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진심으로 재미 없었습니다. 독과점이란 비판어린 시선에 ‘그만큼 재미가 있고 수요가 있으니 그런 것이다.’ 라는 변명이 무색하게 들릴만큼 재미 없었습니다. 굳이 이 영화의 미덕을 찾자면 썰전의 평론가 허지웅씨가 말한대로 BoysLove 코드를 활용했다는 것인데 이 쪽에 전혀 취향이 없는 저로선 이걸 적절히 사용했다고 해야하는건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더군요. 코미디를 한답시고 김수현이 온갖 몸개그와 바보흉내를 내는데 웃기다기보단 그냥 안쓰러워 보였고요. 반전이랍시고 고창석씨가 뒤에 돌변하는데 아... 복선이고 뭐고도 없이 그냥 생뚱맞고 ‘응? 그랬냐,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느낌. 끝부분에 김수현이 멋지게 머리자르고 아저씨의 원빈과 같은 복장으로 나타나서 싸우기 시작하는데 ‘뭐야 이거, 이러지마... 원빈이 오염되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액션도 비스무리한데 그 긴박감은 아저씨의 비교가 안되고요. 이건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영화 퀄리티의 차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신박한가 하면 보는내내 ‘이거 언제 끝나나’ 하면서 좌석에서 온몸비틀기를 시전하게 되더군요. 영 집중도 안되고.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간첩을 미화한다고도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간첩들이 보고 얼른 대한민국으로 전향하라는 영화같습니다. 간첩이 남한에 그리 많이 존재한다는데 2년동안 시킨 것도 하나 없다가 그냥 자살하라고 문자하는 건 그것이 북한 내부정치의 문제라도 정황상 도저히 납득이 안 되고. 아, 물론 최우수공작원을 동네 바보로 위장전입 시키는거야 뭐 코미디의 일환이니까 굳이 따지지 않겠지만 뒷내용을 그렇게 시리어스하게 가져갈거면 시나리오는 제대로 굴려야죠. 사실 2년동안 아무 것도 안시키고 밥만 축내는 버러지들을 정리하라는 명분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만 무슨 북한정치교수의 논문과 그에 따른 실험결과에 대한 처분이라는 명분은 개소리처럼 들립니다.
그거보다 정말 야오이물이라고 해야하나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이 뭐라 표현 못할 동성코드는 진짜 남자로서 이성적으로 이해도 안되고 감정적으로 공감도 안되는게 제일 큰 문제인데... 저는 웬만한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리나라는 정말 사랑 빼면 아무 것도 안되는가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차라리 이럴바엔 그냥 대놓고 멜로로 갔으면 영화표값이 덜 아까울 뻔 했습니다. 특히 김수현의 남자인 이현우라는 신인배우의 역할에 대해선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 이해가 안되서 몸을 비비 꼬게 만들더군요. 처음엔 김수현을 죽이려는 인민에 충성하는 애국자처럼 나오더니 알고 보니 김수현을 아이돌처럼 숭배하는 사춘기 소년에서 김수현이 위기에 처하자 동포를 팔아먹더라도 데려가 달라던 이상야릇한 감정을 표출하더니 종국엔 조국을 배신할 수 없다며 총질하다 김수현과 같이 죽어버리는.... 입체적인 인물상도 좋지만 이렇게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서야 원...
하여간 이 영화가 500만 가까이 들었다는 걸 보면서 아 정말 여인네들의 취향이란 알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만 다시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 김수현 팬들이라고 보기엔 수가 너무 많고... 분명히 관객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있긴 한가본데 아무 자극을 못 받은 내가 대중과 괴리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고... 괜시리 표값만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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