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토렌트 사이트 유머 게시판에 누가 중세시대 기사 갑옷의 무게에 대해 올려놨더군요.
세상에...플레이트 아머가 70kg이라는 허무맹랑한 소설을 진짜로 믿고 그게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링크를 걸어놨는데...들어가보니 철저한 고증도 아니고 그냥 네이버 지식인 같은 사이트....게다가 그 인간이 주장하던 헛소리 중 또 하나는 기사들은 말에 오르내릴 때 도르래 등으로 들어서 옮겼다...ㅋㅋㅋ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플레이트 아머의 중량은 19세기 소설들에게 그냥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갑옷에 대해 상세히 고증하고 있는 다큐나 사이트들에 들어가보면 정확한 중량이 나와 있죠.
일반적으로 백병전 돌격 시 입었던 갑옷은 평균 20~30kg, 마상 시합인 주스트용 갑옷의 경우 좀 더 무겁게 제작해 40~50kg.
다큐멘터리 등에서 고증을 통해 갑옷을 제작한 후, 이를 입고 움직이는 영상을 봤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는 건 개뿔. 전력으로 뛰고, 구르고, 에어로빅 하고, 사다리 오르고 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더군요.
관절부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럽긴 하나 그건 어차피 우리가 두꺼운 옷 껴입은 것과 별로 다를 바도 없는 것이고. 신체에 가해지는 중량 부담은 현대의 군장보다도 덜하다고 합니다. 현대 군장은 어깨를 통해 상체에만 중량이 가중되지만, 플레이트 아머는 전신으로 분산되니까요.
그 외에 기구를 이용해 들어 올려야 했다는 건 영국 왕 헨리 8세의 이야기가 너무 와전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당시 헨리 8세가 다리를 다친데다 자기 체중이 너무 나가는 바람에 혼자 오르내릴 수 없어 기구의 도움을 받아 말에 올랐다는 기록은 있지만, 그 외에는 기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거의 없거든요.
심지어 50kg이나 나가는 주스트용 갑옷이라 해도 이를 착용한 기사가 종자 한 사람의 등을 디딤대 삼아 말에 오르거나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말에 오르내리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는 기록이 더 많으니..
그리고 방어력...활이나 석궁, 화승총에 그냥 맥없이 뚫린다는 것도 상당부분 와전된 게 많더라구요.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제작 과정 중 열 처리도 안한 플레이트 아머를 세워두고 100파운드 짜리 활로 연속 사격을 가하는 실험을 했는데, 어지간한 화살은 다 튕겨냅니다. 후반부 가면 한두 발 정도 꽂히긴 하는데 그건 앞서 갑옷에 맞고 튕겨나간 화살들이 만들어낸 홈에 운 좋게 밀려 들어간 경우.
100발을 쐈는데 한두 발 정도 꽃혔나? 나머지는 다 튕겨 나가더군요. 사격 종료한 후 갑옷을 빼서 살펴보니 사용자의 몸 쪽으로 밀려들어간 흠집 외에는 별로 구멍난 곳도 없고요.
화승총의 경우에는 초기에 개발된 핸드캐논 탄은 거의 무리 없이 막아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게다가 활이건 화승총이건 각도가 제대로 안 맞으면 아예 타격도 못 주고 갑옷의 곡선을 따라 비스듬히 튕겨 날아간다는 실험 영상도 있구요.
http://rigvedawiki.net/r1/wiki.php/%ED%94%8C%EB%A0%88%EC%9D%B4%ED%8A%B8%20%EC%95%84%EB%A8%B8
여기에 그 다큐 실험 영상들 링크가 있네요.
100발 쏴서 한두 발 명중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기병들은 상대편에 정면으로 부딪혀 휩쓸고 다니는 중이겠죠.
판타지 소설 등에서 무조건
플레이트 아머 = 방어력은 높지만 무거워서 거의 쓸모 없음
공식을 대입하는데,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중량이 70kg이라니, 그렇게 무거운 갑옷을 미쳤다고 전쟁에 입고 나가겠습니까. 전쟁 치르기도 전에 착용자가 몇 발 움직이다 지쳐 쓰러질텐데.
화승총과 석궁이 개발된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플레이트 아머가 활용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나중에 화승총과 석궁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플레이트 아머의 효용성이 떨어지게 된 뒤에야 서서히 장식용으로 변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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