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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 푸리푸리롱
작성
13.06.11 23:45
조회
3,715

 대체역사물을 좋아하고 즐겨읽는 편이지만 상당수의 대체역사 소설을 읽다가 손을 놓은 적이 많습니다.

 

몇가지 설정이나 개연성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소설의 설정이니..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가장 이해가 안가는 건...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체역사 소설(특히 회귀물)의 주인공들은 회귀전, 그러니까 현대에 있어서

주요 강대국의 핍박에 시들어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보며 분노를 하게되고

과거에서 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한국(혹은 조선, 고려 등)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저도 이러한 맛에 대체역사 소설을 보기도 하니까요.

주인공(혹은 회귀한 집단)에 의해 한국은 기술, 문화, 정치, 사회, 경제 등이 제도적으로 비제도적으로도 강력해집니다. 그리고 이 강력해진 힘을 외부로 투사하죠.

 

제가 의아함을 느끼고, 결국 읽다가 손을 떼게 되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회귀전, 주인공은 강대국의 제국주의, 신식민주의 등 약소국을 핍박하는 것을 보며 분노하고 힘에 의해(그것이 군사력이던, 경제력이던) 모든 것이 지배되는 세상에 진저리를 칩니다. 하지만 회귀를 하면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들이 혐오했던 강대국의 모습과 다를게 없습니다. ‘힘’을 위해 전쟁과 핍박을 정당화하며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어쩔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놓게 됩니다. 정복하고, 지배하고, (경우에따라)탄압을 하죠. 여기에 더이상 정의는 없어집니다.

독자는 여기서 무엇을 느껴야할까요? 한국이라는 국가가 가상으로나마 강대국이 되어 세계를 휩쓸고 다닌다는 데에 대한 짜릿함? 중국과 일본이 철저히 짓밟히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이 한국의 위세에 눌려 쩔쩔매는 모습에서 오는 희열? 그것도 아니면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뉘어쳐야할 제국주의, 식민주의론도 우리가 저지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된다?

저는 철저히 이러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대체역사소설이 잘못되었다고 봄니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무조건 정의를 지향해야된다! 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힘을 원칙없이 사용하고 남이 하면 악, 내가 하면 선 이라는 식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소설속에 내재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체역사소설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야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같은꿈을꾸다-삼국지편’과 ‘개벽(3~4년전에 문피아에서 연재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제목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편입니다. 같은꿈을꾸다에선 주인공 역시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세를 확장해나가기는 하나 이것이 폭력으로 점철되지 않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묻는 모습을 보였죠. 개벽은 기억하시는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제 말기 한반도에 대한민국 군대가 등장하여 새로운 나라 건설을 준비한다...라는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확실한 무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이 옳다라는 식의 전개가 아니었고 당시의 명사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조언을 구하며 앞으로 만들어갈 새나라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두 작품의 방향만이 옳다고 전제하는 건 아니지만 앞서 언급된 폭력으로 점철된 내용들 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새들어 대체역사물을 읽다 이런 회의감이 많이 드네요. 다른 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13.06.11 23:49
    No. 1

    대체역사물은 타임슬립만 있는게 아니죠. 오히려 타임슬립은 대체역사 장르의 일부일 뿐일텐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푸리푸리롱
    작성일
    13.06.12 00:00
    No. 2

    제가 본 소설이 주로 타임슬립이라 이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tk******
    작성일
    13.06.11 23:55
    No. 3

    비슷한 역사적 인물이 있죠. 히틀러라고
    1차대전 패전 이후, 굶주리는 독일 국민들을 보고 분노+불타는 애국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푸리푸리롱
    작성일
    13.06.12 00:10
    No. 4

    아, 히틀러를 미처 생각못했네요.

    사실 대체역사 소설에서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가(최소한 주인공인 지도자)는 항상 옳다'는 전제와 함께 등장하는 권위주의적, 어쩌면 독재에 가까운 정권들입니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개혁이 필요한 사회에서 강한 국가와 높은 자율성은 불가피한 영역이기도 합니다만, 너무나도 일방적인 국정운영방식과 반대파는 타협 없이 숙청해버리는 모습이 참 무섭더군요.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소설들이 상당하다는 사실도요.
    물론 시대가 다른 것을 전제로 하고 썼기에 현대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잣대로 들이대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본문과 마찬가지로 가지로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다는 점이 걱정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13.06.12 01:12
    No. 5

    비잔티움의 첩자를 읽어 보시면 그런 현대국가들의 역사관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은 대체역사 소설을 읽어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물론 파생되는 역사까진 모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비열한습격
    작성일
    13.06.12 03:52
    No. 6

    글쓴분 논리대로라면 흉악범들을 처벌하면 안되겠군요. 감옥에 가둬서 신체적 자유를 박탈해도 안되고 사형도 못시키고. 일본이나 다른 국가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니까 응징을 해주는거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tk******
    작성일
    13.06.12 04:39
    No. 7

    님의 논리대로라면 강호순같은 연쇄살인범도 죄없죠. 여자들때문에 상처받아서 정상적인 성관계를 못 가지게 된건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3 비열한습격
    작성일
    13.06.13 01:09
    No. 8

    idots님 바보입니까? 상처를 받다니 뭐 여자들이 성기를 절단이라도 했답니까? 연쇄살해같은 명백한 범죄행위하고 여자들이 강호순이랑 연애 안해준거하고 어떻게 동급으로 취급합니까? 제 정신이세요? 주위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여자가 데이트 안해주면 죽여도 되냐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보는독자
    작성일
    13.06.12 09:55
    No. 9

    그냥 우리가 약자라서 억압받으면서 많이 빼앗긴다는 느낌에서 출발 하는 것이 대체역사 소설이라는 관점을 두고 있습니다.
    허니 회귀를 하여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된다는 대체역사 소설을 잘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보면서 "역시 상상이고 소설이야" 하는 한계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애국심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만 .. 이런 대체 역사 소설이 쓰이기에 위화감이 들정도로 강대국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답습하는 모습이 될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보고 배운것이 강대국들의 약소국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모습이니까요.
    전 그렇게 이해하면서 대체역사 소설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점들을 까발리고 "현실에 이런 부분은 않맞아" 생각하면서 보게됩니다.
    게시글의 본문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 그냥 "소설이니까" "상상이니까" 하면서 저는 자기 위안 삼아서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페르딕스
    작성일
    13.06.12 10:48
    No. 10

    의견에 공감합니다. 전 악에 폭력을 가하는 건 정당하다는 강경한 사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타임슬리퍼의 이기적 민족주의에는 약간의 만족감은 느끼지만 역시 온당치 못한 느낌을 받습니다.
    좀더 인류전체의 역사에 긍정적인 기념이 될만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낭만냥
    작성일
    13.06.12 12:01
    No. 11

    저도 대체역사물 좋아합니다만.... 작품 나름이죠. 완전 개발소발로 써놓은게 많아서 볼 게 별로 없지만 정말 괜찮은건 괜찮습니다. 회귀 후 곧바로 초강대국이 된다.... 는건 거의 먼치킹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에 흐름도 이상하고 해서 읽다가 걍 바로 덮어버리는 쪽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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