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왠지 쓰여졌다가 맞는 것 같은데 빨간줄...
써졌다로 바꾸라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맞는 것 같고 무슨 수동이니 피동이니 뭐니 이런쪽 문법에서 본것 같긴 한데... 번역투라고...
여하튼, 그런데 그 번역투가 땡기는데...
어떻게 쓰여졌다라고 쓰는게 잘못된 걸까요?
누군가에 의해 써졌다. 보다는 쓰여졌다가 더 자연스럽죠?
아닌가?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글을 쓰다 보면... 왠지 쓰여졌다가 맞는 것 같은데 빨간줄...
써졌다로 바꾸라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맞는 것 같고 무슨 수동이니 피동이니 뭐니 이런쪽 문법에서 본것 같긴 한데... 번역투라고...
여하튼, 그런데 그 번역투가 땡기는데...
어떻게 쓰여졌다라고 쓰는게 잘못된 걸까요?
누군가에 의해 써졌다. 보다는 쓰여졌다가 더 자연스럽죠?
아닌가?
제가 문법에 통달한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는 것만 말씀 드리자면,
쓰여졌다는 우리 문법에서 쓰지 않는 피동태의 일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용법으로 일본어에서 書きさせられた.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말로 풀면 '쓰는 것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하게 되다'라는 의미로 전달되죠.
위에 일본어인 書き(せら)された라고 하면(せら를 빼면)
나에게 뭔가(글)이 써졌다는 의미가 됩니다.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의도한 말장난 같은 것도 보이구요. 문장을 줄일 수 있는 잇점 같은 것도 약간 있습니다.
학부 때 국어발달사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문법적 관점에서는 옳고 그름이 있지만, 통시론적 관점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다. 언어는 문법적 완결성을 추구하며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언중의 필요에 의해 생성되고 변화한다. 문법이란 그 중 생성과 변화가 완료된 부분을 규정하고 규율함으로써 다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언어생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도구이다. 언중이 어떤 언어적 필요를 느끼거나 발음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법은 뒤틀리고 변형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결국 문법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다...
뭐 대충 이런 취지의 말씀이었는데, 일부 동사에서 문법적으로 틀린 이중피동이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부 언중이 '쓰이다'나 '써지다'보다 '쓰여지다'라는 표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설사 그게 문법적으로 잘못된 표현임을 인지하더라도 말입니다.
'쓰여지다'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만약 어떤 잘못된 표현이나 오기가 99%의 언중에 의해 널리 사용되고 언어학자들이 이를 국어 자체의 변화로 받아들이면(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지만) 결국 그 변화는 표준어, 표준문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 오류로 인지되면 언중에 의해 선택받지 못하고 사라지겠지요.
제 말의 결론은, 글을 쓰는 사람은 문법을 준수하고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문법학자처럼 엄정하게 표준어, 표준문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법학자 국어학자의 역할은 국어의 현재를 지키는 것이지만 작가의 역할은 국어의 미래를 확장하는 것이니까요. 비표준어, 비문법적 표현도 경우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쓰여지다'가 그 허용 범주에 들어갈지는 잘 모르겠네요.
피동에는 접미사를 이용해 피동을 만드는 파생형 피동과 파생형 어미를 이용해 만드는 통사적 피동이 있습니다.
'쓰이다'의 경우 '쓰+이(피동 접미사)+다'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파생형 피동태이고, '써지다'의 경우 '쓰+어지다(피동의 뜻을 더해주는 어미)'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통사적 피동입니다.
한데 '쓰여지다'의 경우는 '쓰+이(피도 접미사)+어지다(피동 의미 어미)'의 줄임말로 말 안에 피동의 요소가 두 개가 들어간 형태이며 이런 것을 이중 피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중 피동은 말 안에 비슷한 일을 하는 형태소가 두 개 첨가된 것으로,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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