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입니다 *
언젠가부터 무인들의 등급을 3류, 2류, 1류, 절정, 초절정, 화경 이런식으로 나누더군요.
그런데 이런 분류가 갖는 장점은 우선 게임의 레벨업 식 성장을 보여주기 좋고, 등장인물들이 등급이 햇갈리지 않도록 하는면도 있는 등의 잇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무협의 묘미인 긴강감 형성에 아주 큰 장애물이 되죠. 주인공이나 되야 2류급 내공에 1류급을 간신히 잡아내는 치트키 하나쯤 있지, 대부분은 급수 따라 그냥 승패가 갈린다고 봐야 하는데요. 일류는 이류 무인 열명은 감당할 수 있다 라고 설정해 두고, 이류가 일류를 이긴다는건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봐야합니다.
예를 들어 양과가 고묘에서 상승심공을 익히고 나와 내공수위는 높지 않지만 날렵하고 기이하고 날카로운 검법에 의지해서 여러차례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데, 이런 묘사는 사실상 등급이 있는 무협소설에선 불가능하죠.
즉 무술간의 상성 및 그 무술을 활용하는 자의 재능에 따라 변수의 폭이 매우 커야 전투장면을 모는 맛이 나는데, 등급제하에선 이게 되 버리면 설정파괴로 이어집니다. 애시당초 긴장갑 자체를 살리기 참 어렵다는 말입니다.
개별적인 등급제는 어느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구무협에서도 1성 12성 이런 표현은 씁니다. 상대의 7성 무공과 나의 5성 무공이 맞붙고, 거기에 발이 빠르고 손놀림이 예리한 사람과 근력이 강하고 무겁고 두거운 무기를 쓰는 이와 맞붙었을 때의 승패는 쉽사리 점쳐지기 어려운데, 여기에 요즘의 등급제가 붙어 버리면 애초에 상성 같은건 작가의 묘사에 따라 약간의 변수가 될 뿐 큰 변수가 될 수가 없습니다. 큰 변수가 되는 순간 설정 파괴가 되니까요.
등급제가 없으면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이런 부분은 작가가 꼼꼼하면 해결될 문제죠.
이류무인이니 일류무인이니 하는 그런 표현을 굳이 써야 한다면 최소화 하는걸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 하는 스타일은 이런거죠. A라는 주인공의 동료가 30살인데 화산파 신공을 익혀 내공수위가 30년정도 됩니다. 물론 굳이 일부러 적시할 필요는 없지만 독자는 대략 그정도라는걸 인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60살은 먹은 마두 B가 A와 동료들 앞에 나타났죠. 이 마두가 익힌 수법은 그리 고명하진 않으나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A는 표홀한 신법을 장기로 B가 펼치는 음한장력에 위협을 받지만 화산파 신공 특유의 순양기공으로 버텨 냅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순양기공이 아니어서 먼저 쓰러지고 말죠. 마두B의 독장은 위력은 뛰어나지만 공력의 소모가 심하여 결국 A에 의해 팔리 잘려 패하고 맙니다. 이런 묘사에는 등급은 필요 없습니다.
내공수위가 10년과 100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큰 격차이자 벽이 될 수 있지만, 무공의 상성은 30년과 60년도 극복할 정도이며, 무공의 특징 그 자체가 더 중요한 변수여야 좋습니다.
열양기공을 익혀 화기가 침입한다던지, 최심공을 익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상대의 내공수위가 일천할 시에는 심장이 멈쳐 즉사 하는 등
무공의 특징 : 음, 양, 독 등의 다양한 특징
내공수위
신공의 특성
초식의 활용능력
초식의 내공운용 : 내공소모가 심한가, 다수를 상대하는데 유리한가 여부등
임기응변
체력
무기의 질과 숙련
등등 온갖 변수가 이 등급제 하에서 사실상 변수로서의 역할을 아주 조금밖에 해내질 못합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등급제가 그다지 보기 안좋더군요.
“넌 삼류무사야”
“일양사부의 공력운용은 노화순청에 이르러 있어 세 마두의 합공을 버텨 주시고 계시지만, 기혈을 흐트러 놓는 마두의 혈영마공 때문에 일각을 버티기 어려울 걸세. 지금이 아니면 공주를 도피시키기 어려운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네”
이런 식의 묘사를
“일양사부는 초절정을 바라보시고 계시니 아직 절정의 입문한데 불과한 세마두를 제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걸세”
라는 표현보다는 낫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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