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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신독
작성
06.01.09 12:48
조회
3,179

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검신무

출판사 : 로크미디어

풍종호님 무협의 애독자라면 대부분 아실 테지만, 풍종호님은 대단히 특이한 시선을 갖고 있는 작가입니다. 평범한 장면도 그는 ‘다르게’ 쓰는 재주가 있지요.

풍종호님의 작품은 대부분 몇 번씩 읽곤 했습니다. “분뢰수”를 다 읽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서 ‘이런 적 처음인데…….’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장면과 장면의 비약에서 놓친 부분, 추리를 위해 깔아놓은 미처 찾아내지 못한 포석을 되찾아 읽는 즐거움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그 독특한 시선이란……. 읽을 때 마다 맛이 달라지는 글이란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글은 또 다르더군요.

“검신무(3권 발행 중/로크미디어/2005)”말입니다.

3권이 2005년 7월 중순에 나왔으니 연결권 안 나온 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가나요? 그런데도 별로 재촉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뒤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기는 무지 궁금합니다만 제 마음은 이래요.

‘이 정도 글이면 언제 나와도 읽는다. 앞 내용 까먹었으면 다시 읽는다.’

성미 급한 독자를 이 정도로 너그럽게 만드는 힘이 이 글엔 있습니다.

참으로 읽는 내내 아련한 감동에 젖었습니다. 느릿하면서도 유연한 시선, 무협다운 품격과 아릿함 때문에요.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무협을 읽는 흥취를 느꼈습니다.

검신을 꿈꾸는 주인공 소년 도운연이 여장춘과의 첫 대결에서 사부 하후염의 일갈을 떠올립니다.

- 적을 대함에 추호의 자비를 남기지 마라! 그것이 검객의 길이며, 그것이 검객이 지닐 자비인 것이다! 일 검에 죽일 수 있는 상대에게 이 검을 쓰는 것은 검객의 행위가 아니다!

참으로 단호하고도 명쾌합니다. 노검객 하후염의 가르침은 무협팬들의 가슴을 찌르는 로망을 담고 있습니다. 검객이 가져야 할 자비란, 상대에게 추호의 자비도 남기지 않고 최선의 일 검을 선사하는 것이라 어린 제자를 가르쳤지요.

그보다 더 멋진 건 제자 도운연입니다.

도운연은 사부에게 배운 그대로 검을 씁니다.

첫 번째 대결이란 망설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잘 정련된 보검처럼 검신의 길을 걸어가는 동량이며 한 명의 당당한 검객이었으니까요.

도운연은 망설임 없이 여장춘에게 치명적 일 검을 먹입니다. 사부의 가르침대로 일 검에 치명상을 안겨주지요.

치명상이란 걸 알고 여장춘은 검의 자애를 구합니다. 미련은 없다 말을 하지요.

도운연은 이에 한 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의 자애를 구현합니다.

단번에 여장춘의 목을 날려 버리지요.

그 단호함. 그 순결함. 그 고고함…….

도운연에겐 정말 아무 망설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검신이 되는 걸 꿈꾸는 소년은 사부가 가르쳐주는 검신의 길을 걸으며 아무 의심도 없이 배운 그대로 행합니다. 한 점의 사심도, 한 올의 꾸밈도, 한 틈의 망설임도 그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아……, 까맣게 잊었던 무협의 로망이었습니다.

이글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느린 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큰 흐름과 관련 있어 보이지 않는 주변 인물들의 자잘한 이야기까지 아주 상세히 나오지요. 그러다보니 3권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는 청성파의 대회합을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주변 인물들의 자잘한 이야기들이, 주변 인물들의 알 듯 말 듯 모호한 대화 속에 담긴 위트가 계속 웃음을 만들어줍니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 글의 세계관과 설정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지요. 그 느릿한 여유가 이글을 참으로 맛깔나게 만듭니다.

“검신무”를 읽으니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은 작가가 완숙지경에 이르면 어떤 검무를 펼칠 수 있는가 본 듯합니다.

기대됩니다.

풍종호님이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 지가.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유장한 흐름은 이제 완숙함을 맘껏 과시하시더군요.

아무 때라도 좋으니 연결권을 내주기만 하시길.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렵니다.


