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은 자극적입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한 자라도 더 글이 쓰고싶어지는 날입니다.
백야로 시작한 글바람이 진산으로 조금 나아갔고, 그러자니 '좌백'이란 이름이 그냥 지나쳐가질 않습니다.
좌백...
그간 보여온 그의 강호행보는 이름에서도 풍기듯, 조금은 반항적이고 조금은 일탈적이고, 백도와 흑도의 냄새도 풍기면서 곳곳에 그 협명(?)을 뿌리내려왔습니다. 요즘 무협계에서 이 '좌백'이란 이름을 빼버리면 금방이라도 지진이 일어날것만 같은 무섭기 그지없는 두려움도 듭니다.
대도오와 생사박 그리고 이 두작품의 총완결편이라 할수있는 야광충!...도중에 독자들이 식상할까봐 금강불괴도 내놓고 - 물론 좌백님이 독자들을 어여삐 여기는 보살의 심정으로 내놓은 것이라고는 생각진 않지만 - 용유진의 표국시리지(독행표등), 왕일의 혈기린외전, 용두사미가 될까 무지하게 걱정되는 광협대요마전기, 구룡쟁패등...좌백이란 큰 이름에 비하자니, 그리 많은 작품들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근 십년이 다되어가는 그의 경력에 비추어봐도, 일년에 한편 정도가량의 더딘 출간속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위명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기만 합니다.
그리고 나오기 시작한 '천마군림'...어째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아보입니다.
용대운의 '군림천하'가 출간되어 나오기 무섭게 그 존재를 드러낸 '천마군림'이라...
천마군림의 序章은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나타나기 시작한 이야기에 더욱 더 큰 충격을 먹었습니다.
구무협의 환골탈태...
바로 이것때문이었습니다.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솔직히 전 구무협에 대한 애뜻한 향수가 남아있습니다.
빼어나기 그지없는 주인공, 이름만 들어도 휘황찬란한 무공절기들, 천하를 놓고 벌이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대규모의 세력대결...지금이야 뭐 그저 시금털털한 느낌밖엔 들지 않으나, 구무협과의 첫대면에서 당했던 구름위로 떠다니는 듯한 기분 좋은 멍한 상태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바로 잊혀졌습니다. 그랬던 것이 아주 새롭고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천마군림과 함께 말이지요.
무영을 보면, 야광충이 생각납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구아닌 불구였던 야광충이 좀더 인간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게 무영이 아닐까하는...엉뚱한 설레임도 듭니다. 대도오에서 보여줬던 좌백의 첫주인공의 모습이 좀더 세련되게 가공되어져서 무영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일수도 있습니다만, 무영의 천마군림은 야광충과 그 무리들을 더욱 가깝게 생각나게 합니다.
대도오에서도 엿보였지만 야광충에서 드러냈던, 아니 완성이 됐던 좌백의 인물창조는 이미 경지에 올라와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게 합니다. 그 수많은 조연들 - 제강산, 죽영, 혈영, 월영, 갈맹덕, 종리매, 손지백, 담오, 홍진보, 구자헌......하나하나가 또렷이 그 개성들을 뽐내고 있더군요.
다종다양해서 헷갈리기도하는 대결묘사는 여전히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결말 - 무영의 군림천하라는 뻔한 결말 - 임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글의 박력있는 전개는 눈을 떼기가 겁날(?) 지경입니다.
예전 구무협(?)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했던 마도천하라는 설정이 좌백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지금도 벙벙한 느낌입니다만, 오히려 이 점때문에 이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하며 독자들의 시선을 당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아직 작품이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서 설익은 감상글이 아닐까하는 걱정스런 마음도 없진 않지만, 좌백이란 네임밸류가 그런 걱정을 싹 걷어갈 거라는 굳은 믿음을 보내봅니다.
올 한해는 군림천하와 천마군림이 무림천하을 양분하는 사태가 발발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럽지만 기쁘기 그지없기도 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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