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주제가 원체부터 양계장에 일렬종대로 꼬꼬거리고 있는 군계에 불과하지만, 만일 자력이던 아니던 구만리 장천의 대붕으로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렇다면 다른건 차치하고서도 내 그릇에 그 엄청난 날개의 힘을 포용할수 있을 것인지? ...훗, 대답하기에도 허파 찌그러지는 무안함이다.
어렸을적부터 보아왔던 수많은, 지식을 건네주던 매체들은 한결같이 '벼는 익을수록고개를 숙인다' 또는 ' 사람은 가진힘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 ' 라고 종종 얘기해줬지만, 아직은 짧은 이십사년 성상이라선지, 명예로운 권력이던 원초의 완력이던 힘을 가진자 치고 제대로 쓰는 꼴을 못본 게 현실이다. 오히려 남한테 피해나 안끼치고 살면 다행인 세상......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취운장의 '운' 도 그런 과잉능력소유자(?)중에 하나다. 이름부터가 눈꼴시리게하는 동성이름의 외자인데다, 작대기를 쥐여주면 미친개를 패고, 국 끓일 북어는 패도 도둑님은 못팰사람이다. 난세를 평정할 힘을 지녔어도 세상의 변화에 맞서기 보다는 순응하고 받아들이려 했던 사람.
운, 그가 변했다.
어미의 젖에서 모질게 떼어져버린 아이처럼, 인생의 행복과 자유로움을 채무자처럼 박박 긇어내 피웅덩이에 내동댕이처버린 지독한 세상을 향해 성난 눈으로 돌아왔다.
취운장에서 좋은점은 집단과 권력의 거대한 대립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소소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잘 드러냈다는 점이다. 아 나도 써먹으면 좋겠다~ 싶은 달콤한 연인들의 밀어나 다시한번 깨닿게 해주는 고사성어 에서 비롯된 삶의 지혜들을 나누는 대사, 때론 가슴 벌렁거리게, 또는 콧구멍 시큰거리게 해주는 정감스런 이야기들...
실로 수준높은 무협의 세계관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장점등은 취운장을 읽는내내 나를 일념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딱히 단점을 말하지면 대사가 많아서(딱딱 끓어지는 분절은 아니지만...)그런지 극의 전개가 시원시원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또 내용중에(특히 정사대전편)시기가 엇갈리는 부분이 눈에 거스른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제, 힘을 가진자로서 유약한 마음을 지녔던 대가로 갖은 고초를 겪고 돌아온 운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그것은 과연 핏빛의 복수전인지, 아니면 그의 이름처럼 흐르고 흘러 흩어질뿐인지...계란이나 낳고있는 나로서는 감히 예측할수 없는 운중행(雲中行)일 것이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