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본의 아니게 마탑을 탈출한 액시움입니다.(...)
제목에는 '여자친구~' 어쩌고를 적어놓았지만, 아직까지 저는 S를 진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어색하네요. -_-;;
일단 S와는 사귀는 것으로 되었기 때문에, S를 좋아하는 제 친구 M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가 남게 되었는데요. 이 문제를 처리하기가 참 어렵네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오늘 토요교구모임을 갔는데 S랑 M이랑 만났습니다. 어제는 제가 하루종일 병원 치료를 받느라 집에 짱박혀 있었고요.
예배당에 들어가기 앞서 S를 먼저 만났는데 아주 신이 났더군요.;; 모임이 5시에 시작되는데, 2시쯤에 만났거든요?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랑 마끼아또 딱 두 개 시켜놓고 3시간 내내 이야기했습니다.(...)
진짜 여자애들은 얘기할 게 뭐 그리 많은지... -ㅅ-;; 뭐, 저는 말을 많이하지 않고 거의 들어주기만 했지만요. 얘기거리가 많지도 않았거니와, 얘기거리가 있어도 말할 틈이 없더군요. 젠장;;;
5시가 가까워서 예배당으로 향하는 사람들 중에 저희 캠퍼스 무리가 카페 앞을 지나가다가 딱 저희를 발견하더군요. 뭐, 꼭 사귀지는 않더라도 형제와 자매가 둘이서 환담을 나눌 수도 있으니 딱히 들킬 위험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배당 근처 카페라는, 보안상으로 아주아주 위험한 장소를 택한 것도 그 이유였고요.
문제는...젠장. 그 안에 M이 있었습니다. -_-;;
처음에 교구모임에는 S를 만날 것만 예상하고 왔는데 설마 M까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토요교구모임에 거의 안 나왔거든요.(...) 원래 토요모임이 동아리 안에서도 좀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가는 교제인지라 동아리 활동에 소극적인 M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따로 선배한테 물어보니, 한 달 전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S가 토요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나왔다고 하더군요.;;
빌어먹을. 꼭 Y 쫓아다닐 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참고로 S가 M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S와는 M에대해서 한 번도 얘기해보지 않았거든요. 뭐, 동아리 사람들에 대해 얘기할 떄 여러 친구들 중 하나로써 언급한 적은 있지만...
예배당에서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교제를 하는데, 둥글게 원을 지어 앉잖아요? 근데 제 옆에 S가 앉고, S 옆에 M이 앉았습니다.
...어쩔 줄을 몰라 하더군요. 의도적으로 S 쪽에 시선 안 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고개 돌아가는 방향이 S 쪽으로 돌아가는 빈도가 상당히 높은 게 너무 티가 납디다. -_-;;; S는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하게 교제에 집중하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저만 죽을 맛이었죠.
문제는 교제 끝나갈 때 즈음인데.. 내일 주일 예배가 개강 전 마지막 방학 예배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위해 다들 건물 안을 빙빙 돌며 이것저것 나르고 치우고 할 게 많았는데요.
저랑 S랑 M, 그리고 인접해 앉아 있던 선배 두 분이랑 한 조를 짜서 움직이게 되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M에게는 좀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이 있는데요. 말할 때 자꾸 스킨쉽(...)을 합니다. 옆에 같이 앉아서 말하면 자꾸 손목을 잡거나, 어깨를 집거나 하는 버릇이 있어요. 딱히 여자애들만 골라서 하는 게 아니고,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다 하는 버릇입니다.
저는 남이 제 몸 만지는 걸 아주아주 싫어하지만, M도 일부러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고 뭔가 불쾌하게 더듬는 건 아니니까(...남자가 남자를 더듬으면 여자를 더듬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냥 용납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목표지로 이동할 때 M이 S더러 가자고 하면서, 저한테 평소 했던 행동을 그대로 S한테 한 겁니다. 손목 잡고 살짝 이끄는 행동을 한 거죠. -ㅅ-;;; 처음에는 얘 평소 버릇이 원래 그렇다는 거 다들 대충 알기도 하고 해서 S가 덤덤하게 넘어갔습니다만, 정리하는 도중에 잠깐씩 자리에 앉아 쉴 때 M이 또 S의 어깨를 살짝 잡아 밀면서 앉으라고 권하더군요.
