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라는 것은 적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나 자신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동입니다.
즉 펀치가 나가는 그 순간이 가장 헛점이 많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말입니다.
공격은 적을 쓰러 뜨리기 위해 내가 일절 피해를 입지 않으면 좋겠지만 헛점이 드러나 얻어맞더라도 내가 더 유효한 히트로 쓰러뜨리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어기술은 다릅니다. 공격과 방어는 혼자 하는게 아니고 상대적인 면이 있는데 그중 공격이 더욱 상대성이 큽니다. 메이웨더는 아웃복싱을 하며 원래 그렇게 재미 없기 경기를 합니다. 무게중심을 뒤로 하고 방어기술을 극대화 하며 상대보다 긴 리치로 짧게 받아 휘두르는 펀치에 상대가 걸리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제대로 노리고 있었다면 살짝이라도 걸리는 순간 한번쯤 강하게 폭발했을 법도 한데, 어떠한 경우에도 달려들지 않습니다. 이점이 기존에 많이 알려져 있는 유명 아웃복서들과 다른 점이죠. 전설이 된 선수중에서는 인파이터든 아웃파이터든 기회가 왔을 때조차 눈감고 외면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메이웨더는 아랑곳하지 않죠. 공격기술이 부족하고 나아가 자신감이 매우 부족하다는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난타전에 접전이 되었을 때 상대를 이겨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특히 파퀴아오와 같은 정상급 인파이터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한결같이 방어만 하다가 끝난 경기를 두고 기술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은 그다지 맞지 않는 소립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어그레시브에 대한 점수를 강화 합니다.
둘째는 심하게 방어적인 선수에게는 대전기회를 줄입니다.
그런데 메이웨더는 대전기회를 줄일만한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무패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죠.
메이웨더는 사실상 복싱의 정점에 선 선수의 딜레마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라할 수 있습니다. 설마 메이웨더 같은 극강의 방패가 나타날줄 누가 알았을까 싶지만 나나타났고, 복싱의 정점에 선 두 선수의 경기가 이렇게 재미가 없다는건 복싱의 미래가 암울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UFC에서 다이나화이트는 재미없는 경기를 한 선수는 패배하는 순간부터 기회를 잘 주질 않습니다. 그래서 방어기술에 더 강점을 가진 선수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재미없는 경기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배를 하더라도 재미있게 한 선수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줍니다.
방어기술이 탁월한 선수가 연승행진을 해서 챔피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집니다. 연승행진을 하니 기회는 주지만 챔피언이 되었다고 해서 대우가 달라지지 않고, 패배를 한 순간부터는 옥타곤에 설 기회가 줄어들어 결국엔 퇴출수순을 밟게 됩니다.
메이웨더는 그 존재 자체로 복싱의 방어기술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의미는 갖되, 흥행이라는 요소에서는 크게 마이너스적인 요소를 갖습니다. 매니아들은 언제고 그를 패배시킬 선수가 등장하기를 바라며 거듭되는 파이트머니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케팅요소가 되어 더 많이 보게 되는 단기적 성과를 거우었지만, 반면 복싱에 대한 재미를 잃고 떨어져 나가는 팬들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니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의 면이 더 강한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릴때 복싱을 좋아 했고, K-1이나 프라이드, UFC를 즐겨 보던 제게 있어서 오늘처럼 참 재미 없는 경기를 찾기 참 쉽지 않습니다.
K-1에서 무사시라는 일본선수가 대놓고 도망다니면서도 종종 승리를 챙겼지만, 그는 자신의 체격이나 펀치력 등 여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적인 부분이 있었던데 반해 메이웨더는 최강의 스펙을 방어기술에 치우친 경우라 많은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자주 드러눕는 주짓수선수도 결국엔 트라이앵글초크나 암바로 경기를 마무리 할줄 아는데, 메이웨더는 결정타를 휘두를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고, 결국 메이웨더오 동급의 스펙을 가진 복싱선수는 메이웨더를 이길 수 없습니다. 복싱의 딜레마를 가지고 원래 아웃파이터가 그렇다고만 말하면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승리를 위한 스포츠라고 하는데, 그것은 ‘프로’라는 단어를 빼고 나서죠.
아무튼 메이웨더는 전설의 선수로 이름을 남기진 못할 것입니다. 기존에 전설이 된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라도나 처럼 임펙트가 있는 업적, 혹은 위업이 없다면 승수가 아무리 많아도 전설이 될 수 없는 법이죠. 메시가 마라도나와 같은 위치가 되려면 월드컵 결승골 하나쯤은 넣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기록으로는 이미 넘어섰지만)
말이 길어졌는데, 원래 메이웨더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는 그 자체로 복싱의 딜레마인듯 합니다.
제가 참 좋아 하는 케이원선수인 앤디훅은 많이 이겼지만 또 많이 졌습니다. 스포츠에 인생이 굴곡이 담겨 있지 않고 스토리가 없으면 속빈 강정인 셈이죠. 지고 리벤지하고 또 지고 리벤지 하고 하는 스토리가 사실상 더 큽니다.
메이웨더는 바로 스포츠 집안에서 태어나 방어기술의 정점을 찍다 무패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정도로만 기억될 것입니다. 그가 전설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너무 많아서 고려의 대상도 되지 못할 겁니다. 스포츠는 기록이라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스토리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는 선수가 만들어 나가는게 아니라 관중과 팬들이 같이 만들어 나갑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도 잘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세기의 대결은 그 수가 한정적인 것이죠.
창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복싱에는 모순이 남았습니다.
추신) 최신기사입니다. 파키아오는 "3주 전에 훈련 캠프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면서 "고통이 심각해서 경기를 미루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기자회견하는 파키아오(AP=연합뉴스)
이어 "1주일 정도 지난 뒤 어깨가 점차 나아져 그냥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아오는 당초 경기 전 미국반도핑위원회(USADA)에서 금지약물로 지정하지 않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투여받기를 원했으나 네바다주 체육위원회에서 불허했다고 한다.
>>> 금지 약물도 아닌데 진통제조차 투여허락 안해주는 네바자주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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