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영전 박스세트 전집을 지르고 오늘 본편 10권까지 정주행을 마쳤습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원래 좋아하는 작가라 돈 쓰는데 주저함이 없었죠.
그래봐야 본 거는 창룡전과 은영전이 다지만...
확실히 15년전 읽었을 땐 무척 잘 쓴글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10권 ’낙일‘편의 책자를 덮고나니..
예전의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민주정치와 전제정치, 보수와 진보,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 이런 대립구도에
자본주의와 종교, 즉 페잔과 지구교가 조미료로 끼여들며 정국이 난마처럼 엉킵니다.
소설은 연대기처럼 시대순으로 흘러가죠.
이 글의 핵심은 민주정치와 전제정치의 모순을 지적하는 겁니다.
민주주의의 경우,
지도층은 무능하고 부패하고 사리사욕으로 가득차서 국가가 개판으로 돌아가지만
그 지도층을 뽑은 것 또한 국민이므로 이를 감수해야 하죠.
게다가 한번 오염된 부패와 비리는 자정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전제정치의 경우,
한명의 불세출의 영웅이 공평무사하고 선정을 베푸면서 국민을 이끌지만
국민들은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지배자에게 모든 걸 맡깁니다.
결정적 약점은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단 한대에 끝날수도 있다는 거.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겠습니까?
물론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전제주의보다 민주주의를 선택하겠지만..
어쨓든 작가는 이런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문제는 그런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작중에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전지적 시점으로 몇페이지 건너서 동의반복적으로 설명하는 편이 많다는 겁니다.
주제는 좋으나 작가가 이를 글에 녹이는 방식이 저에게는 조금 거슬리더군요.
물론 위트넘치는 대사, 개성넘치는 캐릭터 메이킹, 전략전술의 구사 씬은
최고라고 인정합니다.
암튼 예전에 미친듯이 정독했을 때에 비해 15년 만에 읽은
은영전은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가? 이전만큼 감흥이 와닿지는 않더군요.
나이는 먹었는데 정치는 더 관심도가 떨어져서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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