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글 쓰는게 조각처럼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흰 백지를 보고 있자면, 저는 마치 커다란 대리석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요.
이 대리석 어디를 어떻게 깎아 어떻게 다듬을까...하면서 머릿속으로 완성된 조각을 떠올립니다.
그러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면 정을 놓고 망치를 치는거죠.
커다란 윤곽선만 몇 가닥 그은 채, 대리석을 부수는 건지 조각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때립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또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가 하나 서 있죠.
상상했던 것과는 항상 달라서 마음이 아픕니다.
나는 재능이 없구나, 여기를 잘못 부쉈던 걸까, 여기를 이렇게 했었어야 했던가...
하지만 이미 깨부순 조각은 되돌릴 수 없지요. 찰흙처럼 붙일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아쉽게도, 그 이후는 제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저의 인내심이 거기까지 닿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무너뜨린 대리석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밀 타격(?) 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울퉁불퉁한 대리석 덩어리로 남은 것들이 말이죠.
이제는 그것들을 다시금 다듬어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그때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늦게나마 해 봐야죠.
그래봤자 역사에 남을 조각상들만큼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언젠가 한번 올렸듯이, 저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비록 창고에 쌓이더라도 좀 볼만한 것들을 만들어야겠거든요.
대리석 덩어리 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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