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권용찬
작품명 : 파계
출판사 : 마루
철중쟁쟁을 보았다면 작가 이름을 기억해 두셨을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십시오.
이 작가는 점차 독자에게 최대한 재미를 주기 위해서 고심을 한 흔적이 엿보이는 스토리를 파계에서 선보입니다.
원한다면 자신의 필력과 지식을 뽐낼 수준 높은 작품을 얼마든지 쓸 수 있음에도 힘을 뺐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듯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주인공 오칠은 어릴 적 집안이 멸문하기 전까지 공부를 그치지 않아 기본 소양이 충실할 뿐만 아니라 여덟살 이 후 그 외모로 인해 성적노리개가 될뻔하다 도망친 이후부터 한 거렁뱅이 노인에게 착취당하며 보낸 밑바닥 생활로 인해 밑바닥 세파에 익숙하면서도 그 영악하고 질김으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해 나가는 면모를 가지게 됩니다.
이 주인공이 하류배들에게 쫓김을 피하기 위해 소림사로 도망쳐 무공과는 거리가 먼 학승이 되는 것에서부터, 이 후 장경각에서 얻은 배화교의 7대 교주가 다음 후계자를 위해 남긴 페르시아어로 된 양피지로 인해 다음 대 후계자가 되어 혹독한 시험을 치루는 것까지 대단히 빠른 템포로 이루어 집니다.
바로 이야기의 시작은 그러합니다.
이 소설의 진가 또한 바로 그 때부터가 시작입니다.
서서히 이야기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장르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재미 하나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움.
이 소설의 주제이자 결정적인 포인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은 많습니다. 그들의 어이없을 정도로 거친 행보를 볼 때 우리는 무심코 "먼치킨"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자유롭다 할 수 있을까요? 잔인하고 오만하고 혹은 자기 독단에 빠져있는 그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우습게 좌지우지 하는 그들이 과연 자신의 힘에서 자유로울까요?
여기서 작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깁니다.
작가가 내공이 없으면 소설에도 여유가 없습니다.
주인공에게 자유를 너무 줘서 목적성도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거나, 반대로 주인공을 스토리로 너무 조여놓아서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인연이 남발되어 실타래처럼 얽혀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주인공은 항상 싸우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도 무감각해집니다. 스토리를 이어나가려면 더 강한 적이 나타나야 하고 점점 수가 많아질 터인데 이 물결은 작가 자신도 멈추기 힘들만큼 점차 커지고 감당키 어려워져 결국 끊임없이 도는 쳇바퀴를 아무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파계의 경우는 다릅니다.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때론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하고, 때론 미친척까지 하며 자신을 감춰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아래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살 길을 찾고 노력하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뭍 소설이 비슷하겠지만 이처럼 짜임새있고 설득력있게 진행되는 소설은 드물지요. 그러한 과거를 바탕으로 절대적인 무공을 성취한 주인공은 우리에게 절대 우습지 않습니다.
이 다음 장면에서 작가는 재미있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소림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존재에 대한 주변인들의 모든 기억과 관심이 설득력있게 사라지는 장면을 통해 과거와의 고리를 완벽하게 끊어 놓음으로써 주인공을 묶어놓았던 모든 인연을 작가가 풀어버린 것입니다.
바로 이 순간 이 소설엔 그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크나큰 자유성을 부여받고 큰 세상을 향해 튀어나가려고 몸부림을 치는 역동적인 주인공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이 주인공에겐 목적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무상검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것처럼 높은 경지에 이른 이가 느낄 수 있는 무감각에서 다시 감정을 되살리고자 하는 길이 되기도 하며, 또한 보표무적에서 느꼈던 것과 같이 누군가를 지켜주고자 하는 자애로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뜬금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없이 부드럽고 규칙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쉴 땐 쉬고, 튀어나갈 때는 튀어 나갑니다. 또한 이야기의 진행을 결정짓는 것은 주인공의 생각이자 의지입니다.
남을 휘두르지도 않고 또한 남에게 휘둘리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의 의지, 그 허용범위 안에서 납득을 하면 움직입니다.
그것은 남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자신의 자유를 관철시키는 것이기에 더욱더 먼치킨과는 거리를 두게 됩니다.
강한 주인공은 그 강한 힘에 의해 정작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그를 노리는 자들이 등장하지 않고서야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오칠은 강한 무력에도 불구하고 진정 자유롭습니다. 남을 괴롭히지도 않고 남에게 당하지도 않습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가벼운 행보를 보이지만 남은 족적은 깊습니다.
혹자가 일컫어 이 소설의 패턴이 이미 익히 보아온 것이라며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 패턴은 단지 재미있는 소재의 조각일 뿐 그것은 새로운 풍경 속에 녹아들어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권용찬 작가는 충분한 내공의 바탕 아래 그러한 것들을 새로운 이야기에 차용하여 마치 지하수를 퍼올리 듯 끝없이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재미를 위해 쓰여진 작품, 파계를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제가 군대에 가있던 도중에 나온 소설이라 아마 많은 분들이 읽으셨겠지만 혹시 못 보신 분께 추천합니다.
7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충분히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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