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4.01.11 15:16
조회
1,428

제 모친이 탈북자 연구하며 박사학위 받은 인류학자여서 엄마와 대화를 하다보면 탈북자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대강 매일 밥 먹을 때마다 하니 매우 자주 듣는다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다 엄마가 어느날 말하길, 물론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겠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탈북자가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한채 그저 돈에만 집착하며 살아간답니다. 근데 능력은 없어서 경쟁에 패배했기에 정상적으로 직장 얻어 돈을 벌거나 그러긴 힘드니 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네요. 나라에서 심리상담 받으면 돈을 주기 때문에 그 몇만원 되는 돈 받으려고 심리상담 빠지지 않고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그랬냐면 그건 좀 복잡한게,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돈과 물질에 집착한 이유는 돈이 삶의 모든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였습니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하니 모두 그렇다는건 아니고 예외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거죠. 그렇다면 그들이 북한에서 살 때 삶의 모든 의미를 가졌던 것은 무엇이냐하면, 대다수의 경우 그것은 김씨일가였습니다. 김씨일가를 숭배하고 찬양하는게 사실상 삶의 목적이였던 것이지요. 그런 곳에서 태어나 그렇게 배우며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북한에는 심지어 김씨일가의 우상화를 담당하는 정부부서가 따로 있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탈북을 하면서 그들이 삶에 가지고 있던 유일한 의미, 그들이 알고 배웠으며 살아왔던 유일한 의미인 김씨일가의 숭배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그들의 가슴속에 너무도 크고 깊숙히 박혀있어 그것이 빠지고 나니 가슴 속에는 너무도 크고 너무도 횡한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 반발심은 증오, 분노로 쉽게 이어지지만 그 두 감정의 본질에는 깊은 공허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한의 재교육 시스템은 그런 탈북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탈북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고, 어떤 공허감에 시달리는지를 보지 못했고, 그저 불쌍한 사람들(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간단하고 얕은 이해입니다)이라는 일차원적인 관념에만 사로잡혀 탈북자의 본질이 아니라 남한에서 탈북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을 탈북자의 본질이라 착각했고, 그것은 탈북자들에게 혼란과 새로운 고통만을 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탈북자에게 김씨일가의 숭배라는 삶의 의미가 사라진 그 거대한 공허에 무엇을 채워넣어야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탈북자 스스로 그 구멍을 메꿀 수 밖에 없지요. 한국 천민자본주의에 너무도 넘쳐나는 황금만능주의로요. 탈북자에게 숭배해야할 김정은이 사라지자, 황금을 새로운 김정은으로 삼아 숭배해야할 대상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실, 이게 탈북자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남한사람들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은 삶의 의미를 모릅니다. 삶에서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을 해야할 것 같다, 나의 미래는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게 없습니다. SKY와 삼성이 삶의 목적이라고요? SKY에 들어가고나면 삶의 목적을 모두 이루었으니 더 이상 살아도 할게 없겠네요? 삶의 수단이 어느새 삶의 목적이 됬습니다. 진정한 삶의 목적이,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 누구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iframe src="http://embed.ted.com/talks/lang/ko/dan_ariely_what_makes_us_feel_good_about_our_work.html" width="640" height="360" frameborder="0" scrolling="no" webkitallowfullscreen="" mozallowfullscreen="" allowfullscreen=""></iframe>


