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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5 다이버스
작성
13.09.02 11:25
조회
2,615

티비를 잘 보지 않아 리모콘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오늘따라 리모콘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티비를 틀고 채널을 돌리는데 먹거리엑스파일이라는 프로가 시작되더군요. 재방인지 본방인지는 모르지만 동의보감에 관한 것이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제목은 착한 십전대보탕으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그대로의 십전대보탕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더군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의 해로 선정이 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동의보감 400주년이라서 그렇다는군요. 2009년에 의학서적중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제된 동의보감이 세계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겠죠.

저는 허준을 참 재밌게 보았고 동의보감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동의보감을 모르는 문피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동의보감에 전해지는 십전대보탕이 그대로 남아 있을 줄 알았지요.

헌데, 프로를 보는 내내 충격이었습니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총 12가지라고 합니다. 십전이라는 말도 완전하게 몸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그걸 대부분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알고 있더군요. 하긴 저도 몇가지 재료가 들어가는지 몰랐으니...

동의보감 잡병편의 허로문에 나오는 십전대보탕은 총 12가지의 재료가 들어갑니다.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숙지황, 당귀, 작약, 천궁, 황기, 계피, 대추, 생강이 그것이죠. 

이 십전대보탕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세 가지 처방이 합쳐져 십전대보탕을 이룹니다.

그것은 사군자탕, 사물탕, 황기건중탕이죠.

한의원과 한약방에서 십전대보탕을 만들 때 이 재료를 씁니다. 네. 쓰죠. 중국산을요. 51년동안 한 자리에서 한의원을 했다는 곳에서도 중국산을 쓰니 뭐...

헌데, 중국산을 쓰는 것도 문제겠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12가지 약재를 쓴다고 해서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십전대보탕이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재들이 진짜 제대로 된 십전대보탕이 되기 위해서는 ‘수치법제’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수치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고 법제는 한의학적 용도에 따라 술에 씻는다든지, 찐다든지 하는 과정을 말하죠.

즉, 이 수치법제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면 약재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가 없는 것이죠. 법제의 과정을 거치는지, 거치지 않은지에 따라 같은 약재지만 완전히 다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법제의 과정은 동의보감 탕액편에 자세히 나와있다고 합니다.

대추는 씨를 빼고, 살만 발라서 절단해서 넣게 되어 있습니다.

계피는 겉껍질을 제거하고 써야하고요.

백령은 흰부분만을 쓰는데, 시중에는 붉은 색인 적복령까지 함께 쓴다는 겁니다. 엄연히 두 가지의 효능이 다른데 말이죠. 물론 수치법제도 되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12가지 재료중 숙지황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녀석이 참 까다로운 녀석이더군요. 숙지황은 100일 동안 정성을 들여야만 제대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숙지황은 생지황으로 만듭니다. 이 생지황을 9번찌고 9번 말리면 숙지황이 되는 것이죠. 생지황은 성질이 차지만 숙지황은 따뜻합니다. 이렇게 수치법제에 따라 성질까지 달라집니다.

숙지황으로 사용되는 생지황도 까다롭게 선별합니다. 물에 넣어 아래로 가라앉는 녀석, 즉 속이 꽉 찬 지황만을 선별해 찌고 말리는 것이죠.(말리는데 대충 7일이 넘게 소요됩니다. 이걸 9번이나...) 물 중간에서 노는녀석은 인황, 그리고 품질이 가장 나쁜 천황도 사용합니다. 인황과 천황은 즙을 내서 숙지황이 되는 지황을 돕게 됩니다.

휴, 설명이 길었죠? 헌데, 숙지황 만드는 걸 대충 설명한겁니다. 제대로 설명을 하려면 지면으로 부족하기에...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수백년 전에 이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고 귀했던 녀석이 지금은 아주 싸구려가 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재현하는 한의사는 한탄을 하더군요.  

지금 이렇게 몇 가지만 설명을 했는데도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데....

