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문제작인 피아노 치는 여자를 읽고 있습니다. 사실 부럽기도 한 작가입니다. 심리묘사와 은유적인 묘사가 정말 뛰어난 작가라 글을 다 읽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까지도 말입니다. 글을 쓰는 와중이기에 책을 아주 천천히 음미할 듯합니다. 장황하지만 한 글자도 빼놓을 수 없어서 애가 타기도 합니다.
1983년 작인 이 작품을 보고 시대를 앞서갔다고 느꼈습니다. 전 감히 따라갈 수도 없고.
사실 고등학교 때 이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눈에 그려져버리는 성적 묘사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참 애먼 책을 보았습니다. 두 번째 보니, 잔인한 부분에는 일시정지했습니다. 책 한 번 읽기 이렇게 어렵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이 책을 읽으니, 역시 나와의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사회문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작가가 대단해보였습니다. 역시 짱짱걸!이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보다 보면 저에게 기폭제가 될 거라 믿습니다. 열등감을 만들어주지만 자극을 주는 책이 있다는 게 좋습니다. 긍정적인 열등감이 생긴다는 게 신기합니다. 글을 쓸 때 항상 ‘난 못 쓰니까 안 써버려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무척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핑곗거리였습니다. 나에게 좋은 책이 좋은 열등감을 만든다는 것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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