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99 예류향
작성
03.03.05 20:44
조회
4,481

전반적으로 '구무협'에 대해 폄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러한 분위기가 어느정도는 '구무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80년대 초중반의 한국무협은 중국무협과 다른 독창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구무협'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기연과 강한 무공은 구무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상해보라! 기연없는 무협이 존재할 수 있는가?

주인공이 강한 무공이나 사부와 인연을 맺는 것, 그 자체가 기연이다.

주인공 외의 수많은 인물들은 그런 인연을 만나지 못했지 않은가?

강한 무공 또한 마찬가지이다. 재밌다는 무협소설치고 주인공이 천하제일인 안되는게 얼마나 되나?

즉 기연과 강한 무공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연과 강한무공을 얻는 과정과 그 내용에 있어서 작가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낼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작가의 능력문제인 것이다.

기연과 강한 무공은 소재일 뿐인 것이다.

기연과 강한 무공을 가지고서도 나름의 재미를 이끌어 낼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중행, 천중화 작품정리한다면서 왠 헛소리냐?

천중행과 천중화가 바로 그러한 작가였다. 기연을 통한 재미를 추구한.

그래서 천중행과 천중화의 작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기연'이다..

그리고 가슴아프게도 한가지가 더 있으니 바로 '표절'이다.

자!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천중행과 천중화의 작품은 크게 두시기로 나눌 수 있다.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전반기와 후반기이다. 이렇게 시기를 나누는 기준은 '표절'여부이다. 또 다른 특징인 기연은 전 시기의 작품에 나타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주인공에게 기연 몰아주기'이다.

천중행과 천중화 두 작가는 주인공에게 기연 몰아주기의 대명사였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책 전체 분량의 절반정도가 기연을 만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쪼금의 과장이 섞였다)

첫 작품이 '황'으로 기억된다. 82-3년 정도에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황'이라는 제목 그대로 작년엔가 재간된 걸 대충 훑어본적이 있으니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작품부터 기연으로 도배된다. 1500년전의 천마지체를 타고났던 찬마대제의 후인이 되는데, 이 천마대제가 무림서열을 정했는데, 10위권 안에 자기친구, 마누라, 제자가 들어가는데, 그들의 무공을 주인공이 다 얻는다.

어찌 생각하면 '먼치킨류'의 원조라고나 할까? ^^

이후에 작품이 다 그런식이다. 일단 표절을 시작하지 않는 전반기의 작품을 꼽아보자.(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순서와 분류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음)

전반기의 작품은 십교종사, 칠기무제, 천기예황, 태양천자, 대상천하, 팔왕예조, 검, 용투야, 전신, 구룡겁, 검한몽, 제군본기, 만황, 패검비천혼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시 기억을 되새겨봐도 전체 분량의 반가까이가 주인공이 기연 얻는 내용이다. ^^

그런데 이 얻은 기연을 수련하는 것은 장면은 없다. 다 그 기연의 배경 설명이다.

보통 비급이나 보물 남긴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왜 남겼는가. 기보에 대한 설명에 분량을 할애한다.

근데 설명에 따르면 다 천하제일무공이다. 황당한 것은 이렇게 얻은 기연을 다 쓰지도 못하고 책이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심한 작품을 꼽으라면 검, 구룡겁, 검한몽 빼고 전부이다.

왜 그런가? 기연 얻는데 분량을 너무할애하다 보니 내용이 없다. 주인공이 천하무적인데 무슨 갈등? 싸우는 장면도 보통 한두번 정도밖에 안나온다. 기연을 얻고난 주인공의 분위기 보고 대충 다 알아서 긴다. ^^

이러한 후반부의 허무함은 정말 견디기 힘들지만, 기연을 얻는동안 정말 기연을 얻는 즐거움이 뭔지를 알 수 있다. 기연에 대한 설명이 세세하고 체계적이다 보니, 기연을 얻는 재미가 솔솔한 것이다. 후반에는 허무해지지만. ^^

86-88년 경에 후반기로 접어드는데, 후반기의 특징은 얻게되는 기연의 내용이 표절이라는 것이다. 주로 김용의 작품을 많이 표절했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안에는 표절한 작품이다.

검왕본기(의천도룡기와 천룡팔부) , 검웅영제(소오강호), 군(자기표절), 삼랑소(기억안남), 십왕결(자기표절과 천룡팔부), 십왕책(협객행), 전국무조(예외)

90년정도까지 무공이나 기연 얻는 과정을 김용작품에서 혹은 자기표절을 하고 있다.

90년 이후에도 천중행 천중화 이름으로 조금씩 출간은 된다.

일수탈명흑백조, 군림천리, 일세검황(기억안남) 이 것외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제목이 기억 안난다. 어쨌든 이 네작품의 특징은 표절은 아니고, 기연은 계속되다.

이 책들은 7권짜리 한질 박스무협이 아니라 그것보다 조금 큰 책으로 나왔다. 금강님의 '천산유정'이 재간되기 전의 '신룡전기'가 그런 식으로 나왔었다.