Comment ' 19

  • 작성자
    Lv.1 Juin
    작성일
    06.01.09 13:04
    No. 1

    3권까진 빨리 나왔는데...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묘재(妙才)
    작성일
    06.01.09 13:11
    No. 2

    멋진 글에 어울리는 멋진 감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쿠쿠리
    작성일
    06.01.09 13:21
    No. 3

    다음 권이 빨리 나오기만을...
    역시 풍종호님 소설은 사놓고 읽고 또읽고 또읽고 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어제도 화정냉월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_-b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06.01.09 13:53
    No. 4

    검신무 3번

    지존록6번 복습중.......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쿠쿠리
    작성일
    06.01.09 14:01
    No. 5

    noodles님// 지존록 내용을 다 꿰고 계신 분들 보면 한 30번씩은 읽으신 것 같더라구요.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06.01.09 14:02
    No. 6

    그래서 그런분들 여기에서 토론 하시면 낄 생각도 못해요. --;
    그냥 눈팅 만 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어린쥐
    작성일
    06.01.09 14:20
    No. 7

    멋진 감상평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예린이
    작성일
    06.01.09 16:49
    No. 8

    맥이 끊겼습니다;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PAPER
    작성일
    06.01.09 19:51
    No. 9

    검신무...등장인물들이 다 맘에 들더군요.
    청성파의 장문인을 비롯해서 알력이 있는 흑공자파들도....
    귀후파(? 원후파?)의 재미있는 장문인과 그의 사제의 실랑이..
    녹림산적들까지 모두다 개성이 강하고 그 역할들이 왕관에 박힌 보석들처럼 제각각의 빛을 발하고 있어 멋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후염의 제자, 사손들을 탐내는...그의 사제나 사질들도 너무 우습고..
    그들이 자신의 제자와 사손에게 호시탐탐 노리다 다른 신공을 가르쳐주니..
    '왜 자꾸 내 새끼들을 건드려~ '라고 분노하는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지더군요.
    다음권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유랑강호
    작성일
    06.01.09 22:15
    No. 10

    정말 좋은 작가의 좋은 소설인데 출판본에 오류가 몇개 발생하고 나서 의욕을 상실하셨나.. T.T 5권까지 이미 써 놓았다는 풍문이 가을에 돌다가 소리소문없이 가라않고 잠적중이네요.. 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전차남
    작성일
    06.01.09 23:02
    No. 11

    탈퇴하고 나서 다시 들렸다가...
    검신무 관련 글 보고, 다시 가입해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

    풍종호님 작품!!! 모두다 정말 매력적이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8 사나운아침
    작성일
    06.01.09 23:37
    No. 12

    풍종호님 소설은 소설에 나온 캐릭마다 개성이 있고 그 개성에 따라 각 캐릭에 정이 갑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혼객
    작성일
    06.01.10 04:15
    No. 13

    무협이란 장르안에 풍종호님의 세계관만으로 작은 카테고리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협!!
    오히려 느린 출간 속도가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에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쿠쿠리
    작성일
    06.01.10 09:30
    No. 14

    헛, 전차남님 오랫만입니다.

    풍종호님 작품에서는 '죽어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6.01.10 12:27
    No. 15

    정말 3권까지는 빨리 나온것 같은데;; 4권은 언제 나올까요..;ㅁ; 그와 함께 지존록도 어서..........;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迷夢
    작성일
    06.01.10 13:08
    No. 16

    풍종호님의 모든 작품들이 풍종호님이 설정한
    세계관에 녹아있다는것이 놀랄뿐이죠.
    모든작품들이 미약하게나마 연결고리들이 있다는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日越
    작성일
    06.01.10 21:29
    No. 17

    //강호행 님의 리플읽다가 생각나서 풍종호님 블로그 갔다왔습니다.
    .................................................................................................
    잃어버렸던 메모.

    8월 6일이라고 날짜부터 적혀 있는 메모.
    잃어버리고 나서, 뭐라고 적어뒀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아무리 끙끙거려도 머릿속에서 붕~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느낌만으로 꾸벅꾸벅 하던 일인데... 그 덕에 우왕좌왕을 하다가 겨우 마음 잡고 그보다 못한 차선으로 웅얼대며 일을 마무리 짓던 중이다.

    그런데, 메모가 나왔다.
    =_=

    확실히... 꾸벅대며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 하며 하던 것보다 좋더라.
    Orz.

    -시험에 들었도다... 우짤까나...
    -며칠 동안 시험에 든 채이다...
    -우짤까나...
    by 風虎雲龍 | 2005-11-21 15:50
    ...............................................................................................
    예전에 풍종호님의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이죠.....
    검신무에 대한건지 지존록에 대한건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책이 안나온 걸 보면...
    작업 다시하는 중이실지도 모르겠네요..ㅜㅜ
    팬으로서는 보다 완벽할 글이 될테니 기쁘지만
    늦게나오니 슬프기도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마이네임
    작성일
    06.01.11 00:10
    No. 18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너무 늦게 나와요-_- 인간적으로 심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견토육할
    작성일
    06.01.11 21:37
    No. 19

    솔직히 취미로 글 쓴다는 느낌이 넘 강함..독자는 말라 죽구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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