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잘 보지 않아 리모콘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오늘따라 리모콘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티비를 틀고 채널을 돌리는데 먹거리엑스파일이라는 프로가 시작되더군요. 재방인지 본방인지는 모르지만 동의보감에 관한 것이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제목은 착한 십전대보탕으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그대로의 십전대보탕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더군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의 해로 선정이 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동의보감 400주년이라서 그렇다는군요. 2009년에 의학서적중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제된 동의보감이 세계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겠죠.
저는 허준을 참 재밌게 보았고 동의보감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동의보감을 모르는 문피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동의보감에 전해지는 십전대보탕이 그대로 남아 있을 줄 알았지요.
헌데, 프로를 보는 내내 충격이었습니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총 12가지라고 합니다. 십전이라는 말도 완전하게 몸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그걸 대부분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알고 있더군요. 하긴 저도 몇가지 재료가 들어가는지 몰랐으니...
동의보감 잡병편의 허로문에 나오는 십전대보탕은 총 12가지의 재료가 들어갑니다.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숙지황, 당귀, 작약, 천궁, 황기, 계피, 대추, 생강이 그것이죠.
이 십전대보탕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세 가지 처방이 합쳐져 십전대보탕을 이룹니다.
그것은 사군자탕, 사물탕, 황기건중탕이죠.
한의원과 한약방에서 십전대보탕을 만들 때 이 재료를 씁니다. 네. 쓰죠. 중국산을요. 51년동안 한 자리에서 한의원을 했다는 곳에서도 중국산을 쓰니 뭐...
헌데, 중국산을 쓰는 것도 문제겠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12가지 약재를 쓴다고 해서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십전대보탕이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재들이 진짜 제대로 된 십전대보탕이 되기 위해서는 ‘수치법제’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수치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고 법제는 한의학적 용도에 따라 술에 씻는다든지, 찐다든지 하는 과정을 말하죠.
즉, 이 수치법제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면 약재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가 없는 것이죠. 법제의 과정을 거치는지, 거치지 않은지에 따라 같은 약재지만 완전히 다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법제의 과정은 동의보감 탕액편에 자세히 나와있다고 합니다.
대추는 씨를 빼고, 살만 발라서 절단해서 넣게 되어 있습니다.
계피는 겉껍질을 제거하고 써야하고요.
백령은 흰부분만을 쓰는데, 시중에는 붉은 색인 적복령까지 함께 쓴다는 겁니다. 엄연히 두 가지의 효능이 다른데 말이죠. 물론 수치법제도 되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12가지 재료중 숙지황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녀석이 참 까다로운 녀석이더군요. 숙지황은 100일 동안 정성을 들여야만 제대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숙지황은 생지황으로 만듭니다. 이 생지황을 9번찌고 9번 말리면 숙지황이 되는 것이죠. 생지황은 성질이 차지만 숙지황은 따뜻합니다. 이렇게 수치법제에 따라 성질까지 달라집니다.
숙지황으로 사용되는 생지황도 까다롭게 선별합니다. 물에 넣어 아래로 가라앉는 녀석, 즉 속이 꽉 찬 지황만을 선별해 찌고 말리는 것이죠.(말리는데 대충 7일이 넘게 소요됩니다. 이걸 9번이나...) 물 중간에서 노는녀석은 인황, 그리고 품질이 가장 나쁜 천황도 사용합니다. 인황과 천황은 즙을 내서 숙지황이 되는 지황을 돕게 됩니다.
휴, 설명이 길었죠? 헌데, 숙지황 만드는 걸 대충 설명한겁니다. 제대로 설명을 하려면 지면으로 부족하기에...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수백년 전에 이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고 귀했던 녀석이 지금은 아주 싸구려가 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재현하는 한의사는 한탄을 하더군요.
지금 이렇게 몇 가지만 설명을 했는데도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데....
지금부터 말하는 것이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이 프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장르문학 시장도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시간이 지나서 아주 싸구려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싸구려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많은 사람들에게 장르문학이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드라마나 영화 등 판타지성이 가미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것이 나오는데 장르문학이 역할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00원이 비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100원이 투자되면서 점점 독자분들이 만족할 만한 좋은 작품들이 나온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만한 가치가 없으면 보지 않을 테니 알아서 도태되겠지요.
저는 논란을 가중시킬 생각은 없고...그저 십전대보탕을 제대로 만드는 과정과 지금 아주 싸구려취급 당하는 상황을 비교하니 저도 모르게 장르시장과 매치가 되어서...
긴 길 읽으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었군요. 모두 모두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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