이후에 표사 사군명,  칠정란 따위가 나온 것 같은데, 과거의 천중행 천중화의 색채는 완전히 사라진 작품 들이었다.

정리를 하자면, 천중행, 천중화는 진정한  '기연 몰아주기'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가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부정적인 어조가 아니라, 긍정적인 어조로서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무협에서 주인공에게 기연을 없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천중행 천중화는 주인공이 기연을 얻으면서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을 독자에게 주로 전해준 작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기연 몰아주기는 90년대의 표절과 짜집기의 '구무협'에서 나타나는 기연 몰아주기와도 다르다. 90년대의 기연몰아주기는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뭐 그냥 바다의 힘, 하늘의 힘 따위를 주인공에게 준다.

하지만 천중행 천중화는 무공도 무공이지만, 다양한 병기를 얻는 기연을 주면서,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아 정말 좋은 병기를 얻는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자세하고 사실적인 면이 있었다.

이러한 구체성과 온갖 기연을 창조해내는 성실성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기연몰아주기에 의한 재미를 주었던 작가들이었던 것이다.


Comment ' 7

  • 작성자
    Lv.1 흑무영
    작성일
    03.03.05 21:13
    No. 1

    무엇보다도 강한 무공에 대한 설명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잊지는 말아야 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여청
    작성일
    03.03.05 23:30
    No. 2

    천중행·천중화 공저의 작품들을 말씀하시니 저도 지금껏 남아있는 기억이 몇가지 있네요.
    위에 거론하신 작품에 포함된 [팔황예조]... 참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지요. 특히 붉은 독수리(?)든가.. 하여튼 어떤 기이한 새의 깃털이 주인공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가 나중에는 무서운 암기수법이 되는...
    그리고 한 글자 제목의 작품도 몇 가지 있었던 듯한데, 그 가운데에서도 [군(軍)]이던가..?
    말씀대로 재미있는 책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편의상, 무협의 변천내지 발전상을 시기적으로 또는 그 시기를 관통하는 특징적 사조등으로 애써 구분하다보니 뭐 신″ ,구″, 통신″ 이런 용어들로 나누는 것일 뿐 거기에서 특별히 민감할 사항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른바 \'구무협\'의 중심축이었던 기성작가님들 중에는 지금도 왕성한 창작에 몰두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오랜 경륜이 무르녹은 필력으로 말입니다. 그냥.. 우리 무협의 지나온 역사라고 봅니다.

    뭐..욕을 먹어 마땅한 몇몇 인물들이 개중에 더러 섞여있기는 하겠지만, 어떤 소속의 사회이든 그 쯤이야 늘상 부딪히는 문제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저 또한 무협의 구세대로서 기회가 닿는 대로 잊을 수 없는 작품로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누어보고 싶어집니다.
    때때로 향수는 더욱 간절하지요.

    올리신 글을 읽으며 당장 생각나는 또 다른 작가의 이름 중에는 \'냉하상\'이 있네요.
    많은 학생들이 랩음악을 좋아하듯이 저는 또 \"올디스 벋 구디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暗然소혼장
    작성일
    03.03.06 01:14
    No. 3

    이중에 그나마 검왕본기가 볼만하죠..표절이라고하지만.....저는 표절인지 잘몰랐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예류향
    작성일
    03.03.06 07:36
    No. 4

    여청님이 말씀하신 붉은독수리 깃털이 나오는 것은 십교종사입니다. 그리고 검왕본기는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가 구양진경을 얻는 장면과 천룡팔부의 육맥신검을 그대로 표절했죠. 그 외에도 다른 한국무협작가를 표절한게 있는데 기억이 잘 안나내요?

    소오강호의 화산에서 기종과 검종이 대립하는 설정을 가져와서 썼던 글이 있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요. 제목이 기억나시는분 좀 가르쳐 주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정구
    작성일
    03.03.06 09:31
    No. 5

    표사 사군명은 장삼님 작품입니다. 후에 청어람에서 기사와 건달을 내신 분이죠. 천중행,천중화님도 대명, 차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들 이름으로 나온 것 중 많은 것은 다른 사람이 쓴 글로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坐照
    작성일
    03.03.06 10:24
    No. 6

    기연을 얻는다는 것...?
    흠... 사실 모든 소설 아니 우리 인생 자체가 따지고 보면
    기연의 연속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기연이 기연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을 곧 개연성이라 하는 데, 그 개연성이 곧 그 소설의 작품성을
    재는 하나의 잣대라 할 수 있죠

    구무협이 진정한 소설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그 개연성 없는 기연으로 점철된 점도 작용하였다는 거죠

    신무협은 그런 기연이 감소하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그 개연성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구무협 보다는 한 차원 높은 소설로 성장한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구무협은 하나의 추억거리는 될 수 있으나...
    그것을 새로이 알리지 않아도 하나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말과글
    작성일
    03.03.06 13:52
    No. 7

