는 드러나지만. 그녀는 우연히 로렌스와 함께 하게 되는데, 호로와 로렌스의 관계야말로 이 작품 최고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둘의 관계는 여타 소설에서 히로인과 주인공이 만나 친해지듯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최초에 호로를 만났을 때만 해도 로렌스는 나름 노련한 상인답게 극히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저런 말로 떠보고, 시험하고, 결국 변신하는 모습까지 보고서야 악령들린 소녀가 아니라 정말로 늑대인 것을 믿어준다. 그 후에도 쉽게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호로는 변화무쌍한 성격의 신령스러운 늑대고, 로렌스는 뼛속까지 상인이 되어가는 중인 약간 딱딱한 청년이니, 둘의 관계가 단숨에 러브러브모드로 돌변할 리가 없다. 그들의 관계는 마치 주거니 받거니 캐치볼을 하는 듯도 하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도 하다.

호로가 가볍게 성질을 긁으면 로렌스가 불퉁하니 받아치고, 호로가 은근슬쩍 애교를 부리면 로렌스는 풀어진다. 호로가 심술부리면 로렌스는 더 심술부리고, 삐진 것 같으면 꼬리칭찬같은 걸로 풀어주고, 호로는 기분이 풀린 듯 웃어주지만, 그러나 사실 독심술로 진심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도 하고. 서로 툭툭 주고받으며 관계를 쌓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두 캐릭터에 굉장히 어울려서 읽는 내내 즐겁기 그지 없다.

◇  매혹적인 늑대소녀 ◇  

호로같은 경우 캐릭터성이 매우 강하여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 하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에모에하다는 거다.(모에는 소중하다) 호로는 소녀의 모습이지만, 커다란 두 귀에 풍성한 꼬리가 달려있다. 네코미미는 아니지만 하여간 동물귀 모에인 이들(물론 본인포함)에게는 일러스트의 호로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성격은 종잡을 수 없지만 애교가 철철 넘쳐서 미워할 수가 없다. 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안다. 스스로를 현명한 늑대라 부르며 높은 긍지를 갖고 있지만, 오랜 타향살이에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은 보호욕구를 자극한다. 기나긴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과 지혜, 타고난 현명함으로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곤 하지만, 사과를 너무나 좋아한다던가 꼬리를 자랑스러워 한다던가 하는 귀여운 면모도 많다. 왠지 로렌스를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땐 확실히 도움도 준다.

오랫동안 짐마차 위에서 홀로 이마을 저마을로 떠돌아다니며 사무치는 외로움에 힘들어 하던 로렌스에게 이 정도로 이상적인 파트너가 있을까? 아름답지, 말재주 좋지, 애교넘치지, 지혜롭지, 변신하면 엄청 강하지, 하는 짓도 귀엽지, 소녀 형태라 식비도 별로 안들지, 그야말로 최고의 짝인 것이다.

◇  둘의 이야기 ◇  

로렌스와 호로가 만나서 어떻게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가 하는 내용이 1권이라 할 수 있다. 글로 쓰자면 '그저 둘이 만나서 함께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정이 들어서 한동안 함께 하게 되었다'라는 밋밋하기 그지없는 설명이 되겠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외로움에 힘들어 하던 로렌스, 오랫동안 살던 마을에서 버림받은 처지의 호로, 둘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 미소짓기도 하며 주거니 받거니 여행을 한다. 그 와중에 큰 사건이 일어나고, 생사의 위기를 겪고, 함께 그것을 넘어서면서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마음이 통한다. 어찌보면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 과정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가슴 졸이게 하는지 모른다.

◇  총 평 ◇  

솔직히 처음 읽을 때 나의 기대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적당한 경제상식에 의거한 가벼운 사건전개와 노리고 만든 모에 늑대걸, 이정도가 나의 예상이었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즐기려고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기대를 뛰어넘는 수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가볍지 않았고, 호로는 단순한 모에유발 캐릭터가 아니었다. 어째서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었다. 한권만으로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1권만 보더라도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 하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3126408


Comment ' 20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4 23:29
    No. 1

    이거 원작을 구하려고 하는데 항상 3권이나 4권이나 5권 밖에 없더군요. - -; 결국 해외 주문을 해야 하나 고민중이였는데... 평을 들어보니 해외 주문 넣어야겠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4 23:50
    No. 2

    인의검사님께서는 원서로 읽는 것을 더 선호하시나보군요. 저도 가끔 원서로 읽습니다만, 너무나 보고 싶은데 정발이 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그런 것만 본답니다. 아니면 정발을 기다릴 인내심이 바닥났거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7 10억조회수
    작성일
    07.10.14 23:56
    No. 3

