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상인원보고 따위는
야매비번으로 처리해버리고 단잠을 쳐잤습니다.
그리고 3시간 후인 8시 40분쯤 일어났는데..
애들이 밥먹으러 가고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신고 딱 서니까.
머리가 빙글빙글도는 겁니다.
'.....어? 내가 여기서 뭐하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시야가 파스텔톤으로 흐릿해지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소름 돋을 정도로
tv나 창문을 보면서 '저 시커먼건 뭐지? 투명하다. 뭐더라 저게?'
이러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의자를 부여잡고 내가 뭘잡고 있는걸까. 지금은 언제고 여기는 어디지?이러고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드는 생각이 '나는 누구? 여긴 어디?'가 아니라
'여긴 어디? 지금은 언제?'더군요.
그렇게 한 3분정도
내가 여기 왜 있을까. 뭘 해야되지? 하면서 계속 어질어질하고 있는데.
문득 방문을 바라보면서 번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건 문이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기억이 재생되기 시작하더라구요.
'이건 벽 하얀색, 창문, 의자를 잡고 서있다. 지금은 어지럽다. 침대, 아침, 오늘은 휴일이었지.'
그러자 진짜로 주변이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여기는 우리 생활반, 생활관이고 부대다. 난 군인이고. 아, 이름도 기억난다. 正力이었지.(본명아님..)'
그러고는 심호흡 몇번하고 물 한모금 마시고 싸방에서 내려온 겁니다.
.....조금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손을 바라보면서 이게 손이다란걸 모르다니...
하지만 조금 무서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문 이란걸 인식하지 못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더 해멨을까요...
후임들이 왔을때 제들이 사람이란건 알수있었을까.
엄청나게 희귀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진짜로 시야가 흐릿해졌습니다. 눈물이 막 흐르는것처럼 뿌옇고 파스텔을 문지른것처럼 번져 보이더군요.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는데 제가 '이게 뭐다.' 라는걸 인식을 하지 못하니 시야가 흐릿해지는 걸까요? 그럼 아이때는 세상이 파스텔로 보이려나?
기억상실이란게 이런거구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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