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15분.
게으른 초보 작가가 웬일로 알람도 울리기 전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빤스 바람으로 좁은 자취방을 달려 컴퓨터 앞에 앉은 초보 작가.
초보 작가의 컴퓨터는 꺼져있는 날이 없습니다.
마우스 몇 번 클릭에 모니터가 켜지고, 초보 작가는 즐겨찾기 맨 위에 있는 문피아에 접속합니다.
사실 초보 작가는 어제 꿈을 꾸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선작이 3,000으로 오르는 꿈을 꾸었죠.
물론 개꿈인 걸 알지만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예지몽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네, 그렇습니다.
초보 작가는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머리가 돌아버렸습니다.
내 서재에 들어간 초보 작가가 한숨을 내쉽니다.
역시나 개꿈이었던 거죠.
그래도 밤새 선작도 하나 올랐고, 댓글도 하나 새로 달렸습니다.
초보 작가가 댓글이 달린 글을 클릭합니다.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
흐뭇해 하는 초보 작가.
댓글에 위안을 얻은 초보 작가가 출근 준비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똥이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출근길에도, 일하는 중에도, 점심시간에도.
초보 작가는 하루종일 글 생각 뿐입니다.
일하는 틈틈이 문피아에 들어가 자기 글을 살핍니다.
오늘도 역시나 새로운 독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짜증을 내며 새로 고침을 계속 눌러보지만 변하는 건 없습니다.
아뿔사!
일 안 하고 핸드폰 하다가 사장님한테 걸렸습니다.
잔뜩 뿔이 난 사장님이 초보 작가를 쥐 잡듯이 잡습니다.
초보 작가는 지가 잘못한 건 생각 안 하고 속으로 이를 갑니다.
‘두고봐라, 헌터로 각성하면 당신 얼굴에 사표부터 던진다.’
그렇습니다, 초보 작가는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초보 작가가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쌓아뒀던 비축분을 다 써서 오늘부터는 날림 연재를 해야 합니다.
주말에 끄적여뒀던 플롯에 살을 붙여가기 시작합니다.
4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더니 눈이 아픕니다.
간신히 오늘 분량을 채웠습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퇴고를 시작합니다.
사실 초보 작가는 퇴고하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냥 읽으면서 문장이 이상한 곳은 없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체크하는 정도입니다.
4번쯤 글을 읽어본 후 맞춤법 검사기를 돌립니다.
세상에, 빨간 비가 내립니다.
어제 틀렸던 띄어쓰기를 또 틀렸습니다.
전혀 발전이 없는 초보 작가입니다.
이제 글을 올릴 시간.
초보 작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합니다.
새 글이 올라가고 메인에 콩알 만하게 노출되는 시간은 불과 15분~30분 남짓.
유일하게 글을 홍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 때 포트리스 피시방 값 내기할 때처럼 신중하게 각을 잡습니다.
글 리젠이 느려지는 틈을 타 새 글을 업로드 합니다.
후우,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글을 올리고 3시간 동안 15명의 새로운 독자가 초보 작가의 글을 찾아주었습니다.
그중에 9명이 최신화까지 글을 읽었고, 3명이 선작을 눌러주었습니다.
하루하루 찔끔찔끔 오르는 선작수는 초보 작가에게 희망 고문입니다.
사실 이 글로 유료화 가기는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오르는 선작수를 볼 때마다, ‘어쩌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독자 유입을 늘릴 수 있을까, 초보 작가는 항상 고민합니다.
사실 예전에 이런 고민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누가 댓글로,
‘글을 잘 쓰면 된다. 글이 재밌으면 독자가 알아서 찾아온다. 이런 글 쓸 시간 있으면 글이나 열심히 써라.’ 라고 했죠.
사실 초보 작가는 조금 억울했습니다.
댓글 쓴 사람이 초보 작가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초보 작가의 글은 조회 수가 쥐 오줌만큼 작아서 글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초보 작가 글의 조회 수 중 30% 가량은 본인입니다.
본인이 클릭해도 조회 수가 오르는 걸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눌러댔거든요.
내 글이나 읽어보고 와라, 라고 반박해 주는 대신 초보 작가는 조용히 글삭을 눌렀습니다.
-님 글 개노잼, 완전 지뢰네
이런 댓글이라도 달리면 연두부처럼 흐물흐물한 초보 작가의 멘탈은 터져버릴 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연재 횟수가 계속 쌓이다 보면 갑자기 선작이 확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초보 작가는 아무리 힘들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는 초보 작가를 힘들게 합니다.
음? 댓글이 달렸습니다.
-일등?
피식.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게 고작 4개인 초보 작가의 글에서 등수 놀이라니.
-1등 축하합니다! ^^
답댓글을 달아준 초보 작가는 생각합니다.
’언젠가 독자들이 내 글에서 등수놀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내일 쓸 글의 플롯을 생각하며 초보 작가는 잠이 듭니다.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주길.
언젠가는 전업 작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그냥 올려본 뻘 소리입니다.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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