    재밌겠네여...(머-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5 00:01
    No. 4

    아무래도 아무리 번역이 잘됐다고 해도 원어의 미묘한 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감도 있고... 또 하나는 오래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펑 ^^;)
    출퇴근 시 지루할 때 라이트노벨을 많이 읽는데, 아무래도 같은 내용이면 원어쪽이 1.5~2배 정도 시간이 더 걸리거든요.
    게다가... 좀 유치한 대사들이 있을 때, 한국어로 읽을 때보다 다이렉트하게 이미지로만 받아들일 수 있어서 덜 유치해보입니다. ^^; (열혈 대사라던지, 연애 대사라던지... ^^;)
    그래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가능한한 원본으로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읽는 것 만이라면 그다지 고생없이 즐길 수 있는지라....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5 00:07
    No. 5

    아, 왠지 저도 공감이 갑니다. 굉장히. 역시 번역으로는 원문의 미묘한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죠.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원서와 정발본 둘 다 읽어보면 다른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을 정도더라구요.

    이 '늑대와 향신료'같은 경우 호로가 쓰는 말투가 원래 과거 일본의 기생들이 쓰는 말투라고 하네요. 어떻게 번역할지 관심을 모았었는데 그냥 무난하게 넘어가버린 듯 해서 아쉽습니다. 원서로 읽으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겠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5 00:11
    No. 6

    번역이... 대상 언어를 잘 아는 것보다 우리나라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요. ^^; 일 때문에 일본쪽의 메뉴얼을 번역하거나 이쪽 메뉴얼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경우(사실 이건 본업은 아닙니다만... ^^;) 이 종종 있는데, 이런 기계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가끔 소설이나 만화를 번역하다보면 정말 제 한국어 능력에는 참 눈물만 나게 된다는... T_T
    번역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걸 세삼 느끼기는 합니다. 저도 그래서 원본을 먼저 보고 번역본을 구해서 보는 경우도 가끔 있지요. 소설보다는 만화가 많기는 합니다만...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5 00:29
    No. 7

    그렇죠. 역시 번역은 국어가 중요하죠. 외국어 해석이야 열심히 공부하고 사전 뒤지면 다 나오지만, 그걸 문맥에 맞게, 분위기에 맞게, 뉘앙스 살려가며 번역한다는 건 정말 고난이도 작업이니까... 근데 문제는 그런 국어실력이 하루아침에 배양되는 게 아니라는 거겠지요. 기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언어센스 쪽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가끔 블로그에서 일어 소설 단편을 번역하곤 하는데(카논이나 월희 팬픽션 같은 거) 짧은 글임에도 작업 중에 수십번은 고민하게 되더군요. 그러고도 결과물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으니... 어렸을 때는 번역가를 꿈꾼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능력부족을 느낍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5 00:34
    No. 8

    카논과 월희의 팬픽... ^^
    key와 type moon은 확실히 시리어스랑 개그를 잘 섞어놔서 팬픽들도 다양하고 재미있는게 많더군요. 다만... 옥석구분이 힘들다보니 그냥 뒤지고 돌아다니기는 좀 힘들었는데... 잘됐네요. sansan님 블로그 신세를 좀 져야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5 00:39
    No. 9

    아 음;; 아뇨 저기... 하핫 뭐라 이야기해야할지...^^;;;;
    일단 저는 일본어 공부를 위해 짬짬이 번역하는 수준이라 도저히 인의검사님 앞에 내놓을 수준이 안되고, 무엇보다도 제가 번역한 건.. 음 저기 19금.. 쿨럭... 팬픽입니다. (///) 비공개포스팅이라 안보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5 00:41
    No. 10

    비공개군요. ^^; 뭐... 일본 SS의 절반 정도는 19금이니... ^^; (19금 아닌 것도 19금으로 만드는데 원본이 19금인데야... ^^;)
    아쉽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유령
    작성일
    07.10.15 02:53
    No. 11

    이 리뷰의 덕택인지 질러버렸습니다.
    30%세일도 하고 질러버렸습니다.

    이제 읽어야겠습니다. 감상문의 반만 따라가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일본원서 읽는 것 괞찮죠. 아무래도 번역으로는 미묘한 표현이 안되니 말이죠. 뭐, 그러면서 제가 읽어본 원서는 10권도 안 된다죠.

