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쯤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뜨겁게 찜질까지 하고 나오니 오후 일곱시 반. 여자친구는 어제 제주도 갔다와선 완전히 뻗어있어서 저 혼자 네시간 넘게 목욕탕에 있었죠.
나오니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김밥집에 가서 잔치국수를 시켜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정말 남루한 옷차림의 할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뒤에 멘 가방에는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른손엔 그 투명한 가방인데 이불 넣는 가방을 들고 계시더군요. 근데 그 속엔 때가 탄 이불이 들어있는 겁니다.
그리고는 라면하나만 시키시더군요.
그 순간 오만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설명은 못하겠는데 그냥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그냥 바로 일어나서 계산하고 아주머니께 말씀 드렸습니다. 밥을 제가 결제할테니 갖다주시고 이건 나가실 때 드리라고 하면서 오만원짜리 두 장을 드렸어요.
잔치국수 4000원에 밥한공기 1000원. 그리고 십만원.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평소 불의를 봐도 잘 참는 접니다. 가끔씩 서울에 놀러가서 노숙자들 봐도 아무 감흥없던 전데 오늘은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라면하나 주소 한마디가 얼마나 가슴 시리던지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참 주제넘은 짓이지만 오늘은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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