테드 명사 댄 애리얼리의 가장 유명한 강연중 하나입니다. 의미라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해줍니다. 한번 시간이 남으면 봐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저것과는 별개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몇마디 있습니다. 여러분이 삶에서 가져야할 의미는 무엇일까요? 전 모릅니다. 여러분이 삶에서 찾아야할 목적은 무엇일까요? 역시 전 모릅니다. 왜 모를까요? 왜냐하면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 스스로의 것이고, 여러분 부모의 것도 여러분 선생의 것도 여러분 친구의 것도 여러분 상사의 것도 여러분 사장의 것도 여러분 선배의 것도 여러분 선임의 것도 여러분 장교의 것도 아닌, 바로 여러분 스스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여러분 자신 스스로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원하고 갈망하는 것은 여러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스스로를 탐구하는 것에 소홀했을 뿐입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여러분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살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세상의 강요를 이겨내는 힘을 얻는다면,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목줄에 매여서 충실한 멍멍이처럼 꼬리나 쫄랑이며 주인의 뒤만 따라가는대신,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도전이 있고 흥미가 있는 세상을 향해, 다른 누구의 힘도 아닌 바로 여러분 스스로의 힘으로 한 걸음, 아무리 그 한걸음이 미약하고 힘없더라도 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는 바로 그 한걸음을 걷는다면, 스스로 걷고자 한다면 결국 걸을 수 있는 그 한걸음을 걷는다면, 여러분의 삶에서 어느정도 행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점심 먹으며 엄마와 대화하고나서 떠오른 생각들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2070 실험 한번 해보았습니다. +1 Lv.19 ForDest 14.01.11 1,731
212069 덴마덴마덴마 +7 Personacon 엔띠 14.01.11 1,444
212068 영화관에서 있었던일 +1 Lv.63 노래하는별 14.01.11 1,581
212067 시간이 남아도시는 분들께 부탁의 한말씀 +23 Lv.1 [탈퇴계정] 14.01.11 1,583
212066 (애니, 만화, 소설) 취향이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낄때 +12 Lv.99 엔트러피 14.01.11 1,598
212065 요즘 식단은 참 고민이 많네요. +4 Personacon 데이토스 14.01.11 1,028
212064 간만에 영화한편 보고 왔습니다.(플랜맨 스포 있음) +3 Lv.97 윤필담 14.01.11 1,482
212063 북큐브 스토리큐브 정액 중복 안되나요?? +3 Lv.33 세월 14.01.11 1,373
212062 ..체 지방량.. +3 Lv.18 터베 14.01.11 1,173
212061 정신이 몽롱해서 하는 망상 +9 Personacon 적안왕 14.01.11 1,081
212060 무한도전 +5 Personacon 밤의꿈 14.01.11 1,326
212059 어젯밤 잠이 안 와서 해본 망상 +7 Personacon 엔띠 14.01.11 1,090
212058 사랑(♥) 나누려던 사자 커플 공격하는 버팔로 포착 +2 Lv.99 엔트러피 14.01.11 2,022
212057 설국의 흔한 실험 +2 Lv.36 초아재 14.01.11 1,320
212056 주간한국이 사실확인 중이라네요 해명기사는 나왔고 +3 Lv.56 wasd 14.01.11 1,655
212055 정글의법칙 미크로네시아편 +8 Lv.7 흘흘 14.01.11 1,494
212054 광주 우체국 토요일도 하던가요? +2 Lv.13 Vermagic 14.01.11 1,014
212053 정동하 씨가 결혼했다더군요 Lv.10 요하네 14.01.11 1,302
212052 오랜만에 서점 지름신 강림. +3 Lv.18 꿈의도서관 14.01.11 1,126
» 이런저런 탈북자및 사람들에 관련 된 이야기 +4 Lv.96 강림주의 14.01.11 1,429
212050 연참대전 미스테리 +2 Lv.59 취룡 14.01.11 1,193
212049 얼마전 취업 참패의 여파로 폐인처럼 지내다가.... +6 Lv.97 윤필담 14.01.11 1,320
212048 하, 저도 간만에 싸이월드를 뒤져보았는데요 +25 Personacon 히나(NEW) 14.01.11 1,559
212047 [펌]'농협, 이명박 상금 세탁' 충격적 내막 +16 Lv.7 위피 14.01.11 3,903
212046 단태신곡 7권 보신 분 있으신가요? +4 Lv.49 미르네 14.01.11 1,404
212045 간도는 조선의 땅이 아니었습니다.(문피아에서만 세 번은... Lv.50 백린(白麟) 14.01.11 1,600
212044 친구네집에서 악명높은 게임 다크소울을 해봤습니다 +6 Personacon 마존이 14.01.11 1,413
212043 ASKY지만 다른걸 얻었어요. +2 Lv.65 거울의길 14.01.11 1,148
212042 간도는 빼앗긴 땅이 아닙니다. +15 Lv.96 강림주의 14.01.11 2,082
212041 킬링 타임용 웹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9 Lv.1 [탈퇴계정] 14.01.11 1,34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