    주문하기 비싸고, 한번에 4~5만원씩 드는게 너무 부담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목마른여우
    작성일
    07.10.15 10:40
    No. 12

    음...재미있을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5 10:46
    No. 13

    요즘 일서 주문은 비교적 쉽습니다. 아예 한국에서 지명도 0인 것은 힘들지만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것들은 교보문고 등의 대형 서적에 신청하면 별도 배송료 없이 권당 5000원 앞뒤로 구입할 수 있죠. ^^ 오히려 nt소설보다 더 쌉니다.
    1~5권까지 주문 넣었는데.. 배송기간이 3~4주인건 좀 아프군요... 빨리 보고 싶었는데. T_T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벽현
    작성일
    07.10.16 00:47
    No. 14

    번역과 원서의 차이는 크죠. 그것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했지만...후...멀고 먼 길. 이거 재밌어 보이네요. 모에 만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07.10.16 04:14
    No. 15

    번역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원무늬 미묘한 뉘앙스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만큼 외국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자국어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그 방식으로 읽기는 어렵죠. 아무래도 머리속에서 2차적 번역을 통해서 이해되니까요.
    그래서 전 완전 꽝이 아니라면 가급적 번역물을 읽는게 좋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6 04:56
    No. 16

    소봉님//
    그건 아닌 듯 하네요. 일본문화를 다년간 접한 사람이라면 자국어를 받아들이는 것과 거의 차이없이 직관적으로 일어의 뉘앙스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전 일어 원서를 읽을 때 물론 머리 속에서 해석과정을 거치긴 합니다만 거의 일어의 느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허접한 제 실력으로도 그러하니 일어 잘하고 일본문화에 익숙한 이라면 거의 일본인이나 다를 바 없을 것 같네요.

    제 경우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원서 읽으면 훨씬 더 원작의 맛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번역해서 출판하는 경우 아무래도 국어식 맞춤법의 제한이 있게 마련이고, 표현의 한계도 있고, 문맥상의 부드러움을 위해서 피동/사동문을 능동문으로 바꾸거나 하는 경우도 많고... 일어 특유의 문법이나 분위기를 국어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원문 느낌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원서를 읽는 편이 원작의 맛을 느끼기엔 나은 것 같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07.10.18 01:12
    No. 17

    산산// 저도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바로 보면서 킥킥댈수있을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자국어를 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수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른바 귀가 틔인다고 하는건 그 언어의 뉘앙스에 익숙해지는거지 원천적인 부분에서 2차적 과정을 거치는 것과 1차적으로 이해 가능한건 다르죠.

    물론 우리나라에 없는 단어/구절 같은건 1차적인 입력이 되긴 합니다만... 전체에 비하면 극히 적은 부분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07.10.18 01:27
    No. 18

    와우 번역때도 많이 싸웠는데 프로스트울프클랜(이거 해석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가능하겠죠)과 서리늑대부족을 받아들일때 두개 다 같은 뜻이지만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전혀 다르죠. 일본사람이 일본 소설을 읽고 느낄때의 그 느낌에 가까운건 원문 그대로를 해석해가며 이해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오히려 번역본을 읽을때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07.10.18 10:04
    No. 19

    음. 사람 나름이 아닐까 싶은데요. 전 아무래도 번역본을 읽어보면 원문 내용이 유추가 되서 그닥 집중을 할 수가 없더군요. '이건 이런 번역이 나았을텐데' '이건 역시 한국어로는 번역이 안되는군' 등등.
    위에도 적어놨듯 열혈물이나 연애물 같은 경우는 한글로 번역하면 유치해서 못보지만 원어라면 나름 읽을만합니다. 뭐 그게 원래의 느낌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을테고, 컨텐츠가 원한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테구요.
    군대 있을 때만 빼고는 일본어 텍스트를 하루 2시간 이상은 소모한 입장으로써는 원서 선호. 특별히 외국어를 잘하지 않는 친구들도 영문학본의 경우는 원어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8 10:56
    No. 20

    소봉님//
    저는 프로스트울프클랜을 미국인이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만. 마찬가지로 일어 역시 일본인이 일어를 읽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번역본의 장점은 자기가 번역을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반면 원서의 장점은 번역본을 통해서는 도저히 유추해낼 수가 없죠. 왜냐하면 번역의 과정이 자신이 아닌 완전한 타인의 감성에 의거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번역본이 원서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두가지, 그 외국어 능력이 모자라서 번역본이 필요한 경우와 번역자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원문의 맛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동시에 국어의 묘미를 가미한 경우라고 봅니다. 번역본의 존재이유 중 95%는 전자 때문입니다. 후자의 '뛰어난 번역자'는 지극히 드물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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