    구무협을 알리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말씀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음... 저는 이 글을 아라한님이 말씀하신 천중행.천중화 공저의 황으로 첨
    무협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입니다. 또 그러한 기연몰아주기의 작품들을
    (위에서 언급한) 거의 갖고 있는 사람이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구무협.신무협 어느쪽으로 시작하든 무협을
    아끼고 사랑하면 좋은것 아닐까요? 제가 구무협만을 고집하는건 아닙니다. 최근엔 신무협을 주로 읽으며 많은 분들이 공감할수 있는 좋은 작품도 상당히 많죠.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문득 구무협이 그리울 때가 있고
    ... 하여튼 위에 분의 마지막 말씀은 좀 지나치신듯 하네요.
    참... 위에 여청님이 말씀하신 붉은 독수리는 십교종사에 나오는 수많은
    기연중에 하나인 천마혈우네요 ^^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581 기타장르 [감상] 숨은 보옥- 임진광님의 <무언계> +2 Lv.16 풍객 03.03.08 2,335 0
580 기타장르 [추천]담천님의 광기를 기달리는냐구 힘들... +2 점소이 03.03.08 1,334 0
579 기타장르 [추천] 천진도사님의 독문무공 - 북풍표국 ... Lv.99 예류향 03.03.08 1,536 0
578 기타장르 [추천]숨은 진주를 찾아(1)-사마달의 \'흑... +6 조성권 03.03.08 2,480 0
577 기타장르 [감상] 천각왕 - 1부까지 읽고. +4 Lv.91 mr***** 03.03.08 1,654 0
576 기타장르 [감상] 퍼펙트 메이드 - 3권까지 읽고. Lv.91 mr***** 03.03.08 3,734 0
575 기타장르 [추천]호위무사의 감동 +2 유성검제 03.03.07 1,264 0
574 기타장르 [비평+참고] 서효원님의 작품 정리 +4 Lv.99 예류향 03.03.07 4,543 0
573 기타장르 [추천]천운학님의 신무림연가 +1 Lv.1 神색황魔 03.03.07 1,259 0
572 기타장르 [감상] 좌백의 천마군림 2권까지 읽고. +2 Personacon 검우(劒友) 03.03.07 1,336 0
571 기타장르 [추천]미야모도 무사시 - 일본소설이지만.... +3 Lv.60 횡소천군 03.03.07 1,488 0
570 기타장르 [감상][천마군림] 옛향기가 나는 최신무협... +3 Lv.4 벨라베르 03.03.07 1,543 0
569 기타장르 [감상] [무상검] - 6권 +2 Lv.91 mr***** 03.03.07 1,350 0
568 기타장르 [감상] [일인무적] - 2권까지 읽고. +5 Lv.91 mr***** 03.03.07 1,395 0
567 기타장르 [감상] 신무림연가를 아시는지요 +4 무풍지대 03.03.07 1,233 0
566 기타장르 [참고] 읽으시구 재밌었던 무협들 추천 부... +8 무협초출 03.03.07 1,580 0
565 기타장르 [참고] 사마달의 이름으로 나왔던 작품들 정리 +6 Lv.99 예류향 03.03.06 3,981 0
564 기타장르 [참고] 코믹, 명랑무협을 좋아하는 분들께 +3 Lv.1 여청 03.03.06 2,181 0
» 기타장르 [참고] 천중행, 천중화의 작품정리 +7 Lv.99 예류향 03.03.05 4,482 0
562 기타장르 [추천] 명랑무협소설들... +11 minos 03.03.05 2,926 0
561 기타장르 [참고] 생각난 김에 와룡강 작품 정리 +13 Lv.99 예류향 03.03.05 23,427 0
560 기타장르 [감상] 파문제자 - 4권까지 읽고 Lv.91 mr***** 03.03.05 1,605 0
559 기타장르 [감상] 청룡만리 - 2권까지 읽고. Lv.91 mr***** 03.03.05 1,191 0
558 기타장르 [감상] \'천마군림\' ... 진정 군림하려 드... +5 minos 03.03.05 2,047 0
557 기타장르 [비평] 허접한 딴지쟁이의 추천작 딴지걸기... +1 Lv.19 R군 03.03.05 1,344 0
556 기타장르 [비평] 운한소회는 왜 갈수록 맥이 빠지는가? +5 Lv.99 예류향 03.03.04 2,021 0
555 기타장르 [참고] 와룡강의 \'보\'씨리즈를 기억하며 +4 Lv.99 예류향 03.03.04 5,945 0
554 기타장르 난세지도.. 난세를 살아가는 방법이란.. +3 Lv.1 그저녁무렵 03.03.04 1,110 0
553 기타장르 [추천]묘왕동주 잼있어요! 이제혁 03.03.04 1,165 0
552 기타장르 [추천]생사박 잼있어요 이제혁 03.03.04 1,084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