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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9 자의(子儀)
작성
14.01.19 12:11
조회
2,627

오늘 아침에 신비한 티비 서프라이즈에서 참 좋은 걸 봐서 소개드립니다.


근대사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전쟁터였던 때가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한겨레끼리 총부리를 겨눈 6·25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뒤 15년이나 끈 제2차 베트남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어 300만 명이나 되는 사람 목숨을 앗아간 처절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전장 한가운데서 제 목숨 내어놓고 다른 이를 살리려고 애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버려진 아이 눈망울이 밟혀 

인천상륙작전으로 되찾은 서울에 미 제5공군사령부가 들어왔을 때 주한 미 제5공군사령부 군목으로 1950년 7월, 대구에 왔던 러셀 브레이즈델(Russell L. Blaisdell)중령도 함께 왔다. 지프를 타고 거리를 지나던 브레이즈델은 부모를 잃고 길거리에 버려져 울고 있는 두어 살짜리 여자 아이와 스쳤다. 아이 눈망울이 밟혀 잠을 이루지 못한 브레이즈델은 아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다 2주 만에 겨우 찾았을 때 아이는 오랜 굶주림으로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 브레이즈델은 거리를 돌며 고아들을 데려다 먹이고 입히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하루 50여 명이 넘는 고아들을 데려갈 만큼. 그러나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이나 옷을 구할 길이 없어 병사들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고아들이 늘어나자 학교 건물을 얻어 한국인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1000여명 남짓한 어린이들을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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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쉰들러 리스트 브레이즈 델_제주도에 닿은 비행깅에서 고아를 내리는 모습 오른쪽 아이를 안고 있는 이가 브레이즈델 목사


그러나 50년 12월, 전투경험이 많은 중공군이 물밀듯이 밀고 내려오는 바람에 연합군을 다시 서울을 내어놓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미 제 5공군사령부도 대전으로 후퇴하고, 고아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없었던 브레이즈델 군목과 고아 1천여 명, 자원봉사자 100여명만 덩그마니 남았다. 오로지 이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한 마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브레이즈델. 인천에 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1천여 명 아이들을 차 한 대에 나눠 태워 꼬박 사흘 밤낮을 실어 날랐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바다에 띄우기 힘들 만큼 낡은 고깃배 한 척뿐으로 애들을 태웠다가는 다 수몰시킬 판이었다. 그날 밤 살을 에는 12월 맵짜한 추위로 아이 8명이 독감과 백일해로 죽고. 아이들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12월 20일, 중공군이 내려온다는 소문은 계속 들리는데 어쩔 줄 몰라 하던 브레이즈델은 문득 서울병원 정형외과 의사 딸들도 데리고 피신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 작전 책임자 로저스 중령을 만나 다급한 현실을 알리며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로저스 중령은 마침 오키나와에 미 C-54 비행기 16대가 있다며 다음날 아침까지 아이들을 김포 공항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죽음을 무릅쓴 대가는 명령불복종죄 

그러나 인천에서 김포까지 트럭 한대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려면 또 사흘은 걸려야 했기에 도루묵이 될 딱한 처지. 때마침 시멘트 하역 작업을 하던 미 해병대 지휘관에게 매달렸다. 가까스로 차량과 병력 도움을 받아 고아들은 다음날 아침 김포 공항에 닿았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온 아이들은 해방되고 나서 만주나 일본에서 돌아온 오갈 데 없는 동포를 위한 구호소 ‘보화원’을 운영했던 황온순 여사 보호를 받았다. 

그렇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헌신한 브레이즈델은 명령불복종 죄로 미 공군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옷을 벗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군목이 하는 일이 죽음에 내몰린 아이들을 못 본 체해 죽게 만드는 일이라면 바로 전역하겠습니다.” 그 뒤 브레이즈델 목사는 일본에 머물면서 옷과 식료품, 의약품을 고아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전쟁고아를 구해 낸 위대한 사랑은 묻히고 말았다. 

제주도에서 브레이즈델 목사가 보낸 고아 1,059명을 넘겨받아, ‘한국보육원’을 세워 아이들을 돌봤던 황온순 여사와 브레이즈델 목사는 인연을 맺은 지 50년 만인 2001년 처음 만난다. 황온순 여사 나이 101살, 브레이즈델 목사 나이 91살에. 그때 브레이즈델 목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아이들을 두고 떠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고아수송작전은 용기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말했다. 

2003년 7월 27일 워싱턴주 빌링햄 빅 락 가든 공원에서 열린 ‘한국 휴전 50주면 기념식’에서 브레이즈델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평화를 찾은 고아들은 고마운 마음을 정자(亭子)를 세워 기렸다. 로렌츠 나비효과처럼 처음 브레이즈델 마음을 흔든 두 살짜리 여자아이는 미국 가정에 입양되어 수지 알렌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인과 결혼,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한국전쟁 한가운데서 미 공군 병사들 스스로가 작전을 펼치며 ‘The Kiddy Car Airlift 유모차공수작전’이라 불렀던 이 작전은 세계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가장 아름다운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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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면 요즘 일본과의 관계 등으로 조금은 불편한 미국이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의 불량국가들 보다 조금은 믿을 수 있는 우방이 미국이 아닌가 하네요. 국가는 못 믿어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믿어야죠. 그게 세상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듯. 주인공은 샘 해밍턴? ㅋㅋㅋㅋㅋ


Comment ' 2

  • 작성자
    Lv.36 초아재
    작성일
    14.01.19 12:16
    No. 1

    http://blog.chosun.com/xqon/7185880

    이런 이야기도 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페르딕스
    작성일
    14.01.19 12:57
    No. 2

    일제시대에도 독립운동가를 구하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일본인들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싫어할수는 있지만, 개개인을 매도해서는 안되고, 사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잘 구별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게시글 끝의 부분만 안 쓰시고, 개인의 감성에 맡기셨으면 더 읽기 편하지 않을까 아쉬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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