행동 자체야 매너로써 나무랄 데는 없지요. 그 접촉하는 행동만 빼면;;; M의 행동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울 캠 자매들이 착해서 그렇지 만약 조금이라도 성깔 있는 자매였으면 바로 뺨 맞을 만한 행동 많다고 하더군요.;;
S도 처음에는 넘어가다가 세 번째 즈음부터는 약간씩 어색한 표정을 짓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여자친구가 곤란해 하는데 무신경하게 있는 놈이 될 것 같아 행동에 들어갔지요. 날도 더운데 조원들에게 음료수 좀 대접하고자 하니 S더러 근처 슈퍼 가서 좀 사달라고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M이 붙지 않도록 옆에서 에스코트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티가 나는데다가 제가 선배들이랑 같이 무거운 짐을 많이 나르는 역할이어서 여유가 없었거든요.
S야 대강 눈치 챘는지 흔쾌히 다녀왔지만, M이 좀 기색이 야리꾸리하더군요.
젠장. 저도 좀 어색하긴 했죠. 보통 음료수 돌리는 건 선배들이 하는데다, 평소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제가 음료수 돌린다고 하니... –ㅅ-;;
정리 다 마치고 다 같이 모여 저녁 식사 할 때는 잽싸게 S 옆에 앉기는 했습니다만... M은 S 맞은편 자리에 앉았는데...딱 봐도 아쉬워하는 티가 나더군요. -ㅅ-
식사 다 끝나고 특강 때문에 S는 부득이 먼저 자리를 비우고, 저는 Tvtropes에서 놀다가 M이랑 같이 좀 늦게 출발하게 되었는데....
버스 안에서 M이 은근슬쩍 떠보더군요. S 어떻게 생각하냐고... -ㅅ-;;;
순간 대답하기 진짜 개난감했습니다. 뭐, 갑작스럽지는 않았어요. 방학 동안 S와 급친해지면서 M이랑 얘기할 때 S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M이야 이점을 평소에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오늘처럼 제가 약간 방해 공작(...)을 넣자 경쟁자를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봤을 테고...
빌어먹을.;; 예측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까 심하게 난감하더군요. 비밀연애 하기로 했는데 이틀만에 까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좋은 친구라고 하자니 나중에 M이 속았다고 생각할 것 같고. --;;
뭐, 질문 자체는 이성 교제에 대한 얘기하던 와중에 은근슬쩍 우리 캠퍼스 중에 마음에 드는 자매 있느냐는 내용에서 여러 사람을 언급하던 중에 S를 ‘약간’ 강조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저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은근슬쩍 넘어갔지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까발리기는 그렇고... 대충 어떤 자매라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을 법한 속성을 적당히 둘러대서 S가 아닌 것처럼 말하기는 했지요.
M이야 뭐 끄덕이면서도 저에 대한 의심은 거두지 않는 것 같더군요. 빌어먹을;;;
M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제기랄... 가방도 안 맸는데 등에 땀이 흥건하더군요. 진짜 그렇게 긴장되었던 적은 Y랑 같이 집에 돌아올 때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M이 아예 S를 좋아하지 않으면 편하게 비밀연애 지속할 수 있을 텐데 ㅜㅜ 아니, 최소한 그 대화하면서 스킨쉽 하는 버릇만 없어도 제가 비밀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상황 조정해야 할 필요도 없을 텐데 참 여건이 진짜 안 돌아가네요.
M이 울 학교 예대에서도 좀 잘나가는 학과 소속이고, 개인적으로도 진짜 잘 나가고 능력 있는 놈이라 프라이드가 엄청 쎕니다. 한 마디로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어서.... 버릇 고치라고 해도 안 고쳐요. 이미 여러 번 선배들한테 지적을 당했다는뎁. 쩝..
엿 같네요. 그리고 내일 주일 예배 때 Y가 온다는데 이건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솔직히 S 앞에서 Y 보고 동요 안 할 자신이 없네요.
제기랄;;;
연애도 순탄하게 두 사람이 서로서로 좋고 방해물이 없어야 핑크빛 해피 러브가 가능한 거지 이거 뭐 꼬일 대로 꼬여서 하루하루가 마키아벨리즘에 찌들어 궁정 생활을 하는 꼴이니...
뭐? 긴장감이 있어야 연애가 재밌어진다? 개뿔. FPS 매니아도 실제 전장에서 총알 스쳐지나가면 오줌 지리는 건 마찬가지죠.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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