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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호접몽
작성
02.12.03 15:08
조회
1,835

준아!

너가 태어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교 이학년이 됐구나.너가 가르쳐준 고무림사이트에서 감상이벤트를 한다길래 아빠가 문득 니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띄워본다.

공부안하다고 성화만해대는아빠를 보고 많이 서운하지?꾸짖고 돌아서면 아빠는 피식 웃음이 난단다.아빠의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초등학교 교사이신 아빠의  외삼촌알지?외삼촌집에 가끔 놀러갔을때 아빠는 신기한 책들을 접했단다.이상한 한문으로 "정협지""군협지"등등 쓰여져 있는 낯선 책들이 아빠의 호기심을 자극했단다.원래 책을 좋아하던 아빠는 얼른졸라 빌려서 밤을 세워 읽었단다.

알고보니 그책들이 바로 무협소설이란다.1920년대 미국에서 니가 좋아하는 판타지,SF등의 장르문학이 태동할때 중국대륙에서 현실에서 독립된 상상속의 배경을 토대로 무사집단이 무와 협을 이루어나가는 동양의 판타지가 선보였단다.그후 1940년대남파,북파등으로 창작의 고전적 토대를 갖춘 무협소설이 정착됐단다.저번에 아빠하고 같이본DVD와호장령 기억하지?이모백이 나오는거..그게 대표적작가인 왕도려의 학경곤륜이란 소설의 일부분이란다.

이후,중국이 공산당치하에 들어가자 대만과 홍콩으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대륙의 정서를 이어받아 각각 나름대로의 신무협을 선보인단다.홍콩은 니가 좋아하는 장무기가 나오는 의천도룡기등을 쓴 김용이라는 작가가 역사를 토대로 장쾌한 문학성있는 무협을 선보여 지금까지 신필로, 김용학이라는 학문까지 생길정도로 존경받고 있단다.

거기에 반해 대만에서는 역사를 배제하고 개인의 내면적세계와 기정이 어우러지는 아빠가 좋아하는 천애기알지?바로 그와 같은 무협을 쓰는 와룡생이라는 작가를 필두로 수많은 작가가 다양한 무협을 선보인 백가쟁명의 시대가 펼쳐졌단다.

이제 한국을 이야기해볼께...한국에서는 번역무협소설로 시작했단다.정협지와 군협지등을 필두로 와룡생,고룡,소일,소슬,유잔양,동방옥,제갈청운등등 주로 대만작가위주로 무협소설이 봇물같이 번역되어 출간이 됐단다.너무 많은 무협이 쏟아져나아 번역의 한계에 부딪히자 이제 비로소 한국작가들이 직접 무협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단다.

그시절,가장 유명하신분이 아빠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금강이라는 작가란다.그당시는 만화방에서 책을 빌려봤는데 금강이라는 이름의 무협소설만 나오면 주인아저씨한테 사정사정해서 예약해서 빌려봐야만 할정도였단다.이상하지..다 그게 그걸꺼 같은데 금강님 소설만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지금도 아빠서재에 금검경혼부터 뇌정경혼,절대지존,풍운천하,풍운대영호,고월,발해의혼,대풍운연의등 대표작들이 쫙꼽혀있는게 신기해해서 아빠가 언젠가 너보고 시간날때 읽어보라는 얘기 기억하지...

금검경혼은 작가의 첫작품이고 뇌정경혼은 무협의 고전적맛을 잘간직해있고 절대지존은 황궁을 무림으로 처음 끌어낸 작품이고 풍운천하는 무협의 형상화에 크게 기여를 한 작품이고 풍운대영호는 추리무협의 원조이고 고월은 작가의 전통무협대표작이고 발해의 혼은 한국역사를 접목시킨 역사무협작품이란다.

왜 아빠가 금강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높이 사냐하면은 바로 아빠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무협소설의 모든것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란다.대풍운연의를 예를 들면 그작품안에 정통무협의 정수라 할수있는 무와 협,선과악,정사간의 대립,기연등 장르문학이 지키고자하는 기본공식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완성판이란다.

에이,따분하게..하고 너가 반문할지 모르지만 니가 보는 신세대 통신무협들과는 다르게 웅후한필체와 치밀하고 짜임새있는 구성,실존적 삶을통한 현대의 메세지 전달이 아니라 허구와 가공의 세계에서 무협만이 가질수있는 무협의 전형적 향기를 실어 독자에게 무협의 맛과 멋을 선사하는 진정한 무협작품이란다.특히 장면 장면에 이어지는 압축성과 치밀한 복선은 무협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수있는 진정한 정통무협의 보고란다.

너또래들은 쉽게 읽을수있고 아기자기한글들이 마음에 와닿고 재미있을수있으나 모든 문화에는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단다.오페라를 들으며 아무런 준비없이 즐기기 힘들듯이 무협이라는 장르문학을 접하면서 가장 무협적이고 작품성있는 대풍운연의같은 정통무협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요새 유행하는 CF "니들이 무협을 알어"하는 소리를 듣게 된단다.

준아...아빠가 기우같지만 공부만 하지말고 책을 많이 읽어라.

책을 읽되 톨스토이나 세익스피어같은 작품을 자주 접하거라.그리고 여유롭게 무협작품도 자주 읽으면서 영웅의 꿈을 키우거라.특히 대풍운연의를 꼭 읽어보도록하여라.그곳에서 진정한 무협작품이 무엇인가를 느껴보도록 하여라.먼훗날 니아들에게도 할아버지가 재미있는 무협작품을 소개해주었다고 일러주려므나.감기조심하고 잘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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