 

지금부터 말하는 것이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이 프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장르문학 시장도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시간이 지나서 아주 싸구려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싸구려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많은 사람들에게 장르문학이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드라마나 영화 등 판타지성이 가미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것이 나오는데 장르문학이 역할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00원이 비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100원이 투자되면서 점점 독자분들이 만족할 만한 좋은 작품들이 나온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만한 가치가 없으면 보지 않을 테니 알아서 도태되겠지요.

저는 논란을 가중시킬 생각은 없고...그저 십전대보탕을 제대로 만드는 과정과 지금 아주 싸구려취급 당하는 상황을 비교하니 저도 모르게 장르시장과 매치가 되어서...

 

긴 길 읽으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었군요. 모두 모두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라요~ ^^

 

 


Comment ' 6

  • 작성자
    Lv.21 광인자
    작성일
    13.09.02 12:01
    No. 1

    채소가 중국산, 농약 국산, 무농약 국산, 유기농 국산 나뉘듯이

    한약재도 요즘은 무농약 국산만 쓰는 곳이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하림 닭, 한돈, 로컬푸드 마크 붙이듯이

    무농약 국산 한약재 마크 붙인 곳이 있으니

    신경 쓰이는 분은 한의원 가서 붙어있나 찾아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9 관측
    작성일
    13.09.02 13:26
    No. 2

    게시글은 그말이 아닌데요.. 수치법제가 되어있지 않는 약은 약이 아니라는겁니다. 국산 외산이 문제가 아니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09.02 12:39
    No. 3

    국산만 가지고 약 못짓습니다.
    대표적 약재인 감초만 해도 국산 없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적복령 씁니다. 쓴다고 십전대보탕이 아닌게 아닙니다.
    방송 내용 고스란히 믿을수 없습니다.
    작년인가 향부자와 부자를 착각하는 기자들이 엄한 향부자에 독이 있네없네 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사(樣師)
    작성일
    13.09.02 15:27
    No. 4

    십전대보탕 만들면서 중국산 쓴다고 문제라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네요.
    우선 십전대보탕이라는 것이 동의보감이 원조가 아닙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동의보감에 나온 약재 처방 중 동의보감 고유의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중국 의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쓴 것이나 약간 수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것이 동의보감의 가치를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위의 분이 쓴 취지대로 만약 의서에 나온 약재를 처음 그 처방이 나온 나라의 것으로만 써야한다면 한국산은 쓰면 안됩니다.
    십전대보탕을 본래 취지대로 만들려면 한국에서 난 약재가 아니라 중국에서 나온 약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송나라때 처음 십전대보탕이 나왔을 때 한국산을 수입해서 십전대보탕을 만들었을리는 없으니까요.
    십전대보탕의 처방이 동의보감에 나온 것이 완전무결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고 십전대보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이런 주장을 하려면 십전대보탕의 약재 구성비나 수치제법의 유무에 따른 임상실험이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그런 임상실험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정현
    작성일
    13.09.02 16:34
    No. 5

    수치법제를 제대로 하는 한의원이 있을까 싶습니다... 법제란 매우 중요하죠. 약재마다 특유의 법제방식이 있는데, 글쓴분 예시대로 숙지황은 아주 훌륭한 약입니다만, 정말 그대로 법제하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문제도 됩니다. 만약 제대로 법제한다면 숙지황의 단가는 엄청 올라가버리고 말죠...현실성 문제로 안되는 경우도 있네요. 시중에 상품처럼 파는 숙지황은 9증9폭을 하지 않고 3증3폭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더 하는 제품도 있겠지만, 3증3폭만 해도 가격이 꽤 나가죠. 주먹만한 게 15000원 정도한다고 보면됩니다(150g). 일반적인 시중 기준이고요.... 단편적인 이야기라고 일단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 놓아 봅니다 ㅋ;
    약마다 하나하나 제대로 법제하는 시대는 이제 갔다고 봅니다. 슬픈 현실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09.02 16:51
    No. 6

    그것 때문에 양의사들이 한약을 못 미더워하죠. 분명 효과가 있다면 부작용이 반드시 동반된다는 이야긴데 양약보다 한약은 약성분의 함량을 수치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우니까요. 수치법제를 통해 최대한 약성을 조절하는 걸로 보이는데 말 그대로 그것을 대충한다면 정말 위험한 것있겠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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