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판타지의 접근성 자체부터가 SF와는 레벨이 틀립니다.
우리는 이미 어려서부터 온갖 판타지를 접해왔고, 우리 다음 세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 세대들이 인어공주를 보며 컸듯이 지금 세대들은 겨울왕국을 보며 크고 있죠.
어느 연령대에 속해 있든, 그건 큰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든지 판타지를 갈망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죠. 오래된 것이 주는 안정적인 매력이야말로 판타지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판타지가 가진 접근성과 친근함, 그리고 익숙함의 저력이 곧 판타지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됩니다.
하지만 SF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이언스 픽션, 즉 공상과학인데 ‘환상’이 주가 되는 판타지 소설과는 달리 과학이라는 ‘학문’이 개입함으로서 동심을 자극한다거나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없습니다. 판타지가 과거 지향이라면, SF는 미래 지향이기 때문이죠. 인간이 과거를 돌이켜 떠올릴 순 있어도 미래는 미리 내다볼 순 없듯이, 이미 익숙한 것들을 대하는 것과 생소한 것을 대하는 것에도 사람의 편견이 들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판타지는 기존에 잘 알던 요소(엘프, 오크, 기사, 왕국, 드래곤, 영지 등등)를 조합하여 만드는 허구지만 SF는 인간이 모르는 요소(우주전함, 워프, 양자학, 상대성이론, 평행차원, 광속 등)를 조합하여 만드는 허구라는 점이겠네요. 물론 과학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 소프트 SF라면 좀 덜하긴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SF를 매우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철저한 비주류인 SF가 왜 비주류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다면서 문득 써본 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존 스칼지 같은 쉽고 재밌는 SF소설 작가가 나타난다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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