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축제죠. 하지만 그것들은 즐기는 자의 전유물일 뿐. 준비하는 자들은 피똥을 쌉니다.
뭐 밴드부나 마술부는 괜찮죠. 뭐 지네들이 하던대로 하면 끝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도서부. 이걸 어쩌나. 도서로 뭐 축제할 게 있나요? 초반엔 모두들 회의적이었습니다. 뭐 솔직히 뭔 축제를 하나요. 누가 남의 학교 축제까지 와서 책이나 보나요.
그러다가 선생님이 신의 한 수를 던지셨습니다.
"도서부 축제 수입은 전액 (우리에게)기부!"
"생활기록부 팍팍 기입!"
온갖 의견이 쏟아졌죠. 도서 퀴즈부터 도서 경매... 점점 막장으로 치달아서 책 발로 차서 골대에 넣기까지... 막장으로 갈수록 멘탈도 붕괴해서 한 명은 홍보용으로 탈 쓰고 탈춤을 춘다고 하더군요. 일단 모든 의견을 수용해서 토론과 투표를 했죠.
그런데 정작 가장 열띈 토론을 한 것은 어떤 탈을 쓰고 어떤 퍼포먼스를 하느냐였죠. 토론이 진행될수록 먼저 설레발을 떤 탈춤을 한다고 했던 부원은 사색이 되어가고...
아주 재미있는 토론의 시간이 지나고, 탈춤하는 부원의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각시탈 쓰고 하얀 소복 입고 짧은 곤봉을 든 뒤 와이어 액션을 하며 운동장에 펼쳐놓은 일장기를 때려부수며 화약만 든 장난감 총을 쏘며 쫓아오는 도서부원에게서 도망치며 도서부 홍보를 한다!"
... 막장이죠? 그래서 결국은 뽀로로 인형옷을 입고 뽀로로 주제곡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어쨋든 홍보는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행사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요. 이걸 어쩌나요... 뭘 해야하죠? 이왕이면 여자애들에게 인기있을 만한 것이면 좋을텐데 말이죠... 제길 그냥 마술부 들어갈걸.
p.s 제가 가장 앞장서서 탈춤 부원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2학년 부장 형은 면접볼 때는 몰랐는데 이제보니 완전 날라리구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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